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동차 관련-여러가지-

[시승기]애스턴마틴 One-77, 세계 최초 시승[19]

바래미나 2012. 5. 24. 01:33

[시승기]애스턴마틴 one-77, 세계 최초 시승[19]

 아이오토카 | 2012.05.21

   
 
애스턴 one-77을 타고, 게이던 테스트 트랙의 완만한 커브에 접근했다. 사실 커브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약간 휘어진 직선 같았다. 하지만 우리의 차는 시속 210km를 넘어서고 있었고, 밋밋해보였던 커브는 위험천만한 장애물로 돌변했다. 그러나 one-77은 속도를 낮추지 않고 그대로 돌진했다. 스피드는 계속 올라갔다. 일반적인 세단들이 시속 100km 이하에서 어렴풋이나마 꿈꿀 가속도였다. 우리는 위기로 치닫았지만 다행히 이 트랙은 폭이 아주 넓었고, 트랙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고 라인을 잡을 수 있었다.

직선 구간에서 가차 없이 스피드가 올라갈 때는 잠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코너의 턱밑에서 우리는 잠시 가속을 멈췄고, 나는 다시 한 번 속도계를 흘낏 봤다. 시속 160km 직전. 드라이버가 매끈하게 오른쪽으로 스티어링을 꺾자 코너링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 억센 코너링 파워 앞에 롤링이 무릎을 꿇었고, 신비롭게도 우리 차는 완벽한 라인을 그었다.

   
 
우렁찬 V12 엔진 사운드 위로 피렐리 타이어가 5~6초간 아스팔트를 움켜잡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긴 커브에 이어 다시 직선코스가 나왔고, 힘차게 가속했다. 액셀을 바닥까지 밟으며 시속 320km(실제로 310km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를 향해 달렸다. 5→6단으로 마지막 변속을 했을 때 차는 쿨하게 시속 290km에 올라섰다. one-77은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다.

어느 모로 범상하지 않은 하루였다. 지금까지 유럽의 어느 기자도 누릴 수 없었던 기회가 내게 찾아왔다. 140만 파운드(약 25억원)짜리 애스턴 one-77에 내 엉덩이를 들이밀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 애스턴의 수장 울리히 베즈는 엄명을 내렸다. one-77이 모두 팔릴 때까지, 즉 고객이 77명을 넘을 때까지 외부인을 차안에 절대로 들여놓지 말라는 것. 실없는 기사가 나가 one-77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이 차를 사려던 고객의 의욕이 꺾여서는 안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날도 나는 운전석에 들어갈 수 없었다. 우리 차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주인공은 one-77 프로그램의 수석 엔지니어이며 베테랑 드라이버 크리스 포릿. 차선책으로 이 차를 만드는 작업에 처음부터 관여했던 친구 옆에 다소곳이 앉는다는 조건이 따랐다. 그는 이 차의 디자인과 기술에 통달했을 뿐 아니라 760마력을 침착하게 다룰 수 있는 인물. 내가 단 하루, 아니 한 달이 걸려도 따라 잡을 수 없는 달인이었다.
     

포릿에 따르면 약 4년 전 one-77 제작팀이 이 과제를 넘겨받았을 때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첫째, 애스턴이 만들 수 있는 최고, 최고속, 최첨단과 가장 혁신적인 차여야 한다는 것. 제작비에는 거의 한계를 두지 않았다. 둘째, 애스턴이 차세대 모델에 사용할 디자인과 핵심 기술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비록 4년 전 one-77의 구상이 나왔지만, 지금도 이 수준을 넘어설 수는 없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존 모델의 알루미늄 VH 플랫폼은 물러났다. 대신 극도로 강성이 높은 레이스형 수제 카본파이버 섀시 터브가 들어왔고, 앞/뒤 양쪽 끝에 카본과 알루미늄 구조를 받아들였다. 가변형 ‘충돌 캔’(Crash Can)으로 뒤쪽은 서스펜션과 트랜스액슬, 그리고 앞쪽은 서스펜션과 엔진을 보호한다. 기존의 단조 위시본 서스펜션은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경주용 스프링과 댐퍼를 위해 새로운 차내 마운팅 시스템을 고안했다. 이로써 보닛과 차 전체의 지상고를 낮췄고, 동시에 스프링이 받치지 않은 무게를 줄였다.

한편 섀시는 아름다운 알루미늄 패널을 입혔다. 에어버스가 항공기용으로 고안한 본딩방식을 활용했다. 이 차의 수많은 금속 부품(서스펜션 픽업, 벨 크랭크, 엔진 마운트, 브래킷)은 대체로 알루미늄을 공작기계로 다듬어 만들었다. 그런다음 48밸브 V12 엔진을 코스워스로 보내 다시 손질했다. 배기량을 7.3L(보어와 스트로크를 조절해)로 키웠고, 무게를 10% 줄이고 출력을 700마력 이상으로 끌어올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출력은 760마력(토크는 76.3kg·m)까지 뛰어올랐고, 무게는 10%가 아니라 15%나 줄었다. 구형 슈렁크인 실린더 라이너를 버리고 스프레이식 보어 코팅으로 감량을 도왔다.

   
 
디자인팀은 전과 다른 애스턴 스타일을 개발했다. 높이를 낮추고 허리를 늘린 보디, 거대한 엉덩이, 소형 오버행, 뒤로 물러난 실내, 신기술 조명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벌써 몇 년 전부터 낡아보였던 다른 애스턴 모델의 실내를 현대화·단순화했다. 금속장식 부품은 모두 빌릿을 초정밀 가공하여 만들었다. 안팎을 가리지 않고 모든 표면은 고품질 정밀가공의 자취가 역력하다.

   
 
믿음직한 연륜과 경력을 갖춘 인재들이 마치 자동차 수술실과 같은 분위기에서 스위스 시계처럼 정밀 조립한 애스턴 one-77이 태어났다. 그리고 가장 부유하고 명망이 높은 고객 77명을 찾아간다. 아무리 경제가 불황을 헤매도 77의 가격은 140만 파운드(약 25억원). 잘 팔릴까? 이미 나온 실적이 말해준다. 지난주 우리가 방문했을 때 77대 중 65번째 차가 고객을 찾아갈 준비를 마쳤다. 포릿은 바람직한 제품을 만들면 팔린다고 장담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기존의 애스턴 마틴과 규격이 얼마나 다른가를 당장 알 수 있다. one-77은 DBS DB9와 길이는 거의 같지만 휠베이스가 50mm나 더 길다. 그리고 인보드 앞 서스펜션의 영향을 받아 차체가 낮다. 그런 조건과 함께 새로운 드라이 섬프 시스템으로 엔진이 뒤로 멀리 물러나고, 100mm나 아래로 내려갔다. 따라서 운전석도 100mm 내려갔지만 전체 높이는 80mm 낮아졌을 뿐이다. 실내의 머리 공간을 20mm 더 키웠기 때문. 실내는 뒷액슬을 향해 훨씬 뒤로 물러났다. 따라서 순수한 2인승. 말벌허리처럼 생긴 보디를 드나들기는 아주 쉽다.

   
 
버터플라이 도어를 열면 애스턴다운 실내(낮은 시트, 수많은 두줄박음 가죽, 큼직한 ‘폭포형’ 센터콘솔)가 드러난다. 그리고 다른 모델에서 가져온 보석 같은 속도계와 타코미터가 눈에 띈다. 좌석은 아주 낮고 깊은데 옆구리가 높다. 그럼에도 시야는 여전히 좋다. 대시보드는 가파른 절벽이 아니라 양지바른 고원과 같다. 분명 미래의 애스턴에 들어올 트렌드다.

매끈하게 시동이 걸린 뒤 V12 엔진이 요란하게 살아났다. 처음 몇 초 만에 분명해졌다. 이 차에서 압도적인 사운드는 엔진에서 나왔다. 이글거리는 기계음과 흡기의 폭음이 터져 나오고 스포트 모드에서 엔진이 2,200rpm을 지나자 거의 모든 배기음이 그대로 실내로 밀려들었다. 노멀(또는 타운 모드)에서 인보드 컴퓨터가 한층 더 듬직한 4,500rpm까지 드로틀 밸브를 닫았다. 그럼에도 목청은 우렁찼다.

   
 
One-77은 6단 자동화 수동변속기(듀얼클러치가 아니다)를 사용한다. 디퍼렌셜과 맞추기가 훨씬 쉬울 뿐 아니라 가볍다. 막강 토크를 소화하기에 충분하게 변속기를 손질했다. 시가지에서 중간회전대에는 매끈한 저속 변환이 가능하다. 사운드트랙이 절정에 치달을 때 기어변환도 빨라졌다. 일부 오너는 ‘드라이브 오토’(drive auto) 세팅을 좋아하겠지만, 포릿은 단 한 번도 손대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아주 단단했으나 차체는 언제나 평형을 지켰다. 긴 휠베이스와 아주 넓은 트레드 덕택이었다. 차폭은 2m를 살짝 밑돌고, 바퀴는 앞뒤 모두 차폭을 꽉 채웠다.

   
 
포릿이 760마력을 밟아대자 서스펜션 부하가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었다. 출발과 동시에 방대한 추진력이 폭발했고, 1→2단 변속에 머리가 세차게 흔들렸다. 내 등짝은 등받이에 철썩 달라붙었다. 3단에 들어가자 스핀을 일으키려 몸부림쳤다. 억센 트랙션 컨트롤이 간신히 스핀을 막았다.

77은 부가티-맥라렌 유형의 또 다른 모델이다. 언제나 바라는 것 이상으로 빨리 달릴 수 있다. 핸들링? 거대한 휠이 초고강도 그립 타이어를 신었고, 트레드는 초광폭, 오버행은 제로. 그리고 휠베이스 안에 거의 모든 중량이 실렸다. 따라서 핸들링은 단연 중립적이었다. 바로 포릿팀이 이 룩한 큰 성과였다. 77은 대체로 라인을 굳게 지켰다. 하지만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하고 밟아대면 언제든 대담한 슬라이딩을 연출한다. 멋진 접이식 스포일러를 작동(시속 130km를 넘으면 자동으로 솟아오른다)하면 긴 고속 커브에서 잔잔한 언더스티어를 일으켰다.

   
 
따지고 보면 어느 모로나 이 차에 ‘잔잔한’이라는 형용사는 어울리지 않았다. 77은 정상을 향한 일편단심만으로도 나에게 경이 그 자체였다. 엔진 사운드는 압도적이었고, 승차감은 적어도 언제나 단단했다. 애스턴의 황제를 다룰 때는 결코 쫄지 말고 힘차게 휘어잡아야 한다. 이 애스턴은 오직 억만장자용, 고전적인 노신사용 GT라 생각했다. 그러나 애스턴 one-77은 야성적이었다. 프론트-미드십 엔진의 궁극적 고성능차이자 도전적인 드라이빙 머신이었다.

글 ·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 <AUTOCAR> 2012년 2월 22일 기사)

>> 애스턴마틴 one-77 주행영상 보러가기

ASTON MARTIN onE-77
가격 £1,440,000(약 25억7천만원)
0→시속 100km 3.7초, 최고시속 354km
연비 na, CO₂배출량 572g/km
무게 1630kg

엔진 V12, 7312cc, 휘발유
구조 프론트, 세로, RWD
최고출력 760마력/7500rpm, 최대토크 76.5kg·m/6000rpm
무게당 출력 466마력/톤 리터당 출력 105마력/L
변속기 6단 자동제어 수동

길이×너비×높이 4601mm×2204mm×1222mm, 휠베이스 2791mm
앞 서스펜션 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 다이브 지오메트리, 안티롤바
뒤 서스펜션 멀티링크, 안티스쿼트, 안티리프트 지오메트리,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398mm V 디스크(앞), 360mm V 디스크(뒤)
타이어(앞,뒤) 255/35 R20, 335/30 R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