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오지 순례] ⑥ 여신과의 사랑 (상)
새벽 산상 명상하다 ‘사랑의 화신’ 발자취에 취해
금욕과 관능의 신, 창조 위해 파멸 구덩이 팠을까
아루나찰라산의 꼬라를 돌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의 방을 나왔다. 꼬라는 산 한바퀴를 도는 의식이다. 아루나찰라산은 인도인들이 인도에서 수만의 신 중에서 가장 숭배하는 신 중의 신인 시바신의 화현, 시바신 자체로 믿고 있는 산이다.
근대 인도의 성자 라마나 마하리쉬(1879~1950)는 아루나찰라산을 우주의 심장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내면으로부터 “아루나찰라, 아루나찰라”라는 소리를 듣던 그는 아루나찰라산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순간 환희에 젖어 이곳에 온 뒤 죽을 때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그러니 그 아루나찰라산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3~4시간을 꼬박 걸어야하는데도 꼬라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
망설이는 자에겐 변수가 나타나는 법, 그런데 여자다
그런데 출발하려고 보니, 자물쇠를 잠글 열쇠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남인도의 2월말은 벌써 한국의 여름 날씨나 다름없다. 3~4월이면 가만히 앉아 있기조차 힘들게 푹푹 찐다. 그래서 선선한 아침에 출발하지 않으면 더위에 파김치가 될 게 뻔하다. 그래서 아침 7시에 방을 나섰다. 이 시간도 빠르지 않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늘 갖고 다니는 열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주머니와 손가방을 이 잡듯이 뒤져도 없다.
오늘도 꼬라를 돌긴 다 틀렸구나. 아루나찰라의 시바신이 나를 돕지 않는구나. 침대에 걸터 앉았다. 그랬더니 갑자기 열쇠가 허공에 둥둥 매달려 있지 않은가. 내 웃옷 단추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열쇠는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다. 내가 그를 찾지 못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