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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중국 뽑은 유남규 "신의 손이 어쩌다…"

바래미나 2008. 8. 20. 17:03

<올림픽>중국 뽑은 유남규 "신의 손이 어쩌다…"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08.15 08:23


[베이징=CBS 올림픽특별취재단 박지은 기자]

14일 오후 2008 베이징올림픽 탁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북경대 체육관에서 만난 유남규 남자 탁구대표팀 코치의 낯빛이 좋지 못했다. 이미 4강행을 확정했지만, 여자 대표팀의 단체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영 불안해 보였다. 경기에도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

이처럼 유 코치가 불안, 초조 증세(?)를 보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날 여자 단체전 4강 진출팀이 가려지는 직후 4강전 대진 추첨을 해야 했기 때문. 이날 추첨자로 나설 예정이있던 유 코치는 "떨려 죽겠어요. 잘 뽑아야 하는데…"를 연발했다. 이어 "부산 아시안게임 때 처럼만 되면 되는데 말이죠"라고 덧붙였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팀 코치로 활약했던 유 코치는 당시 복식 8강전과 4강전 대진 추첨에 나섰고, 두 차례 모두 '세계 최강' 중국을 피해가는 행운을 잡아냈다. 유 코치의 뽑기 실력에 현정화 코치 역시 여자 복식 4강전 대진 추첨을 부탁했고, 유 코치는 또 한번 중국을 피해가는 '천운'을 잡았다. 그 결과 남녀 대표팀은 최종 무대인 결승에서 만난 중국을 꺾고 동반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이때부터 유 코치에게 붙여진 별명이 '신의 손'. 그러나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한국 남자팀이 결승에서 중국과 붙게 될 확률은 반반. 국제탁구연맹(ITTF)이 발표한 팀 랭킹에서 3위로 밀려 C조가 된 한국은 톱시드인 A조 1위 중국(랭킹 1위) 또는 B조 1위 독일(랭킹 2위)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 코치가 구슬 추첨을 통해 낙점한 팀은 세계선수권 단체전 4연패를 달성한, '피하고 싶었던' 중국이었다.

유 코치는 "공을 잡을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더라"면서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는 거죠"라며 16일 중국과의 4강전에 대한 결의를 밝혔다.

현정화 대표팀 코치 역시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남자에 이어 벌어진 여자 4강 대진 추첨을 직접 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 D조 1위인 여자팀 역시 4강에서 만날 상대는 A조 1위 중국 이거나 B조 1위 싱가포르였다.

전력상 싱가포르가 한결 수월한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추첨을 기다리던 현 코치가 "너무 긴장된다"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자 유 코치는 "아냐, 여자팀은 느낌이 좋아"라며 행운을 빌어줬다. 결국 현정화 코치가 유리병 속에서 뽑아낸 공은 싱가포르와 준결승을 알렸고, 순간 남녀 대표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nocutsport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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