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것은 작년 공주에서 있었던 제 53회 백제문화제에 초청되어 갔을적에, 해외공연팀으로 참가하게된 프랑스의 브르따뉴 뮤지션을 그녀가 인솔해서 한국에 들어온걸 계기로 행사장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첫 느낌이 전혀 낯설지 않았던 것은, 짧은 몇 마디지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오는 그녀에게서 어딘지 모르게 동질감 같은게 느껴져서 인것 같다.
알고 보니, 30여 년전 결혼 후 아이가 없었던 그녀는 남편과의 동의하에 1살된 한국인 남자아이를 입양하게 된다.
너무도 이뻐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아이에게 빠져있었던 그녀는 어느날 아이가 정상이 아닌듯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성장 속도도 느리고, 표현력도 정상적인 아이들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는게 아무래도 이상해서 병원에 데려갔다니 선천성 뇌발육부진이라는 장애가 있다는 말을 듣게 된 그녀는 벼락같은 의사의 말에 너무도 놀랐지만, 그렇다고 그 아이를 버릴수가 없었으므로 그 이후 더욱 많은 시간을 아이한테 투자하며 사랑을 쏟아부어 지금은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그녀는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아시아쪽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한국과는 크게 연관이 없었으나, 이렇듯 벤자망을 통해서 그녀의 한국사랑은 시작이 된 것이다.
그녀는 벤자망을 위해서 입양인 동호회도 결성하였고, 수시로 한국인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고, 또한 수시로 벵자망을 한국에 데리고 들어가 아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해주고 있다.
10여년전 그녀는 벤자망을 데리고 한국 국악인들이 함께한다는 파리의 유명 유랑극단인 징가로(Zingaro)의 공연을 보러갔다가 거기서 또 한명의 한국인을 만나게 된다.
징가로의 음악감독으로 있던 대금연주자 노종락씨를 만나면서 한국의 공연예술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노종락씨는 3년간의 징가로극단 음악감독 임기를 마치고 다른 단원들은 모두 한국으로 들어간것에 비해, 오직 프랑스가 좋아서 홀로남아 프랑스 문화를 즐기고 있던차, 이미 적지않은 부분에서 크리스틴과 공감대를 형성하였기로, 그 이후 그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그녀로 하여금 한국과 한국사람들과 한국예술을 더욱 사랑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공주에서 국립연정국악원의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그녀의 한국 예술에 대한 사랑은 음악으로 그치지 않았다.
한국 작가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주변의 많은 지인들을 불러들여 자연스럽게 한국작가들을 홍보하는가 하면, 때로는 선물로 받기도 하고 때로는 본인이 직접 사들인 작품들을 온 집안에 전시해 놓아, 지금은 그녀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갤러리를 방문중인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가 되어 있었다.
현재, 프랑스 대기업중의 하나인 Saint Gobain 의 아시아 총책임자 이기도 한 크리스틴은, 은퇴를 1년 앞두고 작년 5월부터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업무를 보고 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는 틈나는 대로 열심히 문화유적 답사를 하기도 하고, 대학의 한국어과에 등록을 하여 한국어 배우기에도 게을리 하지않고있다. 조만간 자신이 느낀 한국에 대한 조그마한 책자를 발간할 계획도 있단다.
공연문화 교류협회 뚜꽁트르의 취지처럼, 한국의 문화예술을 프랑스에 소개하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는 그녀는 그부분에서 나와 지칠줄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번에 그녀의 집에 방문했을 때 만난 27세된 벤자망은 우리가 제 이야기를 하고있는데도 아랑곳하지않고, 여전히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더니만 오늘은 어쩐지 보이질 않았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컴퓨터 회사에서 벤자망에게 맞는 일을 찾아내 매일 매일 출근을 한다고 한다.
아들이 돌아오기전 식사준비를 해야한다며 서둘러 시장으로 나서는 크리스틴에게서 한국의 어머니에게서 느낄수 있는 진한 모성애가 느껴져 불현듯 한국에 있는 엄마와 식구들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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