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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탁구 인생 건 당예서, 올림픽 끝나도 한국인으로 산다

바래미나 2008. 8. 20. 22:20

[올림픽] 탁구 인생 건 당예서, 올림픽 끝나도 한국인으로 산다

스포츠조선 | 기사입력 2008.08.20 20:29


 수요일(20일) 여자탁구 개인전 3라운드(32강전)이 벌어진 베이징대 체육관. 펭텐웨이(싱가포르)를 맞은 당예서(27)는 경기 시작 22분 만에 0대4로 완패했다. 싱가포르와의 단체전 준결승전(한국 2대3 패) 1단식에서 펭톈웨이에게 한 세트도 잡지 못하고 완패했던 기억 때문인지, 당예서는 제대로 경기를 풀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했다.

 하지만 당예서는 울지 않았다.
 일요일(17일) 여자탁구 단체전 3~4위전이 열린 베이징 베이징대 체육관. 3복식에서 김경아-박미영 조가 일본을 제압하고 동메달을 따내는 순간, 당예서는 옆에 있던 현정화 대표팀 코치를 안고 말 없이 울었다.

 선수들의 출구인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당예서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탁구 귀화선수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됐고,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 출전해 동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현정화 대표팀 코치는 "당예서는 오로지 탁구와 올림픽을 위해 지난 세월을 버텨왔다. 메달에 대한 의욕이 굉장히 강했다. 싱가포르와의 단체 4강전에서 패해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게 본인 책임이라며 많이 아쉬워했다"고 했다.

 그동안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올만 했다. 경기 때면 중국 관중은 그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죄를 지은 사람 취급을 했다. 중국 국적을 버리고, 한국인이 된 당예서를 속 좁은 중국인들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중국 언론들도 대한민국 유니폼을 입고 나선 당예서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미국과 싱가포르, 유럽국가들에도 중국 출신 선수가 수두룩했지만 유독 당예서에게 날을 세우고 세웠다.

 지난 2000년 대한항공 여자탁구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로서 한국에 건너온 그녀. 지난해 말 귀화에 필요한 국내 거주 기간을 채우자 당예서는 곧바로 탕나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이 적힌 주민등록증을 받았다.

 인고의 시간이 시작됐다. 중국대표팀 상비군까지 지냈지만 당예서는 한국에서는 선수 등록을 할 수 없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동료들의 훈련 파트너로서 묵묵히 임무를 할 뿐이었다.

 그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탁구판에 바람을 일으켰다. 국내 선수권대회에서 전승으로 우승했고,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

 이번 대회에서 당예서는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평가다.
 고비 때마다 상대팀 에이스 킬러로서 맹활약을 펼쳤다. 일본과의 3~4위전에서는 2단식에 나서 일본 여자탁구의 아이콘 후쿠하라 아이를 꺾고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현정화 코치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활약이라고 칭찬했다.

 "코치님, 다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우리가 우승할 수 있어요."
 단체전이 끝나고 격해진 마음을 추스린 뒤 당예서는 현정화 코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예서에게 베이징올림픽은 더 큰 세상으로 가는 관문일 뿐이었다.

 탁구계 한편에서는 귀화선수에 대한 삐딱한 시선도 있다. 올림픽이 끝나면 중국으로 돌아갈 수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현정화 코치는 "그거 유언비어예요"라며 웃었다. 당예서도 "2012년 런던올림픽에도 다시 도전하고 싶다. 일단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