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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엔진' 엄청난 속력…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

바래미나 2007. 10. 6. 19:26

                                                        '괴물엔진' 엄청난 속력…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용 자동차 기록이 경신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는 미국 스포츠카 생산 업체인 셸비 슈퍼카(Shelby Super Cars)의 ‘얼티밋 에어로’. 얼티밋 에어로는 지난달 13일 미국 워싱턴 주에서 가진 2차례 시험 주행에서 평균 시속 412㎞를 기록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자동차의 성능이란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것이다. 거기에 잘 생기기까지 하면 금상첨화. 하지만 대중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슈퍼카다. 자동차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시속 300㎞ 정도의 속도로는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없게 됐다. 무릇 400㎞는 넘어야, 땅에 바퀴를 붙이고 날듯이 달리는 자동차쯤 돼야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있게 된 것이다.

셸비 슈퍼카(약칭 SSC)의 얼티밋 에어로가 세운 기록은 시속 412㎞. 최고 속도는 바람이나 도로의 기울기 등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서로 반대 방향으로 한 번씩 두 번 주행해 평균기록을 산출한다. SSC 에어로는 첫 번째 주행 테스트에서 시속 257.41마일(414.31㎞), 두 번째에서는 시속 254.88마일(410.24㎞)을 기록했다.



기존 기네스 최고 속도 보유 차량은 코닉세그 CCR로 시속 389.62㎞을 기록하고 있었다. 기네스북에 오르지 않은 비공식 1위는 부가티 베이런의 시속 407㎞. SSC 에어로는 비공식 기록까지 5㎞ 가까이 넘어선 것이다.

시속 400㎞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엄청난 힘의 엔진 덕분이다. SSC 에어로는 배기량 6리터급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이 1183마력에 달한다. 괴물 같은 엔진을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96.6㎞/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78초. 2위로 밀려난 부가티 베이런 역시 어마어마한 엔진을 달고 있다.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고급차를 굴릴 수 있는 V8 엔진 2개를 나란히 붙여 만든 W16 엔진에 터보를 4개 장착해 최고 출력이 1001마력에 달한다.


사실 이들 슈퍼카보다 더 빠른 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소량 생산 메이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속도를 제대로 테스트할 도로가 많지 않다는 것. 최고 속도가 평균 시속 400㎞를 넘나드는 차량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 ㎞에 달하는 직선 도로가 있어야 가능하다. 최고속도로 달리다가 정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직선 도로 750m는 필요하다. 이런 탓에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은 거대한 연습 트랙을 갖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의 에라-라이젠(Ehra-Leissen) 트랙은 총 21㎞에 달하는 타원형 트랙으로 직선구간이 양측으로 9㎞에 곡선 구간이 2㎞씩 이어져 있다. 공용 시설로는 이탈리아 북부의 나르도 링(Nardo ring)이 있지만 트랙의 총 길이가 12.5㎞로 폭스바겐 트랙의 절반 수준인데다 완전 원형으로 직선 구간이 없다. 시속 389.62㎞의 기록을 세운 코닉세그 CCR도 바로 이곳에서 시험 주행했다.


가장 빠른 차로 기네스북에 오른 SSC 에어로지만 이는 상용차에 한해서다. 테스트 차량을 넣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네스북 ‘땅에서 가장 빠른 속도’(Fastest Land Speed)부문에서 최고 기록을 세운 차는 제트엔진을 장착한 Thrust SSC(Super Sonic Car)다. 1997년 사막에서 테스트한 최고 속도는 시속 1227.99㎞로 음속을 돌파했다. 제트엔진의 힘으로 말 그대로 ‘날 듯이’ 달린 결과다. 바퀴를 굴리는 힘으로 달리는 차 중 가장 빠른 차는 닷지 토마호크. 거대한 8300㏄ V10 엔진에 바퀴만 달아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오토바이와 비슷하게 사람이 올라앉아 조종하는 방식이다. 이 차는 이론적으로는 시속 400마일(644㎞)까지 달릴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에는 놀라운 기록이 살아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1939년식 메르세데스 벤츠 벨트레코드바겐 T10(Mercedes-Benz Weltrekordwagen)은 최고 속도가 시속 60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퍼 머신으로 불리는 이 차는 포르셰와 폭스바겐 등을 설계한 페르디난트 포르셰 박사가 디자인한 것으로 V12기통 항공기 엔진(new Db 603 aero engine)을 탑재해 최고 출력이 3000마력에 달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개발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데다 정치적인 상황이 겹쳐 전설 속으로 사라져야만 했다.


디젤 엔진 차량 중에 가장 빠른 것은 JCB의 (디젤맥스)DIESELMAX다. 이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563㎞. 디젤 중장비 생산 전문 업체 JCB는 홈페이지를 통해 “디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 차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의 레이싱 경주인 F1(포뮬러원) 경기에서는 오히려 최고 속력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5년까지는 배기량 3000㏄급 V10 엔진을 탑재해 경기를 벌였지만, 최근에는 2400㏄ V8 엔진으로 규제하고 있어 최고 속력은 많이 떨어졌다. 2004년에 이탈리아 몬자 서킷에서 열린 F1 경기에서 BMW의 윌리엄스 F1팀 안토니오 피조니아(Antonio Pizzonia)가 세운 시속 369.9㎞ 이 공인된 최고 기록이다. 트랙이 아닌 곳에서는 일본 혼다 F1팀(BAR 007 car)이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Mojave) 공항에서 세운 시속 413㎞가 최고 기록이다.


여기서 문제 하나. 커다란 비행기도 최저 시속 250㎞, 평균 시속 350㎞의 속력만으로 하늘로 날아가는데 그보다 훨씬 작고 가벼운 자동차는 왜 공중으로 날아가지 않을까. 자동차가 비행기의 이륙 속도보다 훨씬 빠름에도 불구하고 하늘로 올라가지 않는 건 차체를 바닥으로 눌러주는 ‘다운 포스(Down Force)’ 때문이다.

비행기는 앞으로 나아가면서 받는 공기저항을 땅으로 밀어낸다. 양 날개 위아래로 지나는 바람을 땅 쪽으로 밀어내 양력을 발생시키고, 이 힘으로 날아오르게 된다. 이에 비해 도로 위에서 시속 400㎞를 넘나드는 자동차는 차체를 거의 바닥에 붙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는 차체 밑으로 흐르는 공기를 뒤쪽으로 빠르게 지나가도록 해, 차체가 바닥에서 떠오르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같은 속도로 달리더라도 비행기는 동체가 뜨도록, 자동차는 차체가 가라앉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두 운송수단은 서로 ‘다른 길’을 다니는 것이다.



[하영선 조선닷컴 카리뷰 기자 ys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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