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베이징 올림픽

이승엽에서 이승엽으로 끝난 올림픽 야구

바래미나 2008. 8. 26. 23:40

이승엽에서 이승엽으로 끝난 올림픽 야구

일간스포츠|이석희 기자|2008.08.24 19:47 입력


부진해도 뉴스였고, 한-일전과 결승전서 홈런을 날리니 더욱 뉴스였다. 한국 대표팀 중심 타자 이승엽의 2008베이징야구는 그만큼 특별했다.

금메달을 딴 23일 밤 동료들과 술 한잔으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이승엽은 24일 베이징 시내 코리아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메달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혼자 괴성을 지르다

이승엽은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선수촌에서 도핑테스트를 받았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회식 장소로 이동한 탓에 그는 숙소에 혼자 남게 되었다.

선수촌 옆 숙소가 비어 있는 줄 알고 마음껏 소리를 질렀다. 옆 숙소에 마라톤 선수들이 자고 있을 줄이야. 워낙 큰 소리 탓에 잠을 깬 마라톤 임원은 이승엽에게 "내일 아침에 마라톤을 뛰어야 한다. 좀 조용히 하라"는 핀잔을 들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사죄.

▶김광현에게 쓴 편지

준결승 일본전 선발 투수 김광현은 "전날 승엽이 형이 편지를 건넸다. 그래서 파이팅했다"고 밝혔다.

편지 내용이 모두들 궁금했을 터. 그러나 이승엽은 편지가 아니라 메모였다고 한다. 선수촌 내에서 모자를 하나 샀는데 자신은 도저히 쓸 용기가 없고 젊은 선수들한테 어울릴 법해 숙소에 들어오면서 입구 방에 있던 김광현의 침대에 모자를 놓아 두었다고.

누가 준 것인지 모를 것 같아서 작은 메모지에 '내일 화이팅하자'라는 내용과 사인을 해 자기가 건넨 선물임을 확실히 했다. 김광현이 이를 편지라고 하는 바람에 과장이 됐다는 것이다.

▶우승 확정공을 챙기다

이승엽은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기록한 공을 잡자 마자 얼른 뒷주머니에 챙겼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이승엽은 "준결승부터 문정균 매니저가 마지막 공을 꼭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잃어버리지 않게 얼른 공을 챙겼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내가 가져가면 너무 이기적이다. 좋은 곳에 보관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대호 덕담, 요미우리 동료의 덕담

14명의 병역을 한꺼번에 면제 시켜준 게 이승엽의 홈런 한 방. 이승엽은 후배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는데 그 중 이대호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행님(형님의 경상도 사투리) 잘 생겼다. 오늘은 진짜 잘 생겨 보인다." 한편 요미우리 동료인 포수 아베와 투수 우에하라는 이승엽에게 "꼭 금메달을 따라"고 축하해주었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일본 언론의 걱정대로 일본에 결국 패배를 안겨준 것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선수라면 최선을 다해야된다. 만약 요미우리 선수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본다면 같은 팀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27일 아침 일본에 돌아가서는 2군에 합류할 것이다. 1군 기회가 올때까지 묵묵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