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일
이날 자전거 여행 중에는 비교적 최근에 들렸던 장소들과 수년간 보지 못했던 곳들을 모두 방문했습니다. 어찌되었건, 자전거를 타고 이 장소들로 이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다른 시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이날 여정은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산 미국 공군 기지 소속 장병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타향에서 지내고 있지만, 군산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었고, 매우 특별한 단결심을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으로 군산을 방문했던 것이 2009년 6월 29일이었는데, F-16조수석에 탑승했던 특별한 기억이 있습니다 (http://cafe.daum.net/usembassy/I2bV/59). 이번에는, 제게 좀 더 적합한 속도의 교통수단인 두 바퀴와 페달의 힘으로 군산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울프팩” 소속의 미국 공군 장병들이 하루 여행에 합류했습니다. 울프팩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자랑스럽게 일컫고 있습니다. 자전거 동료들 중 상당수는 대단한 스포츠맨들입니다. (한 명은 전직 프로 사이클 선수, 다른 한 명은 지금도 철인삼종경기에 출전합니다.) 이들은 무서운 속도로 달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처럼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본인 속도로 달리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새만금 방조제였습니다. 제가 예전 블로그에도 언급했지만, 새만금 사업은 전북 해안을 따라 만경강 하구에서 동진강 하구까지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만드는 세계 최대의 간척사업입니다. (http://cafe.daum.net/usembassy/I2bV/68). 출발 초반에는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안개가 걷히면서 파란 하늘이 머리 위로 나타났습니다. 거대한 방조제를 벗어나서 해변, 바다, 산, 소나무를 끼고 도는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달리는 우리의 눈앞에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멋진 경치로 어우러져서 펼쳐졌습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힌다고 들었습니다.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가보셔야 합니다. 사진 한 장이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으니까요.
몇몇 자전거 동료들은 이탈리아 해안가 혹은 캘리포니아와 같이 자신에게 기억나는 아름다운 장소에 이곳을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울프팩 소속 장병들도 자전거∙등산∙수영을 위한 이처럼 좋은 장소가 공군기지에 무척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워했습니다. 여러 명이 곧 다시 와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들이 다시 가보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제8전투비행단장 스캇 플로이스 대령에 따르면, 그가 10여년전 군산에서 근무했을 당시에는 공군 장병들은 옹기종기 모여 지냈고, 공군기지 주변 바깥 지역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군산이 매우 인기 있는 근무지로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적어도 부분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군산 공군기지 근교에 봐야 할 곳, 재미있는 활동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장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 울프팩 장병들까지 놀라게 했던 아름다운 경치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하면, 군산의 인기는 더 올라가겠죠.
변산반도에 진입하면서, 앞에 펼쳐진 경치를 음미하기 위해 속도를 늦췄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스트레칭도 하고 지역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멈췄습니다. 아름다운 절벽 위에 위치한 식당 밖에서 일하는 한 노인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우리더러 어디서 왔냐고 물었습니다. “군산”이라는 제 대답이 충분치 않았던지, “아니, 어디서 왔냐고요?”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서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니, 아니,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저는 미국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분은 그제서야 이해했다는 듯이 “미국은 아름다운 나라지…… 하지만 아름다운 한국에서 살아봐요. 토네이도나 쓰나미도 없고 나쁜 것은 없거든……”라고 말씀했습니다.
아름답고 유서 깊은 사찰인 내소사 방문으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사찰의 역사와 한국사 속에서 불교의 위치에 대한 설명을 잘 들었습니다. 이후에 맛있는 채소로만 이뤄진 저녁공양을 받았습니다. 내소사를 둘러보고, 그 비전을 설명하는 안내자의 말을 들으면서, 모두를 위한 관용과 존중이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방문이 특히 의미 있었습니다.
진오 스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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