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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미국인에게 독일어를 가르치는 한국인|나의 미국 이야기

바래미나 2013. 2. 14. 23:16

 

영어로 미국인에게 독일어를 가르치는 한국인

김 길 남

  지구촌이란 말이 유행어가 된 것이 불과 수십 년 전이다. 정보통신의 급격한 발달은 이 세계의 지구촌화를 앞당겨 놓았다. 지구 어디에 살아도 세계화의 영향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되었다. 그 중심에 미국이 있다. 미․소 양국으로 대치되던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영향력은 국제정치, 경제 분야에서 엄청나게 미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GDP의 30%를, 전 세계 국방비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연방 국가 이긴 하지만 50개 주를 대표하는 연방정부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외면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세계 공용어로 정착한 영어가 경쟁력의 필수사항으로 등장했다. 따라서 영어를 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들은 경제성장의 주요한 부분을 메꾸기 위하여 영어교육을 우선순위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경쟁적으로 영어교육에 특별정책을 배려하고 있다.

세계정세에 민감한 한국에서는 앞으로 영어를 모르면 성공과 출세의 기회가 박탈되고, 평범한 삶은 고사하고 노숙자로 전락한다는 극단론으로까지 발전하여 영․유아 영어 조기교육의 열기로 한국사회가 뜨겁다.

영어만 잘하면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출세를 한다는 생각은 빨리 버려야 한다. 영어는 이미 외국어가 아니고 국제사회의 기본언어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영어는 자기의 전문분야를 활용할 수 있는 도구에 불과하지 영어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아니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다른 글과 말은 모르고 영어만 아는 미국인 거지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위스콘신 주 메디슨에서 한인회장을 역임한 심영철 씨는 한국에서 유아영어교육이나 조기교육 혹은 특별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아니하고, 한국에서 초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평범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다. 그는 한국에서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학교에서 배운 영어교육을 기초로 하여 영어로 독일어를 공부하여, 미국학생들에게 영어로 독일어를 가르치는 한국인 독일어 교사이다.

한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영한사전도 없던 시대에 1895년 배재학당을 졸업하고, 워싱턴대학을 1905년에, 하버드대학에서 석사를 1907년에, 그리고 프린스턴대학에서 1908년 국제 정치학박사를 받았다.

1866년에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난 서재필박사는 펜실베니아 주의 헤리허먼 고등학교를 1889년에, 워싱턴대학 의대를 1893년에 졸업하여 한국인 최초로 미국 고등학교 및 대학의 졸업생, 의사가 되었다. 1888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시민권을 취득하였으며, 1895년 마리아 암스트롱과 결혼하여 한국인 최초로 국제결혼을 하여 한국인 최초의 기록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1907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부동산임대업Office Supply을 개업하였으며, 1937년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으로 병원을 개업했다. 서재필박사는 13세의 어린 나이로 고종황제 어전에서 장원급재한 수재이긴 하지만 미국에 입국하기 전에 영어공부를 별도로 했다는 기록은 없다.

1903년 하와이에 농장취업으로 한국 사람이 이민을 왔기 때문에 그때 당시에는 미국이나 한국에 영한사전이나 한영사전이 없었다. 영어단어 하나하나를 몸으로 확인하고 익히며 공부해야 했다.   

워싱턴 주 상원의원 신호범 박사는 영어조기조육은 고사하고 한국에서 18세까지 아무 교육도 받지 못하고 미국에 와서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고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수까지 된 사람이다.

1960년도까지 한국에서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와서 미국 병원에서 일하는 한국인 간호사들은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간호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다. 중고등학교에서 6년간 영어를 공부한 것이 영어교육의 전부이다. 그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미국사람들이 치는 간호사국가시험에 당당하게 합격하여 미국 간호사로 일해 왔다. 당시 한국에는 간호대학은 없었고 간호고등학교만 있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새우잠을 자는 기러기 아빠나 과외 수업비를 벌기 위하여 유흥업소에 주저 없이 몸을 던지는 한국의 엄마들은 자녀들에게 ‘생선을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유태인 탈무드의 교육지침을 ‘교육환경개선’으로 착각하고 있다. 목적 성취를 위하여 환경을 극복하고 활용하는 지혜와 의지 그리고 용기로 무장시키는 것이 물고기 잡는 법이다.

영어가 필수불가결한 시대가 온다고 하여, 자녀들의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부모의 삶을 송두리째 거는 것은 부모나 자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보다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유복한 성장기를 가지는 대신 위기환경극복능력의 부족으로 기나긴 인생여정에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취약점이 있다. 반면에 가난하여도 성장기에 고생하고 자란 아이들은 위기환경극복능력이 강하다. 신은 인간을 창조할 때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위기환경은 만들지 않는다. 다만 극복의지가 약하거나 방법을 모를 뿐이다.

사정이 이러하거늘 영어 하나에 목숨을 거는 오늘 이 땅의 세태가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