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해녀분들을 만났습니다. 구름떼같이 모여든 카메라 세례가 조금 부담스럽네요! 제가 최근 제주도에 갔었다는 것은 거의 모든 분들이 다 아시는 거 같습니다. 또 제가 한수풀해녀학교를 방문해 수백년동안 이어진 제주의 전통, 해녀 체험을 직접 했던 사실도 익히 알고 계시는 듯 합니다. 해녀학교에 도착했을 때 기자분들이 이미 많이 와계시더군요. 한국에서 사진 찍히는 일에 많이 익숙해졌고 제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언론에 항상 감사드리지만, 거의 20여대나 되는 카메라가 바닷가에 일렬로 서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잠수복과 오리발, 무거운 추 벨트를 차고 마스크까지 쓰는 것도 참으로 힘들었는데, 제 일거수 일투족이 카메라에 찍히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난감하더군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저보다 나이가 10살이상 많은 해녀분들을 따라가며 물질하기도 버거워 카메라는 더이상 의식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해녀분들은 고향마을 앞바다의 차갑고 맑은 물 속에서 저에게 심호흡과 잠수하는 방법을 열심히 가르쳐주셨습니다.
물질 체험을 함께 한 해녀분들과 포즈를 취했답니다! 해녀분들은 각자 소개를 하면서 나이 대신 몇 년 동안 해녀 생활을 했는지 말씀해주셨습니다. 제가 평생을 살아온 세월보다 더 오랫동안 해녀로 일해오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한분씩 악수를 하는데 그 손에서 굉장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또 직접 물 속에 들어갔을 때도 얼마나 힘이 좋으신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분들 모두 성장하면서 많은 혜택을 누리거나 교육의 기회를 갖지는 못했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했고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각자 겪어온 어려움은 다를지라도, 이 분들의 환한 미소와 해녀로서의 자부심은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해녀분들은 한국 여성의 위대한 힘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전쟁과 전후의 고통과 역경의 세월동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한국 여성의 역할이 적어도 서구사회에서는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습니다. 요즘 해녀가 되고자하는 여성은 드물지만 해녀의 전통이 잊혀지지 않고 있다니 기뻤습니다. 해녀의 전통은 남녀, 한국인, 외국인 할것없이 미래 세대에 자극과 영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한 평화봉사단원이 1970년대 찍은 사진인데요, 제가 아끼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해녀 체험을 할 때도 제가 문어를 저렇게 들어올린 것을 보면 이 옛날 사진이 제 무의식 속에 깊게 박혀있었나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하건데, 사실 옆에 있는 해녀분이 물 속에서 잡은 것을 저한테 건네주신 겁니다. 저는 숨을 참고 잠수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뭔가 잡을 여유가 없었답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과 함께 했습니다. 해녀 체험을 하면서 해녀분들이 잡은 해산물을 먹고나서 저는 제주도에 올 때마다 해야겠다고 다짐한 일을 했습니다. 바로 올레길 걷기인데요, 제주도 전역에 있는 여러 코스중 하나를 걸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저는 처음 올레길 체험을 했는데요 (http://cafe.daum.net/usembassy/I2bV/86), 이번에도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올레길이라는 아이디어를 창안하고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과 함께였습니다. 이번에 걸은 길은10코스로 화순해수욕장, 산방연대, 용머리해안, 사계포구와 송악산으로 이어지는 코스였습니다. 또한 이번 올레길에는 제주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7명의 풀브라이트 영어교사(Fulbright English Teaching Assistants)들도 함께 했습니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도지사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제주도는 한국에서 인구 대비 풀브라이트 영어교사가 가장 많은 곳이며 이 곳에서 근무하는 교사들 모두 제주도를 정말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1년 더 연장해서 근무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풀브라이트 영어교사, 대사관 직원들과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과 함께 했습니다. 풀브라이트는 1945년 윌리엄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이 “교육, 문화, 과학 분야의 학생 교류를 통해 국제적 선의를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한 미국 정부의 대표적인 교류 프로그램입니다. 교직 활동이나 학문 연구를 목적으로 외국으로 나가는 미국 시민과 미국을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재정적 지원이 제공됩니다. 한국에는 100명이 넘는 풀브라이트 영어교사가 전국 각지에서 영어교사이자 민간 인적 교류 대사로 충실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1966년에서 1981년까지 한국에서 활동하고 저와 한국과의 인연을 처음 맺게 해준 평화봉사단의 뒤를 이은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는 또한 서명숙 이사장님과 그 분이 올레길을 만들고 실현한 집념과 헌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꿈을 꾸면 이룰 수 있다”는 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계신 분이지요. 올레길을 따라 걸으면서 서 이사장님은 올레길을 만들면서 몇 명 안되는 직원들과 함께 어떻게 지역 주민들의 도움과 협조를 구했는지 설명해주셨습니다. 2007년부터 올레길 걷기가 시작되었는데요, 불과 몇 년만에 올레길은 이제 제주도를 찾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봐야할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따라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했습니다. 다시 한번 제주도민과, 특히 해녀로서의 삶을 엿보게 해준 전설적인 해녀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헤어질 때 “우리 해녀들 절대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제주 해녀분들의 강인함과 정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며, 한국의 아주 특별한 지역, 제주의 아름다움과 따뜻한 환대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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