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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최고의 영웅은 김경문 감독

바래미나 2008. 8. 26. 23:33

베이징올림픽 최고의 영웅은 김경문 감독

일간스포츠 | 기사입력 2008.08.24 20:40


[일간스포츠 정회훈]
한국야구가 지난 23일 베이징 우커송구장에서 쿠바를 누르고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한국야구가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선 순간이었다.

예선 풀리그 7경기를 포함해 9연승으로 일궈낸 무결점 우승. 아무도 예상치 못한 '퍼펙트 골드'로 한국 선수단에 13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과 1992년 바로셀로나 대회(이상 금12)를 넘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올림픽사의 '화룡점정'은 야구였다. 일간스포츠(IS)는 주저없이 이번 대회 최고의 금메달로 야구를 선택했고 24명의 젊은 사자들을 이끈 김경문(50) 대표팀 감독은 영웅 중의 영웅이었다.

김 감독의 야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는 '배짱야구'다.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아시아 지역 1차 예선에서 일본 호시노 센이치 감독과 '위장 오더' 논란으로 싸웠고, 최종 예선에 베이징행 티켓을 따낸 지난 3월에는 선수 기용으로 국내 프로 감독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불도저 같은 배짱으로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지켰고, 결국 한국야구에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부드러운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만의 고집과 배짱은 이번 올림픽에서 매경기 드러났다. 예선 미국전에서 부진한 한기주를 일본전에 또 다시 투입시킨 것이나, 일본전에서 왼손 마무리 이와세에 대타로 좌타자 김현수를 기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예선전에서 극도로 부진한 이승엽을 끝까지 4번으로 밀고 간 것이나, 8-0까지 앞섰던 대만전에서 선발 봉중근에게 승리를 챙겨주기 위해 8-8 동점을 허용한 점은 또 어떤가.

주변에서는 "운이 따랐다"고 말들을 했지만 자신이 세운 전략대로 초지일관한 배짱야구의 승리였다. 운도 실력이다. 실력이 받쳐줘야 운이 작용한다.

김 감독의 야구는 '잡초야구'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원년 멤버로서 철저한 비(非)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인 그는 "억대 연봉자가 잘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2000만원 짜리 선수에게 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대표팀에도 그의 '잡초론'은 그대로 반영됐다. 병역 미필자가 전체 선수 24명 가운데 14명으로 무려 절반이나 넘었다. 야구 선배로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베이징 올림픽에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을 게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 대표팀에서 병역 미필자에 대한 자질 논란은 아예 없었다. 이번 24명 중 1·2차(최종) 예선에 참가하지 않은 선수는 4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차 예선을 앞두고 "국제 대회 경험이 많은 선수를 뽑는 게 좋지 않느냐"는 KBO 기술위원회의 조언을 자신의 뚝심으로 물리친 김 감독은 1·2차 예선을 통해 젊은 선수들을 '국제용'으로 성장 시켰다.

"한국시리즈에서 2차례 준우승을 해봤다. 고생해서 2등을 했는 데도 아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는 김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2등의 한을 푼 뒤 "야구를 그만해도 후회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여기서 그만해도 좋을 것 같다. 하늘을 날아갈 듯한 기분"이라고 그간의 고생을 훌훌 털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