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베이징 올림픽

9전전승 금메달, 야구대표팀의 후일담

바래미나 2008. 8. 26. 23:43

9전전승 금메달, 야구대표팀의 후일담

일간스포츠|한용섭 기자|2008.08.24 19:53 입력


①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대표 선수들은 벌써부터 내년 3월 열리는 WBC 출전 희망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06년 WBC 첫 대회 때 홈런왕을 차지한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을 비롯해 이번 대회 허벅지 부상으로 제대로 출장하지 못한 진갑용(삼성) 등은 WBC에서도 한국 야구의 저력을 과시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이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 김경문 감독은 "일단 소속팀인 두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②김경문 감독은 대회 기간 내내 숨겨왔던 '꿈 이야기'를 우승 후 공개했다. 꿈 내용은 한 마디로 '누드 인터뷰'였다. 김 감독은 베이징으로 오기 전 꿈 속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했는데 벌거벗고 있었다는 것. 참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이후 꿈 내용을 주위에 물어보니 '좋은 징조'라고 말해 숨겨왔다. 괜히 복이 달아날까 미리 얘기하지 않았고 결승전이 끝난 후 요상한 꿈 내용을 소개해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③쿠바와의 결승전 9회 1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유도해 세이브를 거둔 정대현은 사실 허리 부상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문 감독은 24일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서 "정대현이 허리 부상으로 몸이 안 좋았다. 1사 만루에서 윤석민을 투입할 생각이었는데 불펜에서 공을 받았던 진갑용이 '정대현 볼이 좋다'고 말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정대현 등판에 대해 설명했다. 정대현은 일본과의 예선전에서도 5-3으로 앞선 9회말 1사 2,3루에 등판, 두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해 두 점 차 승리를 지켰다.

④24일 코리아 하우스에서 진행된 포상금 수여식에서 주장 진갑용은 "포상증서가 너무 무겁다"라고 말해 한바탕 웃겼다. 이날 선수들을 대표해서 진갑용과 이승택은 이연택 대한올림픽 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각각 3750만원(약 3만5000달러)의 금메달 포상금 증서를 받았다. 김경문 감독은 8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또 이승엽 등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리스트는 평생 매달 10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⑤올림픽에서 코칭스태프는 메달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김경문 감독 등 코칭스태프에게 국내에서 똑같은 것을 만들어 수여하기로 했다.

⑥이승엽, 김동주, 이종욱 등은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 고생한 아내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승엽은 2군 생활하는 동안 새벽부터 일어나 말없이 뒷바라지 한 것에 고마워했다. 김동주는 아내가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올림픽 출전을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아내가 아픈 상황에서도 아무런 내색없이 올림픽에 나가라고 격려해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⑦봉중근은 우승 직후 선수들이 인터뷰를 하기위해 믹스트존으로 이동하는 사이, 혼자 마운드에서 열심히 흙을 긁어 물병에 담았다. 봉중근은 "올림픽 금메달은 일평생 기념되는 것이라서 꼭 마운드 흙을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했다. 마운드가 너무 딱딱해 파느라 고생했다"고 밝혔다.

⑧하일성 KBO 총장은 금메달 시상식 후 대표팀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하 총장은 "내 평생 헹가래 받아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야구와 인연을 맺은 이후 우승 같은 것은 한 번도 못했는데…"라고 감격했다. 한편 하 총장은 미국과의 첫 경기부터 징크스를 고려해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랐다. 하 총장은 "우승하자마자 숙소로 와서 발톱을 깎은 것이 제일 기분 좋다"고 말했다.

⑨감격적인 우승을 확정한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은 김경문 감독을 헹가래 친후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며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몇몇 선수들은 마운드에 소형 태극기 2개를 꽂아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때의 태극기 세레머니를 재현했다.

⑩김경문 감독은 시상식이 모두 끝난 후 덕아웃에서 망연자실하며 눈물을 흘렸던 안토니오 파체코 쿠바 감독을 찾아가 악수를 나누었다. 두 감독은 유니폼 상의와 모자를 교환하고 포옹을 했다.

⑪25일 오후 귀국하는 야구대표팀은 26일 메달리스트를 위한 청와대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부터 프로야구가 속개되지만 선수들은 점심을 먹고 각 팀에 합류할 계획이다. 이승엽도 그래서 27일 오전 일본으로 건너간다.

⑫진갑용은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야구의 수준에 대해서 질문을 받자 "세계 최강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진갑용은 "보통 한국의 수준을 마이너리그 트리플 A 수준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뛰어보지 못해 모르겠다. 올림픽에서 우승하면 최고아닌가"라고 설명했다.

⑬진갑용은 김경문 감독에 대해서 "너무 대단하다. 왼손투수가 나와도 1번부터 4번까지 모두 왼손을 투입하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에 나온 기자들을 웃겼다. 김감독도 덩달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