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Cafe USA

#92 가을 여행, 첫번째 이야기: 소금, 김치, 두부|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

바래미나 2010. 11. 21. 21:40

 

 

농림수산식품부는 한국의 농어촌 지역을 관광객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Rural-20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증도의 한 염전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 안녕하세요. 계절 중 가을을 제일 좋아하는 분들 많으시죠? 저도 개인적으로 가을을 가장 좋아한답니다. 저희 미국대사관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오바마 대통령을 영접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회의를 준비하며, 저는 잠시 짬을 내어 아름다운 가을 날씨와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노력했답니다. 

 

때마침 농림수산식품부가 Rural-20 프로젝트와 관련해 대사관에 연락을 해와 저에게는 사무실을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Rural-20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국의 농어촌 지역을 관광객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만들어진 프로젝트입니다. G20 정상회의가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행사라면 Rural-20는 농어촌 지역에서 한국의 옛모습을 엿보고 아직도 남아있는 아름다운 한국적 문화와 전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 농림수산식품부가 저와 대사관 직원들을 저 멀리 떨어진 섬인 증도와 담양의 옛 정원을 포함한 전라남도의 숨겨진 관광지 투어에 초청했을 때 얼른 승낙을 했지요!        

 

전라남도 지도와 이번에 저희가 방문한 지역들입니다.

 

이번 Rural-20에 함께 참가한 미국대사관 자전거 팀을 소개합니다.

 

담양 근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정겨운 시골길을 달리다 낯익은 풍경들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길가에 갓 추수한 벼를 말리는 것이었는데요, 수십년 전 제가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자전거 좋아하시는 분들께 한가지 유용한 정보를 드리자면 이렇게 농작물을 길가에 말리고 있는 곳을 찾아 달려보세요.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길이라 자전거 타기엔 안성맞춤이랍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가능하면 많은 곳을 자전거로 다니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마침 저만큼 자전거를 즐기는 제 남동생 제프가 한국에 왔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지난 22년간 한국의 도시뿐만 아니라 시골 지역도 어떻게 변했는지 무척 궁금해했습니다. 우리는 비록 많은 것이 변했지만 한국의 전통 풍습과 시골의 아름다운 정경은 그대로라는 결론을 내렸지요. 

 

자전거로 무안에서 증도까지 이동했습니다. 얼마 전 개통한 증도대교를 건너 섬에 도착했는데요, 다리로 연결이 되었어도 증도는 꽤 멀었습니다. 가열하는 방식이 아닌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에 가보고 소금 박물관에도 들렀습니다. 그리고 직접 소금 만들기 체험도 해보았습니다. 증도의 염전은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이 일궈온 곳이라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그 이후로 증도의 인구는 점차 줄기 시작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건강에 좋은 천일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금 생산 과정과 천일염의 특별한 성분이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되었지요. 아시아든 서양이든 할 것없이 인류사에서 소금이 차지해온 중요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 전자책(, 저도 있답니다!)에 마크 쿨란스키가 쓴 베스트 셀러, 소금을 다운받았는데요, 그는 오늘날 소금은 너무 흔하고 값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사람들은 소금이 문명이 발생한 이후부터 불과 100년 전까지 인류사에서 가장 귀한 물질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그는 또 1912년에 웨일즈의 심리학자 어니스트 존스가 쓴 에세이를 다음과 같이 인용합니다. 모든 시대에 걸쳐 소금은 그 본래의 자연적 성분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져왔다. . . 호머는 소금을 성스러운 물질이라고 불렀고 플라톤은 소금을 특히 신에게 귀중한 것이라고 묘사하였다. . . 이것이 세계 어디서나 시대를 막론하고 마찬가지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보편적인 인간의 성향이지 특정 지역의 풍습이나 상황,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증도의 염전을 방문하면서 저는 인간의 경험이란 얼마나 보편적인 것인가 느끼게 되었으며 소금의 역사를 통해 동서양의 인류의 발전과 역사를 추적하는 쿨란스키의 책을 흥미롭게 계속 읽어나갔습니다.

 

이렇듯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하는 방식에는 많은 노동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소금은 특별한 성분을 지니게 된다는군요.

 

증도에 있는 작은 두부 공장인 콩이야기에서 국자로 콩물을 두부틀에 옮겨담고 있습니다. Rural-20 투어의 일환으로 이 곳을 방문했는데요, 이도윤 사장님 부부는 근처에서 재배된 콩으로 두부를 만드신답니다. 콩 이외에 들어가는 재료는 끓인 바닷물밖에 없습니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여러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렇게 염전에 들른 후 자전거를 타면서 소금과 소금의 특징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어느덧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콩 이야기 에 다다랐습니다. 여기서 근처에서 재배해 갓 수확한 콩과 끊인 바닷물(여기서 소금의 진가를 다시 확인하네요)만으로 직접 순두부를 만들어보았습니다. 물론 그곳 사장님과 직원들이 많이 도와주셨지요. 만들고 나서 즉석에서 먹어보았는데 상쾌한 바람에 자전거를 타고 온 뒤라 최고급 레스토랑 음식 못지않은 그 맛에 쉽게 젓가락을 놓지 못했습니다.     

 

소금과 다른 한국산 음식재료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세계김치문화축제 참석차 광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35년 전 한국에서 처음 맞았던 가을이 떠올랐습니다. 그 당시 여학교는 1주일동안 휴교를 하였고 온 나라가 김장에 동원되었습니다. 어딜가나 트럭, 소달구지, 또는 지게 한가득 배추였고 겨우내 넉넉하게 먹을 김치를 만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쳤습니다. 김치를 담근 후에는 아직도 어딜가나 한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김장독(요즘에는 장식용으로 더 많이 사용하는 거 같습니다만..)에 김치를 담아 집 근처 땅에 묻어놓았었죠.   

 

   17회 세계김치문화축제를 주최하고 저희를 초청해주신 강운태 광주시장님입니다.

 

길고 길었던 한국의 겨울이면 끼니 때마다 집안의 여자들이 추운 마당에 나가 매번 먹을 김치를 꺼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또 겨울이 깊어질수록 김장 김치맛도 변하면서 더욱 깊어졌던 기억도, 그리고 한겨울에 접어들수록 반찬가짓수가 줄어들어 김치가 더없이 귀하게 느껴졌던 기억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 저는 김치가 한국인의 식단과 문화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 35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김치 축제도 개최될 뿐만 아니라 김치 냉장고까지 있지요. 사실 서울에 있는 제 관저에도 김치 냉장고가 하나 있는데 김치 냉장고 없이 그 동안 어떻게 살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제 김치는 언제 어디서나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최고의 김치는 가을에 만든 김장 김치가 아닐까 싶은데요, 마음과 정성을 담아 만들기도 하거니와 만능재료 소금을 비롯한 최고의 국산 재료로 만들기 때문이죠. 

 

 광주 김치축제에서 김치 만들기 자선행사인 김치사랑메세나에 참가한 분들이 분주히 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김치축제 조직위는 올해 김치의 세계적 인기를 반영해 축제 이름에 세계를 추가했습니다. 초청된 VIP의 모습에서 이번 행사의 국제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진 가운데 강운태 광주광역시장과 김성훈 세계김치문화축제 추진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각국 손님들과 관계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습니다. 카렌 휼백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의장 (왼쪽에서 여섯번째), 한스 울리히 자이트 주한독일대사 (왼쪽 첫번째), 이다도시(오른쪽 네번째)와 베르너 사세 (오른쪽 두번째) 세계김치문화축제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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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Young Hee 10.11.15. 16:28
김치 만드시는 모습이 너무 멋져요! 소금처럼 한국사랑 변치 마시고, 두부처럼 담백한 삶 변치 마세요!
 
 
kyoopark 10.11.15. 16:36
심은경 대사님~! 너무도 감사합니다. 한국의 농촌을 고향사람과 같이 들여다 보고 계십니다. 이제 한국문화가 서구화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의 농촌 문화는 변함업어요...
 
 
동기 10.11.15. 17:57
김치냉장고...정말 이젠 집집마다 거의 다 있는 생필품이 되었습니다.시골 어렷을적 기억엔 마당 꽃밭에 김치독을 뭍고 짚으로 덮어 보관했었는데...글을 읽을때 옛기억이 살아나 포근하여 행복한 느낌이 제게 전달 되었습니다.
 
 
JokeR 10.11.16. 00:36
대사님 글을 읽고 많이 배웠네요. 요즘 사람들은 금이나 보석을 귀하게 생각하지 소금은 우습게 보고 있죠.ㅋㅋㅋ 저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 있구요. 전자책이 나왔으니 죽간본이나 백서본처럼 종이책들이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나 예상해 봅니당. 내일 중국어 시험 때문에 밤을 새서 공부해야 됩니당. 글을 다 못읽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하이라이트 방송보러 나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시작하네요.
 
 
솔로몬 10.11.16. 08:51
대사님은 한국사람보다 다섯배는 더 한국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참 맛을 느낄 줄 아시고.......우리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covenant 10.11.16. 13:14
대사님께서 한국민들을 깊이 이해하시고 친구가 되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대사님이 직접 나라 구석 구석 찾으시고 대화를 하시므로 한국인들이 대사님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미국을 가장 가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필연 10.11.16. 16:52
감사합니다 ,
♥ 대사 님 !
 
 
무주공산 10.11.16. 23:43
대사님! 정말 한국을 많이 이해하시고,사랑하시는군요,감사합니다.김치맛! 바로 한국사람들의 맛이랍니다.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대사님 사랑합니다. 저도 미국을 좋아 합니다........^^
 
 
QUEEN JADE 10.11.17. 00:38
홍보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증도는 우리나라에서 맨처음 슬로시티에 가입했다더군요. 올해 서울에서 세계 슬로시티 총회가 열렸을 때 각 도시의 시장들이 증도를 방문할 때 저도 동참해서 염전에 가서 소금 만들기 체험을 했었답니다. 한국을 정말 사랑하시는 대사님 !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명 10.11.18. 10:30
심은경대사님은 한국의 아줌마와 같은 푸근한 마음이 가는 분입니다. 한국을 이해하고 더 가까이 다가가시고,,,너무나 보기 좋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그린파트너정재룡 10.11.18. 18:52
선생님 반갑습니다. 저는 예중 20회 졸업생입니다. 제가 재학중일 때 미국선생님은 남자분이셨고, 그 후임으로 예쁜 여선생님께서 오셨다했는데 지금보니 심은경선생님 이셨더군요, 이제는 대사로 부임하셔서 많은일을 하고 계시니 더욱 반갑습니다. 저는 LG그룹에서 20여년 근무 후 퇴직하고 Out Sourcing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선생님이 계신 주한미국대사관의 Warehouse Support Services를 황사장을 책임자로 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모두선생님과의 인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뵙도록하고 그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요. 정재룡 올림 www.gp112.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