제가 전에도 이 블로그를 통해, 한국과 미국 등 여러 곳에서 한국 전쟁 당시의 희생을 어떻게 기리고 추모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2010년은 한국 전쟁 발발 60주년이기도 했었구요. 제가 만났던 참전 용사들과 생존자들이 서로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 옛 전투지에서, 그리고 한국 땅의 여러 마을과 지역에서 저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최근에 한국 전쟁의 또다른 생존자였던, 2011년 작고하신 고 박완서 선생이 쓴 글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선생의 글은 한국 전쟁이 그 이후 많은 한국인들, 특히 여성들에게 미친 영향을 깊이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박완서 선생의 작품을 읽기 시작한 것은 최근인데요, 좋은 영역본이 나와서 한국어를 모르는 독자들도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제가 박완서 선생의 자전적인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다 읽고난 즈음, 이미일 6 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이사장 및 다른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만남을 통해서 저는 박완서 선생이 소설에 표현했던 그 고통을 아직까지 깊이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6 25 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는 한국 전쟁 당시 납북된 인사들에 대한 한국민들의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합니다. 실종자들에 대한 해명과, 가족과 떨어져 먼 곳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유해 송환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면서도 뭉클했습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왼쪽부터) 6 25 납북인사 가족협의회의 이경찬 이사님, 이미일 이사장님, 최광석 운영위원님과 함께
6 25 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에서는 북한으로 끌려간 후 소식이 끊긴 수천명의 남한 인사들의 사례를 문서로 정리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당시 젊은이었습니다. 6 25 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오랫동안 기다린 안타까운 사연들을 제게 들려주고, 이 비극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1,300 페이지 가량의 관련자 증언과 자료집 두권도 주었습니다. 서울이 함락되고 수복되던 당시 전쟁의 처참한 상황을 박완서 선생은 책에 이렇게 썼습니다: “그동안 끌려가고 죽임을 당한 수효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그 엄청남과 잔혹함 또한 하늘 무서운 것이었다.” 납북 인사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관 건립 계획 등 6 25 납북인사 가족협의회의 여러 노력에 존경을 표합니다. 납북 인사 가족들이 이제는 더 이상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남들보다 더 차별을 받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잃어버린 아버지, 형제, 아들에 대한 기억은 지금까지도 가슴이 아프도록 생생할 것입니다. 북한 문제를 외교 정책의 차원에서 다룰 때는, 누구나 접근 방식과 전략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한국의 위대한 성공을 뒷받침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과 고통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6 25 납북인사 가족협의회의 노력과 박완서 선생의 작품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우리는 결코 이를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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