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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 급 항공모함

바래미나 2019. 1. 7. 13:42

퀸 엘리자베스 급 항공모함
해상왕국의 명성을 탈환하기 위한 왕립해군의 새로운 항모

        
스코틀랜드 해안에서 핵심 체계 테스트 항해 중인 퀸 엘리자베스함의 모습. <출처: UK MOD/Aircrew>

개발의 역사

한때 사실상 세계를 지배하며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를 이룩했던 영국은 2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해양제국의 주도권을 신생 미 해군에게 뺏겼지만, 대전 이후에도 여전히 다수의 항모를 운용하며 옛 해상제국의 명맥을 유지했다. 영국은 1980년대에 들어서며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었음에도 자국령인 포클랜드(Falkland) 제도가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받자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항모전단을 앞세워 지구 반바퀴를 돌아가는 대 원정을 감행하여 해외 영토를 지켜냈다.

영국은 2차대전 이후 오데셔스급 항모를 실전배치하면서 해상제국의 면모를 유지했다. <출처: 영국 해군>
이 상황에서 영국 정부는 프랑스 정부와 영-불 공동으로 해군 연구단을 발족하기로 했으며, 1998년 쌩 말로(Saint-Malo) 선언을 통해 영국의 토니 블레어(Tony Blair, 1953~) 총리와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 1932~) 대통령은 공동으로 통합 유럽연합 방어군의 창설 작업 개시를 선언했다. 토니 블레어 행정부는 1997년 5월부터 영국이 기 보유한 모든 무기 체계를 재평가했으며, 향후 항모 전력은 공세 자산의 항공 전력을 최대한 넓은 범위에 전개할 수 있어야 하므로 현존하는 항모들의 수명 주기가 끝나면 두 척의 대형 항모로 대체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여기서 왕립해군은 최대 4~50대의 함재기/헬기 전개가 가능한 만재배수량 4만~5만 톤 급의 항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빈시블급은 3척이 건조되어 일러스트리어스(R06) 항모가 2014년 퇴역하면서 사라졌다. <출처: 영국 해군>
영국 국방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인빈시블(Invincible)급 항모의 대체 함 연구를 시작했으며, 여기서 현존 인빈시블을 재활용하여 수명을 늘리는 방법, 민간 선박을 군용으로 전환하는 방법, 목적지향형으로 설계한 항모를 도입하는 방법 등 세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영국 정부는 1999년 1월 25일 자로 아직 평가 단계인 항모 대체 사업 입찰을 시작하면서 보잉(Boeing),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ritish Aerospace), 록히드-마틴(Lockheed-Martin), 마르코니(Marconi) 전자, 레이시온(Raytheon), 톰슨-CSF(Thompson-CSF) 6개 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았다. 영국 정부는 1999년 11월 자로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1999년 11월 30일 자로 ‘BAE 시스템즈’로 개명)와 톰슨-CSF(2000년에 ‘탈레스[Thales] 그룹’으로 개명) 컨소시엄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영국 정부는 이 중 BAE 시스템즈 설계를 탈락시키고 탈레스 측 설계를 채택했으나, 여기서 영-불 간의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하여 결국 BAE 시스템과 탈레스, 밥콕 인터내셔널(Bobcock International), 영국 국방부, 로사이스(Rosyth) 조선소로 구성된 “에어크래프트 캐리어 얼라이언스(Aircraft Carrier Alliance, ACA)” 컨소시엄에 사업권을 주게 됐다. 퀸 엘리자베스급의 최종 설계는 탈레스가 제출한 설계를 바탕으로 하여 2007년에 최종 승인됐으며, 이 사업을 통해 두 대의 항모를 각각 2016년과 2018년에 36억 5천만 파운드(한화 약 5조 1,800억 원) 예산으로 건조하기로 했다.
스코틀랜드 로사이스(Rosyth)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퀸 엘리자베스의 모습. 사진은 인근에 정박 중이던 칼레도니아(HMS Caledonia)함에서 촬영한 것이다. <출처: UK MOD/Andrew Linnett>
한편, 왕립해군은 유고 내전과 걸프전에 항모를 전개하면서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였지만, 냉전 종식으로 인해 대규모 상설 군대를 유지할 이유가 낮아졌고, 2000년대 말에 터진 유럽 경제 위기의 여파로 국방비가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2010년 5월에 보수-자유 민주 연립정권이 들어서자 이 해에 발간된 2010년 전략 국방 안보 검토서(Strategic Defense and Security Review)는 대대적인 국방비 절감을 권장하게 된다. 이 검토서는 국방부의 획득비용 중 380억 파운드가 과도하게 지출됐으며, 정부조차 예산 적자 때문에 지출 감액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최대 10~20%의 국방비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놓고 영국 정부와 군은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였으나 결국 최종적으로는 국방비를 4년간 7.7%가량 감액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인빈시블급의 빠른 퇴역으로 무항모 시대를 맞은 영국 해군은 알비온 상륙함을 기함으로 사용해야만 했다. <출처: 영국 해군>
이에 따라 왕립해군은 예산이 줄게 되자 운영비 절감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우선 2010년 부로 고정익 수직이착륙(VTOL) 항공기인 AV-8 해리어(Harrier) II(GR9)가 전량 퇴역했고, 이에 따라 해리어를 주력 함재기로 운용하던 헬기 항모들도 모두 퇴역하게 되었다. 일러스트리어스(HMS Illustrious, R06)함 역시 예정보다 빠른 2014년 8월 28일 자로 퇴역했고, 그 다음에는 원래 2016년에나 퇴역할 예정이던 아크 로열(HMS Ark Royal, R07)함마저 2011년 3월 11일 자로 퇴역했다. 이렇게 인빈시블급(Invincible-Class) 항모가 모두 퇴역해버리자 왕립해군의 기함은 강습상륙함 알비온(HMS Albion, L14)으로 임시 대체하기에 이르렀으며, 왕립해군은 사실상 무(無) 항모 시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영국해군은 퀸 엘리자베스급 2척을 요구했지만 사업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2번함의 건조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까지 제기되었다. <출처: 영국 해군>
퀸 엘리자베스급의 건조도 이와 같은 주변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초 왕립해군은 퀸 엘리자베스급을 “슈퍼 캐리어(Super Carrier)”로 부르며 인빈시블급의 3배에 달하는 65,000톤으로 잡았으며, 이는 영국이 일찍이 보유했던 함정 중 단연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 시작 6년 뒤인 2013년에 재 산정한 예상 건조액은 최초 예산으로 잡혔던 36억 5천만 파운드를 크게 상회한 55억 파운드로 올라있었으며, 그나마도 2번 함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Prince-of-Wales) 항모의 계획이 불투명해져 왕립해군은 10년 이상 항모 없는 해군이 돼야 할 공산이 커졌다.

특히 유럽 경제 위기의 여파가 계속 이어지면서 퀸 엘리자베스급 건조 계획은 제때 착수를 못했을 뿐 아니라 2번 함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은 건조를 취소하던가 완성 후 예비 함으로 돌리는 방안이 검토됐다. 하지만 2014년에는 캐머런 총리가 두 항모를 모두 실전 배치를 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고, 2015년에는 영국 정부가 전략 국방 안보 검토서(SDSR)를 통해 두 항모를 모두 실전 운용할 계획임을 천명하면서 사실상 왕립해군의 2개 항모 운용 계획을 공식화했다. 특히 SDSR 2015는 두 항모 중 하나에 “향상된 상륙전 능력”을 부여할 것임을 명시했다.
2014년 영국 로사이스(Rosyth) 조선소에서 건조중인 퀸 엘리자베스 항모 <출처: 영국 국방부>
퀸 엘리자베스급에는 영국이 적극적으로 공동 개발에 참여한 합동공격기(Joint Strike Fighter, JSF)를 최대 36대까지 탑재하도록 했다. SDSR 2015는 두 항모에 탑재시킬 항공기와 예비 항공기를 도합하여 최대 138대의 JSF 항공기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이때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형상을 구입할 예정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었다. 이 당시 이미 JSF 사업의 승자는 록히드-마틴(Lockheed-Martin)의 F-35가 되어 있었으므로, 영국 국방부는 록히드 측과 탑재기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왕립해군은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에 탑재시킬 함재기를 놓고 여러 차례 결정을 번복했다. 최초 항모 설계 단계부터 어레스트 와이어(arrest wire)를 빼기로 했기 때문에 퀸 엘리자베스급에는 단거리 이함/수직 착함(STOVL, Short Take-Off but Vertical Landing) 방식이 불가피했다. 이에 따라 두 항모에는 처음부터 F-35B와 OV-22 오스프리(Osprey) 틸트로터(tiltrotor) 항공기, 헬리콥터를 탑재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1966~) 행정부는 CATOBAR(Catapult Assisted Take-Off, But Arrested Recovery: 캐터펄트 이함, 어레스트 와이어 착함 방식) 설치나 미 해군 함재기에 설치된 전자기 항모 이함 체계(EMALS: Electromagnetic Aircraft Launch Systems) 설치를 논의하면서 함재기를 F-35C로 변경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뒤 설치 비용과 운용 비용 문제 때문에 이/착함(離/着艦) 시스템 탑재를 취소하게 되어 F-35B로 번복하게 되자 캐머런 정부는 혼선만 야기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이때의 번복 때문에 F-35B 인도 계획만 3년이 미루어져 당초 2020년에 실전 배치 예정이던 왕립해군 F-35B는 2023년까지 약 24대가 인도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퀸 엘리자베스급의 함재기로는 논란 끝에 F-35B 수직이착륙기가 선정되었다. <출처: 미 해군>
2018년 9월 28일, 왕립해군의 네이선 그레이(Nathan Gray) 준장이 조종하는 F-35B 라이트닝 II가 미국 메릴랜드(Maryland) 주에서 이륙하여 퀸 엘리자베스 갑판에 수직 착함하면서 만 8년 만에 처음으로 왕립해군 항모에 함재기가 착륙했다. 이는 다시 왕립해군이 항모 시대를 열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왕립해군은 이날 이후 11주 동안 500회가 넘는 F-35B의 수직이착함 테스트를 실시 중이며, 퀸 엘리자베스함은 2020년~2021년 경부터 본격적인 실전 배치에 들어갈 예정에 있다.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의 항행장면 <출처: 유튜브>

특징
퀸 엘리자베스 항모의 측면 모습. 따로 떨어져 있는 두 개의 함교, 그리고 항모 전면에 설치된 스키 점프대가 눈에 띈다. <출처: US Naval Air Systems Command/Royal Navy Courtesy Photo>
영국이 보유한 유일한 항공모함 전력인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는 총 2척이 건조되고 있으며, 선두 함인 퀸 엘리자베스함(HMS Queen Elizabeth)은 이미 실전 배치에 들어간 상태이고, 2번 함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HMS Prince of Wales)함은 2019년까지 왕립 해군에게 인도하여 2023년부터 전개할 예정에 있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는 전장 280m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영국 의회건물보다 길다. <출처: 영국 해군>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는 총 1,600명의 승무원을 태울 수 있으나 평균 672명 정도만 탑승하면 운항이 가능하다. 통상적으로는 함재기 관련 인원을 제외한 679명이 승선한다. 항모에는 총 470개의 선실 내에 1,600개의 침대가 마련되어 있으며, 이 시설은 함에 동승하는 왕립해병대 예하 1개 중대 250명도 함께 사용한다. 퀸 엘리자베스급의 비행갑판은 280m 정도로 337m에 달하는 제럴드 포드급(Gerald R. Ford-Class)이나 332m의 니미츠급(Nimitz-class)보다는 갑판이 짧지만, 사실상의 항모 역할을 하는 아메리카급(America-class) 강습상륙함의 비행갑판(257m)이나 해상자위대의 이즈모(出雲)급 헬기 구축함(248m) 갑판보다는 길다. 하지만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는 앞서 퇴역한 인빈시블급 항모의 3배 크기에 달하며, 만재배수량은 65,000톤을 자랑한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의 내부구조 <출처: Aircraft Carrier Alliance>

From: Web,  출처/Daum Cafe: 한국 네티즌본부.kr 재 편집

조선소에서 건조 중에 촬영된 퀸 엘리자베스 함 내의 격납고 갑판 모습. 해당 갑판의 넓이는 33.5m x 155m에 높이 6.7~10m로, 약 20대 이상의 고정익/회전익 항공기를 수납할 수 있다. <출처: UK MOD/POA Carl Osmond>
외부의 비행갑판 아래층에는 9개의 격납고 갑판이 설치되어 있으며, 각 격납고 갑판은 155m x 33.5m, 높이 6.7~10m이기 때문에 최대 20대의 고정익 항공기와 헬기를 동시 수납할 수 있다. 이들 항공기는 두 개의 대형 엘리베이터를 통해 비행갑판으로 이동하며, 각 엘리베이터는 F-35 크기의 항공기 2대를 60초 내에 갑판 위로 올려놓을 수 있다.
첫 수직이착함 테스트를 실시한 F-35B의 모습. 뒤에 함재기의 이착함을 통제하는 후미 함교가 보인다. <출처: US Naval Air Systems Command/Royal Navy Courtesy Photo>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에는 자체 방어용 무장으로 미사일 방어를 위한 팰렁스(Phalanx) 근접무기체계(CIWS: Close-In Weapon Systems; '시위즈'로 발음) 3대가 설치되어 있어 필요 시 주변에 탄막으로 ‘커튼을 쳐버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함재기가 뜨고 내려야 하는 항모의 특성 상 기류를 어지럽히거나 선체를 흔드는 미사일류를 설치할 수 없으므로 초음속 대함미사일 위협 등에 대해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왕립해군에는 호위함과 구축함을 도합해봐야 19척 이하 밖에 없으므로, 항모를 보호하기 위해 정족 함정 수인 6척을 동원할 경우 사실상 왕립해군 수상함의 1/3을 동원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함의 스키 점프대에서 이함 중인 F-35B 라이트닝 II. <출처: 미 해군>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에는 승선자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우선 영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편의시설인 선내 펍(pub)인 “퀸즈 헤드(Queen’s Head)”가 고급 부사관 및 준사관 식당 옆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파는 맥주에는 전부 독특한 이름이 붙어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세계 맥주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바 있는 “6X 에일(Ale)”, 항모에서 이름을 딴 “항모(Carrier) 에일”, 그리고 2차세계대전 때 사용한 왕립해군 어뢰의 이름을 따다 붙인 "소드피시(Swordfish) 에일” 등이 있다. 함 내에는 극장, 운동 시설도 설치되어 있으며, 67명의 조리사들이 한 시간 동안 최대 960인분의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4개의 대형 구내식당도 마련되어 있다. 퀸 엘리자베스급에는 11명의 의료진이 승선하고 있으며, 총 8개 병상과 대형 수술실, 치과 진료실도 설치되어 있다.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의 선내 펍(Pub) <출처: 유튜브 채널>

운용 현황
모항인 포츠머스 항구에서 첫 출항 중인 퀸 엘리자베스함의 모습. <출처: UK MOD/LPHOT Keith Morgan>
영국 왕립해군이 건조한 사상 최대 규모의 함정인 퀸 엘리자베스 항모는 전 세계에서도 미 해군의 니미츠(Nimitz)급 항모와 제럴드 포드(Gerald R. Ford)급 항모 다음으로 큰 항모다. 하지만 퀸 엘리자베스급은 규모 면에서 미국의 슈퍼 캐리어 급 항모에 미치지 못한다. 당장 건조 가격부터 100억~140억 달러에 달하는 미 해군 슈퍼 캐리어들과 달리, 퀸 엘리자베스급의 건조 가격은 80억 달러에 불과하다. 또한 퀸 엘리자베스급의 승조원 수 679명과 항모전투단 소속 인원 1천여 명을 모두 합쳐도 미 해군 슈퍼 캐리어의 1/3에 불과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원자력 추진인 미 해군 항모에 비해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는 재래식 추진체계를 사용하므로, 최대 항속거리 등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퀸 엘리자베스함의 함명식 장면. 퀸 엘리자베스함의 스폰서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직접 맡았다. <출처: UK MOD/CPOA Thomas Tam McDonald>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 건조 사업은 1999년부터 시작했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실제 건조 작업이 시작된 것은 2008년 5월이었다. 영국 정부는 이 날 “퀸 엘리자베스급 건조의 청신호”가 켜졌다고 언급한 후 BAE 시스템과 VT 그룹이 합작회사(JV) 설립을 완료하면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합작사인 BVT 수상함대(BVT Surface Fleet) 사가 2008년 7월 1일부터 운영에 들어갔으나, 얼마 후 VT 그룹이 지분을 모두 BAE에 넘겼기 때문에 해당 회사는 BAE 시스템즈 수상함(Surface Ships) 조선소로 개명했다.

 영국 국방부는 2008년 9월 1일 자로 주요 장비에 대한 5,100만 파운드 규모 계약을 체결했으며, 다시 3,400만 파운드로 퀸 엘리자베스급 두 함정의 주요 무기체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0월 6일에는 롤스-로이스사와 엔진 및 발전기 등 주요 추진체계 구성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라서게 되었다. 두 항모 건조 사업에는 총 90개 업체 소속 10,000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이 중 7,000명 이상이 6개 조선소에 모여 항모 건조 작업을 진행했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에 착함 중인 F-35B 수직이착륙전투기 <출처: 영국 해군>
퀸 엘리자베스함(R08)은 2009년 7월 7일에 용골(龍骨) 거치 행사를 갖고 5년 뒤인 2014년 7월 4일에는 스폰서(sponsor)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Queen Elizabeth) 주관으로 함명식 행사를 치렀다. 퀸 엘리자베스함은 2014년 7월 17일에 진수한 후 2017년 6월 26일부터 해상 시험에 들어갔으며, 같은 해 7월부터 F-35B를 탑재하여 함재기 운용 시험을 시작했다. 엘리자베스함은 2018년 말까지 F-35B 비행 시험을 마칠 계획에 있으며, 2020년까지 실전 배치에 들어갈 예정에 있다. 2번 함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R09)은 건조와 취소 결정이 반복되다가 2010년 전략 국방 안보 검토서(SDSR)를 통해 “취소 시 감당해야 할 비용이 건조를 진행하는 것보다” 크다는 결론이 나 최종적으로 건조를 재개하게 됐다.

최초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에는 캐터펄트(Catapult)로 항모를 이함 시키고 어레스트 와이어로 착함시키는 CATOBAR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설계 변경 및 CATOBAR 장비 설치에 20억 파운드가 추가된다는 계산이 나오자 최초 안인 STOVL(Short Take-Off and Vertical Landing) 방식으로 건조됐다. 웨일스함은 2011년 5월 26일부터 건조에 들어갔으며, 한때 영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퀸 엘리자베스함만 실전 배치하고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은 예비 함으로 돌리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2014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왕립해군의 완전한 항모 타격 능력 확보를 위해 두 함을 모두 실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은 2019년 왕립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며, 이때부터 F-35B 운용 테스트에 들어가 2023년부터 실전 운용에 들어갈 예정이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에서 첫 착륙 성공한 F-35B 전투기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자매함


R08 '퀸 엘리자베스'함: 2009년 7월 7일 자로 용골을 거치했으며, 2014년 7월 4일 자로 스폰서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함명식을 주관했다. 2014년 7월 17일에 진수한 후 같은 해 12월 7일에 취역했다. 현재 고정익 항공기 시험 운용을 위해 미국까지 항해 중이다. 

항해 중인 영국 왕립해군의 퀸 엘리자베스함. 2017년 색슨 워리어(Saxon Warrior) 연습에 참가 중인 모습이다. <출처: 미 해군>
R09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 2011년 5월 26일에 용골을 거치했으며, 같은 해 9월 8일에 스폰서인 로스시(Rhthesy) 공작부인(찰스 왕세자의 부인인 카밀리아)가 함명식을 주관했다. 2017년 12월 21일 자로 진수한 후 현재 구조물 공사 중에 있다.
건조 중인 퀸 엘리자베스급 2번 함 프린스 오브 웨일스(Prince of Wales)함의 모습. <출처: UK MOD/Andrew Linnett>


제원


- 종류: 항공모함
- 제조사: 에어크래프트 캐리어 얼라이언스(Aircraft Carrier Alliance) 컨소시엄 (밥콕 인터내셔널, 탈레스 그룹, A&P 그룹, 로사이스 조선소, 영국 국방부, BAE 시스템즈)
- 전장: 280m
- 전폭: 39m (흘수)/73m (평균)
- 전고: 11m
- 만재배수량: 64,000 톤 
- 갑판 넓이: 16,000㎡ (총 9개 갑판)
- 주요 동력: 36MW 롤스-로이스(Rolls-Royce) 마린 트렌트 MT30 가스 터빈 엔진 X 2
          11.6MW 바르질라(Wärtsilä) 38 마린 디젤 엔진 X 4
- 추진체계: 완전 통합형 전기추진체계
          20MW 컨버팀(Converteam) 고급 인덕션 모터 X 4
          샤프트 X 2 
          고정식 핏치(pitch) 프로펠러
- 최고 속도: 25 노트 (46km/h)
- 항속거리: 최대 19,000km (10,000 해리)
- 탑승 병력: 250명~900명
- 승조원: 679명 (함재기 관련인원 제외)/최대 1,600명 탑승
- 센서 및 처리 체계: 997식 아티산(Artisan) 3D 중거리 레이더
                 S1850 지역 수색용 레이더 
울트라 일렉트로닉스(Ultra-Electronics) 2500 시리즈 전자광학체계 (EOS)
                 글라이드식 경로 카메라 (GPC)
- 무장: 팰렁스(Phalanx) 근접방어체계(CIWS) X 3
      30mm DS30M Mk.2 기관포
      미니 건
- 함재기: 약 50대~70까지 수납 가능
        F-35B 라이트닝(Lightning) II
        치누크(Chinook) 헬기
        AH-64/WAH-64 아파치(Apache) 헬리콥터
        멀린(Merlin) HM2 / HC4 헬리콥터
        와일드캣(Wildcat) AH-1/HMA2 헬리콥터
        멀린 크로우즈네스트(Crowsnest) AEW 헬리콥터
- 함재기기: 이함용 스키점프대 /비행 갑판/ 격납고 갑판/ 항공기용 엘리베이터 2대
- 건조 가격: 80억 달러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했으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