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국-이란 사태에 대한 반응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대결이 점차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양국 간 무인기 대결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국제사회 반응과 달리, 중국의 반응이 매우 이례적이었다.
지난 1월 3일 미군은 MQ-9 리퍼(Reapter) 공격용 무인기(hunter-killer UAV)를 투입해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쿠디스(Quds)군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하였다. 이는 적 수뇌부를 겨냥하여 제거하는 『참수작전(decapitation operation)』이었다.
당시 매체들은 이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친(親)이란 세력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연대하여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 등에 대해 대규모 무인기 공격 계획을 주도하고 있었다는 보고를 받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거를 지시하여 참수작전이 집행되었다고 보도하였다.
이는 미국이 이란과의 군사대립에서 게임원칙을 바꾸었으며, 사전 공격 및 테러 징후가 농후하게 나타나는 경우 미군은 지체없이 첨단 무인기 등을 동원한 선제적(pre-emptive) 대응을 집행한다는 것으로 실제 이번에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참수작전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미국-이란 간 사태가 중동만이 아닌, 세계로 확산되어 국제유가 불안정,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란의 핵무장, 미국과 유럽 등에 대한 대규모 테러로 확산 등의 후유증을 우려하였으나, 유독 중국만이 자국 무인기 성능과 대(對)무인기(C-UAV) 방어체계 우수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월 6일자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중국의 대공방어체계는 탄도 미사일, 순항 미사일 뿐만이 아닌, 무인기 공격에 대해서도 완벽한 대응체계를 구비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의 무인기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이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실제 이는 2019년 12월 31일에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신년사』를 통해 “중국과 세계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미국 우선주의에 반대하여 다자주의와 글로벌화를 통해 세계 안정, 평화 그리고 번영을 향유하자”고 주장한 논지와 맞지 않았으며, 미군의 이란 군부 지도자 참수작전에 대해 중국제 무인기 방어체계를 자랑하는 보도를 낸 것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왜 중국이 그랬을까? 이는 이번 가셈 솔레이마니 참수작전에 투입된 미국의 동맹국과 정보전, MQ-9 리퍼 공격용 무인기 그리고 소위 “닌자폭탄”으로 알려진 Hellfire R6X 미사일 성능을 보면 답이 나온다.
지난 1월 3일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작전은 미국 정보력과 첨단 군사력의 승리였다. 특히 미 중앙정보국(CIA)와 이스라엘 정보기관 간 상호협력 절차(modus operandi)에 의한 정보전이 시발점이었다. 지난 1월 7일자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각종 도청장비를 동원하여 가셈 솔레이마니 이동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당일 시리아에서 이라크 공항에 도착한 이후 일본 도요타 SUV에 탑승해 이동하는 행적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보도하였다.
이어 공격 주체는 미 제너럴 오토믹스사 MQ-9 리퍼(Reaper) 공격용 무인기였다. 2007년 5월부터 실전에 배치된 MQ-9 리퍼는 성능을 개선해 장시간 작전, 탑재무장 증가 그리고 원거리 지휘통제센터 통제가 가능하며, 피스톤 엔진을 터브프롭 엔진으로 교체해 엔진소음이 거의 없는 스텔스 무인기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1월 3일 당일 MQ-9 리퍼는 이라크 공항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솔레이마니 일행이 시리아로부터 이라크 공항에 도착하여 여러 대의 도요타 SUV에 나누어 이동하는 현장을 공격하였다.
마지막으로 가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수단은 AGM-114 Hellfire R9X 미사일(일명: 닌자폭탄)이었다. 기존 AGM-114 Hellfire 미사일은 확산파편(MAC)을 사용하여 그로 인한 민간인의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가 발생되어 국제사회 비난을 받았으나, 2017년 실전에 배치한 AGM-114 Hellfire R9X는 키네틱(kinetic) 탄두와 6개의 팝업(pop-up) 브래드(blade)를 사용하여 민간인에 대한 부수적 피해가 거의 없다. 실제 1월 3일의 참수작전 집행 시에 키네틱 파편이 솔레이마니와 그의 보좌진들의 사체(私體)에 대해서만 치명적 살상력을 주어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와 같이 미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참수작전에 투입된 정보전, MQ-9 리퍼와 AGM-114 Hellfire R6X 미사일은 중국의 허점을 찌른 전력이자, 전술이었다. 그동안 중국은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탑재한 탄도 미사일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미국 보다 앞설 수 있다고 기대하였으나, 갑자기 미국이 재래식 무인기와 미사일로 ‘적 장수를 일거에 제거하는 능력’을 보인 것이었다.
더욱이 이는 그동안 미국 등 서방 군사전문가들이 제기하던 중국 위협론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전략적 위협이었다. 2019년 1월호 영국 『제인스국제방산리뷰(JIDR)』는 2018년 주하이(珠海) 에어쇼에 배포된 자료를 통해 중국 광둥홍다집단공사(中國廣東鋐達爆破公司) 지상용 대지/대함 타격용 HD-1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이 다양한 탄두를 원형공산오차(CEP) 10m 이내의 정밀타격 능력을 갖추어 미국과 스웨덴이 공동으로 개발한 엑스칼리버(Excalibur) 보다 더 정교하다면서, 심지어 중국 전구작전용 대지/대함용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이 미국 등 선진국 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하였으며, 이를 듣는 중국도 그런대로 기분이 좋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 정보당국과의 긴밀한 협력, MQ-9 리퍼와 Hellfire R6X 미사일을 활용하여 이란 솔레이마니 참수작전을 집행함으로써 소위 『4+1』 대상 중 하나인 중국에게 일종의 ‘간접 경고’를 보낸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MQ-9 리퍼와 비교가 된 중국 무인기였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의 무인기 생산능력을 고무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었으나, 실제는 백화점 나열식 모방형 생산이었으며, 성능도 별로였다.
실제 2019年 『兵工科技』 21號와 『無人機(Unmanned Vehicles)』 10月號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강조하는 군민장비기술융합(軍民裝備技術綜合: CMI)에 의해 총 49개의 민간 무인기 개발회사가 중국군의 작전요구성능(ROC)에 맞추어 다양한 무인기(UAV)를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들 대부분 미국 무인기 모방형으로 미국 무인기 보다 열세한 성능을 갖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中國航天科工集團有限公司(CASIC)가 개발한 미 노스롭 그루만사의 X-47과 X-45와 유사한 CH-7형 스텔스 무인기, 四川騰循科技有限公司(TENGDEN)가 미공군 F-22 또는 F-35 스텔스기를 모방하여 개발한 스텔스 XY-280 무인기였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은 실전에서 증명되지도 않은 ‘시제품(prototype)’ 형태로 이제 각종 방산전시회에 전시되고 있었다. 일부 사우디 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레이트와 인도네시아에 판매된 CH-4 중고도 무인기는 성능 보다 가격 경쟁력, 군수지원 그리고 기술이전 등에 비중을 둔 성과로써 외형만 좋았지 내면은 유사형 미국제 무인기와 비교 시 여전히 몇 걸음 뒤처져 있었으며. 탑재 무장도 매우 열세였다.
심지어 군사전문가들은 이번에 『Global Times』가 자랑한 중국제 대(對)무인기(C-UAV) 방어체계 성능도 뒤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우선 중국군이 보유한 저고도 무인기 탐지는 주로 L-band의 대공방어체계로서 대부분 스텔스기 탐지에 집중되어 있으며, 아직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향하는 첨단 탐지수단과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특히 2019年 1月號 『兵器(Weapon)』는 차량용 레이저 LW-300, Silent Hunter LASS, 보병용 AK-47 소총을 레이저총으로 개량한 Laser ZKZM-500, 天循형 C-UAV 체계와 菁戒형 U-UAV 저격총의 하드웨어 수단을 소개했으나, 통신주파수와 항법장치를 교란시키는 등의 비살상적 소프트웨어 대응체계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 미국 등 서방이 무인기의 군집작전(UAV swarm operation)에 대응하는 통합적 대응체계를 개발하고 있으나, 중국은 아직도 개별 무인기에 대한 대응체계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2019-12월호『제인스국제방산리뷰(JIDR)』의 C-UAV 특집논단은 중국제 C-UAV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더욱이 중국은 주변국과 군사동맹을 맺지 않아 관련 정보교환이 미국 보다 미흡하였다. 경쟁국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그리고 인도 정보기관과 긴밀한 상호협력 절차(modus operandi)에 의한 정보전을 수행하고 있으나, 중국은 항상 독단적으로 혼자하고 있었으며, 실수가 많았다. 예를 들면 최근 홍콩사태 악화와 그 영향에 따라 수세에 몰리던 대만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현(現) 총통가 지난 1월 11일 재선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 사례였다.
그럼 중국이 『Global Times』의 관영매체를 통해 중국제 대(對)무인기 방어체계 우수성을 보도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이는 중국이 향후 중동에서의 무인기와 대(對)무인기 방어체계 소요를 전망하면서 중동 무인기 해외시장에서 중국제 무인기와 대(對)무인기 방어체계 우수성을 홍보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 중동에서는 지난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이후 반미(反美)정서가 높아 미국산 무인기와 대응체계 보다, 정치적 제약을 비교적 덜 받는 국가의 제품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 러시아와 중국일 것이나, 이스라엘산은 종교적 제약이 있고,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시리아에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어 중국이 보다 유리한 상황을 갖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중국은 친(親)미국 성향의 사우디 아라비아에 CH-4형 및 Wing Loong Ⅱ형 중고도 무인기를, 이라크에 CH-4B형 무인기를, 아랍에미레이트(UAE)에 Wing Loong Ⅱ형 무인기를 판매하였으며, 평가는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군사전문가들은 향후 중국제 무인기와 C-UAV 방어체계가 이번 미국의 이란 군부 솔레이마니 제거에 따른 반미정서 확산으로 이득을 볼 가능성을 매우 낮게 전망하고 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중국은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대부분 중동 무인기가 중국산 모방형이고, 중국이 스텔스기 탐지용이라고 홍보하는 JY-27A형 미터-웨이브 레이더를 C-UAV 방어체계로 개선시킬 가능성과 지난해 11월 초 미국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의회에서 증언한 바와 같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무인기에 적용할 경우에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20일자 영국 『제인스국방주간(JDW)』가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국제 무인기가 유사한 미국 등 서방 제품 보다 약 5배 정도 저렴하고, 구매국의 작전소요를 적절히 만족시키는 『가격 대비 우수(good enough)』에 도달해 있으며, 대금결제 방식에 대한 유연성, 일대일로 사업과 연계성, 기술이전 등에 있어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향후 미국 등 서방 무인기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동은 중앙아시아와 함께 중국 일대일로 사업이 유럽으로 확대되기 위한 중간지로서 전략적 가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최근 미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Endless War)”를 마무리하려 하여 중국에게는 호기(好機)로 대두되고 있어 터키,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에 집요하게 접근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11∼12일자 『뉴욕타임스(NYT)』는 “과연 이번 미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군부 솔레이마니 제거로 미국과 이란이 얻는 이득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양국이 전면적 군사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면 결국 무인기와 같은 수단에 의존하는 비접촉적 대결인 “전쟁이 아닌 전쟁(war unlike war)”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궁극적으로 이번 미국-이란 간 군사적 대결에 대해 중국이 보인 의외의 반응은 매우 타산적(打算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중국은 “미국이 간접적으로 암시한 무인기 위협에 절대 두려워하지 않다”는 경쟁의지를 보이면서, 오히려 이번 미국-이란 간 충돌을 계기로 중동 무인기 시장을 확장하고자 한다는 계산적 의도를 분명히 나타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반응은 이례적이었으나, ‘목적’은 분명히 하였다.
작성자 윤석준은 예비역 해군대령이자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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