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첫째날 - 여수에서 사천까지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
8월 29일, 우리는 처음으로 “심은경 대사와 달리는 자전거길 600리”를 시작했습니다. 다소 실험적인 행사라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참 궁금합니다. 대사관 자전거 매니아들, 그리고 한국 전역에서 온 대학생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현대 한국사의 중요한 이정표인 낙동강 방위선을 둘러보게 됩니다. 이번 모험을 조금이나마 여러분들께 묘사해 드리고자 자전거 여행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블로그 연재를 하려 합니다.
첫째날 참가들과 함께
우리는 경쾌하게 일요일 아침 일찍 여수에서 출발했습니다. 보통은 “화창하고 이른 아침”이라고 표현하지만, 전혀 화창하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이동하는 구름이 낮게 깔렸습니다. 아침에 페리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오늘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운이 따랐는지 날씨가 괜찮아졌고, 동행한 미국 해안경비대 소령도 안심했습니다. 40분간 페리를 타고 남해까지 무사히 건넜습니다. 안전수칙 설명도 듣고 자전거 높이를 맞춘 후 우리는 출발했습니다!
여수~남해 페리를 타면서 첫째날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죠.
출발하자마자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영어에서 “억수(Torrential downpour)”는 자주 쓰이는 표현이 아닙니다만, 어제 내린 비에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 분 안 지나서 학생들, 대사관 직원들, 제 친구들인 민병윤, 김창완, 구자열 대한사이클연맹회장, 김동환 등 우리 모두는 흠뻑 젖었습니다. 남해 경치는 아름다웠습니다만, 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비가 잦아 줄었고, 남해의 자연 경치를 일부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벼가 익을수록 논밭은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남해 주민들이 멸치잡이를 위해 섬주변에서 멸치그물을 사용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점심때 멸치쌈밥을 맛있게 먹어보니, 남해에서 계속 멸치잡이를 하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아침에는 비 때문에 안 느껴졌던 더위가 오후에 찾아왔고, 일부 참가자들은 다리에 쥐가 났지만, 구불구불한 언덕과 남해~사천을 연결하는 다리도 몇 개 소화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아름답고 재미있는 구간이었습니다.
김충석 여수시장님, 그리고 자전거를 타기 위해 여수까지 내려와준 제 친구들과 함께
남해 경치가 예쁘기는 하지만, 진정한 즐거움은 학생 참가자들을 만나는데 있습니다. 자전거, 한국전쟁 역사, 한미 관계, 혹은 이중 무엇이든 관심있는 학생들을 매일 10여명씩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한국, 미국, 중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도 있고, 심지어 평양에서 태어난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또한 자전거 경험이 많은 참가자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최선을 다했고, 자전거를 다 타고 하루를 마칠 즈음에도, 피곤하지만 명랑한 학생들은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무척 신나게 놀았습니다!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면서 남해의 자연경치를 즐기는 모습
우리를 삼천포로 빠지게 한 (!) 아름다운 남일대 해수욕장
저녁을 먹으면서, 자전거와 한미 관계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되돌아보고 얘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미 관계가 자전거와 같다는 제 설명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자전거처럼 항상 앞으로 나가야합니다. 가는 길에 때로는 오르막길도 있고, 장애물도 있습니다. 때로는 예상보다 빨리 움직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우리는 앞으로 진전해야합니다. 앞으로 여러 방면에서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게 될 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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