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오지 순례] ⑦ 여신과의 사랑 (하)
한갓 꿈이 된 달뜬 사랑의 비천함에 빠진 파멸
끼니도 거르고 헤매다 불현듯 핀 창조의 ‘연꽃’
'불경스런' 기도를 하고 아침 해를 받으며 하산했다. 하산하는 나를 붙잡고 어린 스와미가 종이쪽지 한 장을 전해주었다. 바바지가 준 것이라고 했다. 내려오니 벌써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날샘하느라 피곤해진 몸을 씻고 내 방 침대에 쓰러져 잠을 잤다. 얼마나 잤을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그녀였다. 시바신이 이렇게 빨리 응답할 줄이야. 놀라서 말도 못한 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이곳을 떠나기 위해 인사하러 왔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한줄기 바람에 가슴이 ‘뻥’, 눈물이 바위를 뚫었다
나는 "너무나 아쉬우니 저녁이나 먹고 가라"고 했고, 그녀는 "짐을 정리해놓고 오겠다"며 나갔다. 30분쯤 지났을까. 그녀가 돌아왔다. 내일 떠나기로 했다며.
그녀와 나는 오토릭샤를 타고 시내로 나가 저녁과 맥주를 마시고 돌아왔다. 여자와 단 둘이 있을 때 특히 주변머리가 없어서 연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나는 놀라운 용기로 그녀를 안았다. 그녀는 침묵의 수행자처럼 나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열여섯 새악시 같은 사랑을 나누고 떠나갔다.
난 놀라 눈을 떴다. 아침이었다. 생시보다 더 또렷한 꿈이었다. 놀라서 그녀의 방에 갔더니 텅 비어 있지 않은가. 아무 것도 없었다. 정말 그녀가 떠난 것이다.
관리인에게 "10일 간 머문다고 했는데, 어찌된 영문이냐"고 물었더니, 내가 오기 훨씬 전에 와서 머문 지 10일이 돼 떠난 것이라고 했다.
여신처럼 의존했던 대상이 꿈으로 허물어져 버렸다. 갑자기 한줄기 바람이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아무 것도 거치는 것이 없었다. 가슴은 뻥 뚫렸다.
마하리쉬는 "생시는 길고 꿈은 짧다는 것 외에 둘 사이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 아루나찰라산 기슭을 올랐다. 맨발이었다. 눈물이 흘러 발밑 돌 틈을 파고들었다. 그 눈물이 지금 시바신의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