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3일
이 블로그를 계속 읽어 오신 분이라면, 지금쯤 한국뿐 아니라 그 어느 나라를 둘러보는 데 있어 자전거 여행이 최고라는 저의 생각을 익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자전거를 타면, 다른 각도에서, 다른 속도로 사물을 보게 됩니다. 관찰할 수 있는 시간도 더 많아집니다.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자전거를 타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따스함과 친절함에 저는 항상 감동합니다. 약속된 만남도 있지만, 우연한 만남도 있습니다. 이 모든 만남이 보람 있는 경험으로 남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면에 있어 정말 완벽한 하루였습니다.
우리는 금빛 물결의 보리밭과 대비되는 모내기가 막 끝난 푸른 녹색의 논을 거쳐, 언덕을 오르고 벼랑아래에서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날 총 112km을 달렸는데, 지금까지 가장 긴 구간이었습니다. 도전적인 코스도 지나왔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자전거를 타며 보냈지만, 여러 가지 신기한 모습들을 볼 틈도 있었습니다. 하루 동안 경험했던 것을 살짝 보여드리겠습니다.
● 부안에서 고창을 거쳐 영광까지 세 개의 군을 거쳐왔고, 전라북도에서 전라남도로 넘어왔습니다.
● 김소희 판소리 명창의 생가에 잠시 멈추었습니다. 전통 초가집이었죠.
● 고려대학교, 동아일보 창립자 인촌 김성수 생가도 방문했습니다. 우리는 이 집안의 역사와 이 분들이 근대 한국사에 기여한 업적에 대해 설명주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예전에 고려대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기에 김성수 선생에 대해 다소 알고 있었지만, 이 생가에서 다른 한국 지도자들도 배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운천 17대 농림식품수산부 장관도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 너무 빨리 달렸던지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동백나무가 우거진 선운사를 가 볼 시간도 있었습니다.
● 입구에서 선운사에 놀러 온 몇 십명의 유아원생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만나 본 최연소 사찰 방문객이었죠. 이제 겨우 걷는 아이들이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말을 잘 들었습니다.
● 뜨거운 돌 위에 구운 맛있는 민물 장어구이를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맛있는 식사 후에는 마음씨 좋은 식당 사장님께서 우리가 온다는 소식에 한글로 된 벽지로 도배를 새로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감사했습니다. 다시 오겠다고 약속 드렸습니다.
● 동학농민운동 기념비에서 농민운동에 대해 직접 설명해주신 이강수 고창군수님을 만났습니다. 이 지역의 농민과 주민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이강수 군수님은 최고의 환대를 해주셨습니다. 지역 특산물인 복분자 주스와 유기농 요거트 모두 맛있었습니다.
● 그런 다음 우리는 영광군으로 자전거 일정을 계속해나갔습니다. 지나가는 모든 가게 창문마다 주렁주렁 엮인 말린 굴비가 달려있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잘 아시겠지만, 굴비는 원래 특별한 날에만 먹던 아주 귀하고 맛있는 생선이자, 전통적으로 왕실에서 즐겨먹던 음식이기도 하지요. 정기호 영광군수님께서 나와서 저희를 맞아주셨는데요, 오늘 하루 힘들게 자전거로 달려왔으니 굴비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꼭 주겠다고 약속하셨답니다.
● 다음으로 정기호 영광군수님을 따라 영광군의 연례행사인 법성포 단오굴비축제 개막식에 참석하였습니다. 함께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풍등을 점화하기도 했는데요, 저는 ‘영광에 영원한 영광을!’이라는 기원을 담았습니다.
기원을 담아 풍등을 점화한 뒤 띄워보냈습니다.
● 풍등을 날려보낸 뒤, 다함께 전통 농악대와 소리꾼들이 어우러져 굴비를 주제로 흥겨운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 그리고 우연히 아주 오래 전에 알던 분을 행사장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분주했던 하루 일정 더하기, 눈부신 풍경과 따뜻한 환대는 무엇일까요? 바로 완벽한 하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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