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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완벽한 하루|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

바래미나 2011. 6. 5. 23:53

#113 완벽한 하루|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

스티븐스 대사 조회 97 |추천 1 | 2011.06.05. 08:21

2011년 6월 3일

 

이 블로그를 계속 읽어 오신 분이라면, 지금쯤 한국뿐 아니라 그 어느 나라를 둘러보는 데 있어 자전거 여행이 최고라는 저의 생각을 익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자전거를 타면, 다른 각도에서, 다른 속도로 사물을 보게 됩니다. 관찰할 수 있는 시간도 더 많아집니다.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자전거를 타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따스함과 친절함에 저는 항상 감동합니다. 약속된 만남도 있지만, 우연한 만남도 있습니다. 이 모든 만남이 보람 있는 경험으로 남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면에 있어 정말 완벽한 하루였습니다.

 

우리는 금빛 물결의 보리밭과 대비되는 모내기가 막 끝난 푸른 녹색의 논을 거쳐, 언덕을 오르고 벼랑아래에서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날 총 112km을 달렸는데, 지금까지 가장 긴 구간이었습니다. 도전적인 코스도 지나왔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자전거를 타며 보냈지만, 여러 가지 신기한 모습들을 볼 틈도 있었습니다. 하루 동안 경험했던 것을 살짝 보여드리겠습니다.

 

● 부안에서 고창을 거쳐 영광까지 세 개의 군을 거쳐왔고, 전라북도에서 전라남도로 넘어왔습니다.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고 있습니다.

 

김소희 판소리 명창의 생가에 잠시 멈추었습니다. 전통 초가집이었죠.

 

고려대학교, 동아일보 창립자 인촌 김성수 생가도 방문했습니다. 우리는 이 집안의 역사와 이 분들이 근대 한국사에 기여한 업적에 대해 설명주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예전에 고려대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기에 김성수 선생에 대해 다소 알고 있었지만, 이 생가에서 다른 한국 지도자들도 배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운천 17대 농림식품수산부 장관도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안내자 한 분과 인촌 김성수 생가를 찾았습니다.

 

너무 빨리 달렸던지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동백나무가 우거진 선운사를 가 볼 시간도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경치와 날씨 속에서 선운사를 방문했습니다.

 

입구에서 선운사에 놀러 온 몇 십명의 유아원생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만나 본 최연소 사찰 방문객이었죠. 이제 겨우 걷는 아이들이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말을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가장 어린 관광객들과 인사하는 중입니다!

 

뜨거운 돌 위에 구운 맛있는 민물 장어구이를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맛있는 식사 후에는 마음씨 좋은 식당 사장님께서 우리가 온다는 소식에 한글로 된 벽지로 도배를 새로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감사했습니다. 다시 오겠다고 약속 드렸습니다.
 


점심식사로 장어구이를 먹었습니다.

 

동학농민운동 기념비에서 농민운동에 대해 직접 설명해주신 이강수 고창군수님을 만났습니다. 이 지역의 농민과 주민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이강수 군수님은 최고의 환대를 해주셨습니다. 지역 특산물인 복분자 주스와 유기농 요거트 모두 맛있었습니다.   
 


고창 군수님과 대사관 팀이 동학농민운동 기념비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습니다. 

 

그런 다음 우리는 영광군으로 자전거 일정을 계속해나갔습니다. 지나가는 모든 가게 창문마다 주렁주렁 엮인 말린 굴비가 달려있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잘 아시겠지만, 굴비는 원래 특별한 날에만 먹던 아주 귀하고 맛있는 생선이자, 전통적으로 왕실에서 즐겨먹던 음식이기도 하지요. 정기호 영광군수님께서 나와서 저희를 맞아주셨는데요, 오늘 하루 힘들게 자전거로 달려왔으니 굴비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꼭 주겠다고 약속하셨답니다.  

 


정기호 영광군수님께서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다음으로 정기호 영광군수님을 따라 영광군의 연례행사인 법성포 단오굴비축제 개막식에 참석하였습니다. 함께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풍등을 점화하기도 했는데요, 저는 ‘영광에 영원한 영광을!’이라는 기원을 담았습니다.  

 

기원을 담아 풍등을 점화한 뒤 띄워보냈습니다.

 

풍등을 날려보낸 뒤, 다함께 전통 농악대와 소리꾼들이 어우러져 굴비를 주제로 흥겨운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법성포 단오 굴비 축제의 퍼레이드 모습입니다. 스님과 농악대가 신명나는 공연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아주 오래 전에 알던 분을 행사장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분주했던 하루 일정 더하기, 눈부신 풍경과 따뜻한 환대는 무엇일까요?

바로 완벽한 하루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