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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강원도의 힘|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

바래미나 2011. 10. 24. 23:06
#137 강원도의 힘|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

스티븐스 대사 조회 160 |추천 0 | 2011.10.21. 16:10

이 블로그를 마무리하기 전에 지난 3년간 수차례 방문한 강원도에 대한 글을 하나 더 쓰고자합니다. 몇 년 전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요, 영화는 강원도라는 지역보다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 주였습니다. 하지만 그 제목이 제 머리 속에 남아  강원도를 여행하면서 계속 그 말을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특히, 서울에 살면서 강원도가 너무 멀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도로와 교통 인프라가 몰라보게 좋아져 눈 깜짝할 사이에 강원도에 갈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선 제가 가장 최근에 강원도에 갔던 일을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8월 말, 저는 평창에서 개최된 대관령국제음악제에 드디어 참석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매년 가려고 했지만 늘 일 때문에 가지 못했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8월에, 올해로 8회를 맞는 이 음악제에 꼭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소식은 저의 결심을 더욱 굳게 만들었지요. 평창에서는 올림픽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올림픽 기운이 벌써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잊지 못할 것은 바로 대관령국제음악제였습니다.

 

대관령국제음악제는 해마다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요, 올해는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각지에서 다양하고 인상적인 음악가들이 참여하였습니다. 몇몇은 저에게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이제 탱글우드를 비롯한 세계적인 여름 음악 축제와 함께 자신들의 1년 일정 중 고정적인 공연 일정이 되었다고 귀뜸해주었습니다.  탱글우드는 매사추세츠 주 버크셔산에 위치한 곳으로 유명한 음악 축제가 열리는 곳입니다. 그 중 한 분이 대관령국제음악제 베테랑이자 필라델피아에 있는 세계 최고 명문 음악학교 중 하나인 커티스 음악원의 총장이었습니다. 특히 한국 음악계의 성장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그 분의 의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관령 음악제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한미 양국 간 예술, 문화 교류를 여실히 보여주는 훌륭한 예입니다. 수천 명의 한국인들이 커티스, 줄리어드, 오벌린 음악대학을 비롯한 미국 명문 음악학교에서 수학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최고의 음악가들의 내한 공연은 매진되며 박식한 한국 관객들은 열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미국 음악가들은 클래식 음악을 즐기러 오는 한국 관객들 가운데 젋은 연령층이 미국보다 더 많다며 감탄했다는 말을 저에게 자주 했습니다.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저뿐만아니라 많은 미국인들이 처음 접했던 한국의 1세대 클래식 음악인인 정트리오의 리더쉽덕분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축제이기도 합니다. 정 트리오는 처음으로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 클래식 음악그룹입니다. 사실 아직도 한국 클래식 음악하면 가장 먼저 정트리오를 떠올리는 미국인들이 많답니다. 저도 젊은 시절 한국에서 살면서 정트리오의 음반을 사서 듣곧 했는데요, 아직도 그 앨범 커버를 생생히 기억합니다. 정경화씨와 정명화씨 자매, 그리고 그들의 남동생인 정명훈씨의 모습이 담긴 커버였지요. 이들은 한미 간 문화, 예술분야의 가교를 놓은 선구자들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아직도 연주자로서뿐만 아니라 젊은 인재 양성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을 알게되어 기뻤습니다.
 
정명화씨와 정경화씨는 대관령국제음악제의 공동 예술 감독이었습니다. 운좋게도 저는 정경화씨의 환상적인 바이올린 연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벨기에계 프랑스 작곡가인 세자르 프랑크의 피아노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셨는데요, 협연한 피아니스트는 미국의 케빈 케너였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했습니다. 정경화씨가 앙코르 공연을 하러 다시 무대에 등장했고 그녀는 나직한 목소리로 작고한 어머니를 기리며 고전적인 미국 노래인 스티븐 포스터의 “I Dream of Jeanie.”를 연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그 곡이 저의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곡이기도 했기때문입니다. 

 

그 전에 정명훈, 정경화씨의 서울 연주회에서 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동안 정 트리오 음반을 듣다가 정경화씨의 연주를 직접 들었을 때 느낀 감동과 흥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관령국제음악제와 정 트리오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였습니다. 그들은 유망한 젊은 음악가를 양성하는 데 강한 열의를 가지고 있고 그런 젊은 인재들을 이번 음악제에서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평창의 훌륭한 숙박시설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저는 대사관 동료들과 영월로 향했습니다. (영월하면 또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동강사진박물관에서 열린 제 10회동강국제사진제를 보기위해서였는데요, 빼어난 한국 사진 작품뿐만 아니라  안셀 아담스, 워커 에반스를 포함한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미국 사진 반세기-American Perspectives”  전도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동강사진박물관에서 백남준씨의 사진을 감상하였습니다. 

 

대관령국제음악제가 한국의 문화적 이정표가 되는 행사라면 동강사진박물관은 강원도민이 이제 국제적 문화를 포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다른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강원도는 무엇보다 아름다운 자연풍경으로 유명한 곳이죠. 즉, 제가 자전거를 안 가져올수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두 번의 멋진 자전거 일주를 했는데요, 첫번째로 아우라지에서 정선까지 굽이치는 동강을 따라 자전거를 탔습니다. 강물은 바닥이 비칠만큼 투명하고 맑았고, 산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정말 완벽한 자전거 코스였지요.  

 

다음날에는 광부들이 예전에 주로 이용했던 구도로를 타고 산악자전거를 즐겼습니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풍경이 장관입니다. 

 

겨울에는 이 산들이 훌륭한 스키장이 된다고 하네요. 지난 겨울에 저도 평창에서 스키를 타봤는데요,
저 같은 초보에게도 정말 잊지못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초보자 코스에서 스키를 타는 저의 모습입니다. 진정한 스키인들을 위한 어려운 코스도 많이 있답니다!

 

그 전에 강원도에 갔을 때는 춘천에서 강원대학교와 세계 최대 비영리 생명의학연구기관인 미국의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가 공동으로 항체 연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또 철원군 등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도 방문하고 비무장지대를 따라 분단된 강원도가 지속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안보 문제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아주 추웠던 어느 겨울날 자전거로 철원군 일대에서 백마고지와 다른 한국전쟁 격전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정호조 철원군수님께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셨고 그 곳의 역사와 아직도 남아있는 안보 과제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등산이든 역사, 그리고 첨단 기술이든 간에 “강원도의 힘”은 단순한 영화 제목 그 이상입니다. 제가 매번 강원도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강원도 경제 다변화와  환경 보호, 그리고 2018년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해 힘쓸 강원도민들의 성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