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이착륙(VTOL) 전투기의 대명사 AV-8B 해리어 II
개발의 역사
1950년대에 벌어진 6·25전쟁 중 사상 최초로 제트기가 전장에 등장한 가운데, 참전국들은 산지가 많은 데다 활주로가 제대로 깔리지 않은 환경에서 전투기를 운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실감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계 업체들은 활주로가 필요한 수평이착륙 방식 대신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되면 이착륙이 가능한 수직이착륙(VTOL,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각국 업체들은 만약 수직이착륙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면 민간 항공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장성이 크다고 판단했으나, 한편으로는 이 기술을 실제 군용기에 적용해 전장에서 운용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실제 기술 개발에 뛰어든 업체는 많지 않았다.
우선 롤스로이스(Rolls-Royce) 사는 1950년대에 골조 틀 위에 엔진만 얹은 추력측정장비[TMR, Thrust Measuring Rig: ‘하늘을 나는 침대틀(flying bedstead)’이라는 별명으로 유명]를 제작해 수직이착륙 기술의 토대를 만들었으며, 1957년에는 브리스톨 엔진(Bristol Engine) 사가 호커 에어크래프트(Hawker Aircraft) 사와 합작으로 올림푸스(Olympus) 및 오르페우스(Orpheus) 제트 엔진의 특성을 합친 방향전환형 팬 제트(fan jet) 엔진인 ‘페가서스(Pegasus)’의 개발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의 항공 컨설턴트인 미셸 위볼트(Michel Wibault)가 설계한 추력편향(推力偏向) 컨셉 설계가 적용되었으며, 브리스톨 엔진 사는 이를 수차례 개량하면서 엔진 크기와 중량을 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항공 전력의 중심을 유인항공기에서 미사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발표한 영국 국방부는 1957년 국방 백서를 발간하면서 P.1121로 지정했던 호커 헌터(Hawker Hunter) 대체 기종 도입 사업을 취소했고, 이에 호커 에어크래프트 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이하 나토)에서 발주한 피아트(Fiat) G. 91기 대체용 경량 전술 지원 전투기(LTSF, Light Tactical Support Fighter) 기종으로 제안하기 위해 ‘페가서스’ 엔진을 활용한 기체 개발 쪽에 집중하게 되었다. 호커 에어크래프트 사는 영국 정부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나토 사업을 준비하면서 P.1127 프로젝트로 명명했고, 1959년 페가서스 I 엔진이 첫 시연에서 9,000파운드 추력을 내는 데 성공하면서 프로젝트 시작 후 불과 3년 후인 1960년 10월에 P.1127의 초도 비행을 실시했다. 하지만 수직이착륙(VTOL) 기술이 아직 불안정했기 때문에 총 6대의 시제기 중 3대가 추락했으며, 심지어 1대는 1963년 파리 에어쇼 시연 비행 중 사고가 발생했다.
나토는 1961년 미래에 도입해야 할 전투기 설계 상세 요구도를 짜기 시작하면서 나토 기본 군사 요구도 3(NMBR 3)를 발행했다. 나토는 이 문서를 통해 도입해야 할 차세대 기체를 초음속 전투기(NBMR-3a)와 아음속 전폭기(NBMR-3b)로 나누었으며, 공산국가들이 유럽 대륙에서 기습적으로 지상군을 진격시켜 주요 활주로를 점령한 경우를 대비해 수직/단거리 이착륙(V/STOL) 항공기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직/단거리 이착륙(V/STOL)이 가능하고 마하 2까지 비행해야 한다는 요구도를 갖고 있던 NMBR-3a 사업에는 10개 이상의 유럽 각국 항공사들이 초음속 기체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최종 후보로는 P.1124의 초음속 형상인 호커 시들리(Hawker Siddeley)의 P.1154와 다소(Dassault)의 미라주(Mirage) IIIV(참고로, 35라는 의미가 아니라 미라주 III의 수직이착륙 형상[Vertical]이라는 의미임)로 압축되었다. 하지만 나토가 면밀한 평가 후 우선협상대상자로 호커 시들리의 P.1154를 선정하자, 이에 불복한 프랑스 정부는 NMBR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하고 미라주 IIIV의 독자개발을 결정했다. 결국 프랑스가 빠지면서 사업 또한 좌초해 NMBR 사업은 1965년에 취소되고 말았다.
NMBR 사업의 좌초와 함께 유럽 각국은 각자 수직이착륙 항공기를 개발하는 분위기가 되었고, 영국 왕립 공군(RAF)과 왕립 해군(RN)은 나토의 NMBR 사업이 취소되자 마자 P.1154를 기반으로 한 해·공군 겸용 전투기의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양군의 요구사항이 계속 충돌하다가 1964년 노동당 행정부가 들어섬과 동시에 P.1154 사업도 취소되었다. 왕립 공군은 P.1154 도입 사업이 좌초하자 독자적으로 P.1154 업그레이드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으며, 미국-영국-서독이 수직/단거리 이착륙(V/STOL) 성능 평가를 위해 진행했던 공동평가 비행대대용으로 개발한 케스트렐(Kestrel) FGA. 1을 기반으로 한 지상 공격기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리했다. 왕립 공군용 P.1127로 명명된 기체는 총 6대가 제작되어 1966년 8월 31일에 시험비행을 실시했으며, 이후 양산으로 넘어가면서 해리어(Harrier) GR. 1으로 개명된 기체가 1967년 초부터 총 60대 가량 납품되었다.
해리어는 1969년 4월 18일부터 왕립 공군에서 전력화 되었으며, 1977년부터는 경 항모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스키 점프대 이륙 테스트를 1977년부터 실시했다. 이후 영국 왕립 해군도 함재기용 형상을 도입하면서 시 해리어(Sea Harrier)로 명명했다. 미국 또한 해병대용 강습 상륙함에서 운용할 용도로 단거리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해리어를 후보로 판단했으며, 1969년 해리어 도입을 위해 맥도넬 더글러스(McDonnell Douglas) 사가 호커 시들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AV-8A 해리어로 명명했다. 이 1세대 해리어는 1970년대까지 양산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도태된 기체는 태국 왕립 공군이 사용하던 기체로 2006년에 퇴역했다.
최초로 개발된 호커 시들리 해리어의 후속 기종인 해리어 II는 1973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맥도넬 더글러스와 호커 시들리가 공동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영국 국방부는 예산 제약 때문에 약정 물량을 60대밖에 걸지 못했으며, 페가서스 15 엔진 및 기체 개발 예산을 지원해주지 못하면서 1975년부로 호커 시들리가 사업에서 철수했다. 결국 단독으로 남은 미국의 맥도넬 더글러스는 아예 기존 AV-8A 설계를 처음부터 손봐 AV-8B 해리어 II로 재설계했다. 이렇게 탄생한 AV-8B 해리어 II는 주익, 조종석 높이, 동체 크기를 변경했으며 양쪽 날개당 하드 포인트(hard point)를 1개씩 더 추가했고, 늘어난 크기에 맞도록 업그레이드된 페가서스 엔진을 장착했다. 맥도넬 더글러스는 기존 AV-8A 해리어를 개조하여 시제기를 2대 제작했으며, 이를 토대로 1978년에 시험비행을 실시했다.
한편, 공동개발 사업에서 철수했던 영국은 기존에 운용 중이던 1세대 해리어 시리즈의 도태 시기에 따라 대체 기종을 고려하던 중 미국이 계속 진행한 AV-8B 해리어 II 계획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주익 크기를 키우고 앞전 스트레이크(leading edge root extension)만 영국 쪽 설계를 반영하면 영국군 요구도에 맞출 수 있다고 판단하여 다시 영·미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미국 측 설계인 AV-8B는 맥도넬 더글러스가 주 계약자, 브리티쉬 에어로스페이스(British Aerospace)를 하도 업체로 하여 개발이 되었으며, 반대로 영국 요구도가 반영된 해리어 II GR.5는 브리티쉬 에어로스페이스가 주 계약자, 맥도넬 더글러스를 하도 업체로 하여 사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공동 개발된 AV-8B 해리어 II의 초도 비행은 1981년 11월에 이루어졌으며, 미 해군 및 해병대와 스페인 해군, 이탈리아 해군에 주로 납품되어 함재기용으로 활용되었다. AV-8B 해리어 II는 2003년에 생산 라인이 중단될 때까지 22년간 약 340대가 양산되었다. 현재에도 AV-8B 해리어 II는 미 해병대와 해군에서 운용 중이며, 차세대 수직이착륙 항공기인 F-35B 라이트닝(Lightning) II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순차적으로 도태될 예정이다. 현재 AV-8B의 유지관리 및 후속 지원은 1997년 맥도넬-더글러스가 보잉에 합병됨에 따라 보잉에서 실시하고 있다.
특징
해리어의 가장 뛰어난 특징은 활주로나 별도 장비 없이 이륙이 가능한 수직이착륙 능력이다. 특히 수직이착륙(VTOL) 기체는 이륙과 착륙에 공간 제약이 적을 뿐 아니라 출격 준비 시간이 짧고 공중에서도 기동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수직이착륙 능력에 중점을 둔 설계다 보니 성능 면에서는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먼저 수직 및 단거리 이착륙(S/VTOL)에는 기체 이륙을 위해 엄청난 추력이 필요하므로 연료소모량이 큰 편이며, 이는 작전반경의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다량의 연료를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탑재중량도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일례로 해리어의 최대이륙중량인 11,430kg는 동시대 미·영 공군의 주력 전투기였던 F-4 팬텀(Phantom) II의 최대이륙중량인 28,030kg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이착륙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장점 때문에 공군뿐 아니라 해군 함재기용으로 각광받아왔다.
현재 AV-8B 해리어 II의 엔진은 페가서스 11-61 (Mk 107)로, 미군 명칭은 F402-RR-408이며, 추력은 10,795kg이다. 엔진에는 2개의 흡입구와 4개의 벡터링 노즐(vectoring nozzle)이 있는데, 수직이착륙을 실시할 때는 벡터링 노즐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이륙한다. 또한 기수, 미익, 날개 끝에도 소형 노즐이 장착되어 있어 이륙 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AV-8B 해리어 II는 강력한 추진 능력과 균형 능력 덕에 활주로 등 통상적인 이륙 시설이 소실된 전시에도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되면 이착륙이 가능하여 고강도 전쟁 시에 유용하다.
하지만 추력편향 엔진 채택과 노즐 장착으로 인해 유지관리가 복잡하다는 점, 그리고 대다수의 기체보다 사고율이 높다는 부분이 해리어 시리즈의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물론 A-4 스카이호크(Skyhawk)나 A-7 코르세어(Corsair) II 같은 단발 엔진 기체 중에 해리어보다 사고율이 높은 기종도 존재하나, 2003년 《LA 타임즈(LA Times)》 지가 지적했듯이 해리어로 인해 45명의 해병 조종사들이 148건의 비전투 사고로 사망한 바 있다.
AV-8B 해리어 II는 최대 4.2톤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으며, 동체 아랫면에는 실질적인 고정 무장인 25mm 기관포[이퀄라이저 팩(Equalizer Pack)]를 장착한다. GAU-12/U 기관포는 좌측 팩에, 기관포탄(300발)은 우측 팩에 수납한다. 항법공격 시스템은 1세대 해리어보다 한 단계 수준이 높아졌다. AYK-14 임무 컴퓨터를 중심으로 ASN-130A 관성 항법 시스템, Su-128/U 전방 상향 시현 장치(HUD), IP-1318/ACRT 디스플레이 등의 시스템을 조합하여 구성하고 있다. 또한 기수에 설치된 TV와 레이저로 목표를 추적하는 ASB-19 각도 폭격 시스템(ARBS, Angle Rate Bombing System)이 공격의 핵심 장비다. AV-8B 해리어 II는 생산된 이후에도 야간공격(night attack)형과 해리어 Ⅱ+ 등의 개수를 거치면서 업그레이드를 계속하고 있다.
운용 현황
제일 먼저 해리어를 개발 및 도입한 영국 왕립 해군은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경제 불황의 영향으로 항공모함을 대다수 처분했으며, 경 항모 체제로 돌입하게 되자 수직이착륙 전투기의 활용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특히 함상용으로 개조한 시 해리어(Sea Harrier)는 짧은 활주거리에서도 이함 및 착함이 가능했기 때문에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도 혁혁한 전과를 남겼다.
현재 해리어를 실전 배치 중인 국가는 미 해병대 외에 소량의 해리어를 운용 중인 영국 왕립 공군과 스페인, 이탈리아 해군 정도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체들의 30년 수명이 도래하고 있는 데다 대체 기종인 F-35B가 도입 중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국가들이 곧 순차적으로 퇴역시킬 예정이다. 한편 미 정부는 작년 대만의 F-35 구매 승인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대신 퇴역 예정인 미 해병대의 해리어의 중고 판매 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있었다. 대만의 경우 영토 전역이 중국의 지대지미사일 사거리 및 인민해방군 공군의 주요 전투기나 폭격기 전투반경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선제공격을 당해 활주로가 파손된 경우 해리어가 유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리어는 전투 반경 자체는 작으나 기동력은 높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당한 경우 미 증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대만 섬을 방어할 시간을 벌기에 충분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2016년 초 이후 이 계약 여부에 대해서는 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양국 간의 계약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BAE 시스템즈가 생산한 해리어 II를 운용하던 영국 국방부는 예산 문제 때문에 2010년 12월부로 기체 전량을 퇴역 시켰다. 당시 왕립 해군은 정식 항공모함 없이 강습상륙함만 운용 중이었는데, 해리어의 후속 대체기종이나 차선책이 없는 상태에서 해리어 II를 전량 퇴역시켜 논란이 많았다. 영국은 2011년 11월경에 퇴역 시켰던 해리어 II 72대를 전량 해체시켜 부품 상태로 미 해병대에게 1억 8,000만 달러로 판매했다. 이때부터 한동안 왕립 해군은 함재기 없는 강습상륙함을 운용하게 되어 포클랜드 제도 방어에도 차질이 예상되었었다. 하지만 영국군은 2013년경부터 F-35B 일부를 인도받아 지상기지에서 운용했으며, 올해부터 퀸 엘리자베스(Queen Elizabeth)급 항공모함이 실전배치되는 만큼 F-35의 항공모함 탑재가 이루어져 왕립 해군의 원정작전 능력이나 항공모함 운용 능력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미 해병대 또한 해리어의 후속 기종인 F-35B의 실전배치가 늦어지면서 몇 차례 해리어의 도태 시기와 방침을 변경했던 바 있으나, 일단은 해병대의 주력 기종인 F/A-18 호넷(Hornet) 역시 운용 상태가 좋지 않아 한동안은 AV-8B 해리어 II를 계속 운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AV-8B해리어 II 기종은 사고율이 높은 편이고, 주로 수직이착륙 중 사고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옳은 결정인지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F/A-18에서 F/A-18E/F로 세대 교체를 거부한 미 해병대에게는 F-35B가 인도될 때까지 달리 선택이 없으므로, AV-8B 해리어 II가 당분간 이 세대교체 기간 사이의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해병대는 34대의 AV-8B 해리어 II 야간공격기와 76대의 AV-8B 해리어 II+를 운용 중이다.
해리어는 1990년대 펩시콜라(Pepsi-Cola) 와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일명 ‘레너드 대 펩시콜라 (Leonard v. Pepsico, Inc., 1999)’ 사건이다. 발단은 펩시콜라가 1996년부터 10센트당 1포인트로 산정한 후 누적 포인트를 상품으로 교환해주는 ‘펩시 포인트’ 제도를 시행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펩시는 포인트를 모아오면 ‘펩시 스터프(Pepsi Stuff)’로 불리는 상품과 교환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흥행을 위해 1등 상품으로 해리어 전투기를 걸면서 700만 포인트를 책정했다.
문제는 스물한 살의 경영학도인 존 레너드(John Leonard)가 ‘700만 포인트’라는 것이 실제로는 70만 달러(한화 약 7억 3,000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파했다는 것이다. 물론 70만 달러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당시 가격으로 약 2,300만~3,000만 달러에 달하던 해리어 전투기의 실제 가격에 비하면 턱없이 싼 가격이었다. 그는 펩시 측에 배송비를 포함하여 700,008 달러 50센트 수표를 보내면서 “700만 포인트어치를 구입하니 해리어 전투기를 배송해달라”고 요구했고, 펩시 측은 뒤늦게 계산의 실수를 깨닫고 “해리어는 광고 홍보를 위한 용도였지, 정말로 증정하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답신을 보냈다. 이에 존 레너드는 계약위반, 사기, 허위광고, 불공정한 상거래 혐의로 소송을 시작했다. 펩시 변호인단은 ‘해리어’가 그저 행사 홍보를 위한 용도였으며, 상품 교환 품목이 기재된 책자에는 싣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1심에서 법원은 “광고에 해리어를 보여준 것만으로 이것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계약이 성립된 것이 아니며, 상식적인 선에서도 2,300만 달러짜리 전투기를 70만 달러로 제공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원고와 피고 간에 계약이 체결된 것도 아니므로 ‘사기’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재판은 1999년에 가서야 2차 순회 심판 상고법원에서 최종판결이 났는데, 판결 내용은 1심과 유사했지만 이미 사건은 1997년 9월부로 향방이 갈려 있었다. 이미 미 국방부가 AV-8은 비행 가능 상태로 민간 판매가 불가능한 군용 물자 라는 점을 들어 펩시 사의 광고 중단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해당 기체를 민간용으로 팔기 위해서는 비행 능력이나 무장 능력을 모두 제거하는 비(非)군사용도화시켜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 판결은 군용 물자의 소유권과 민간 거래 가능 여부를 명확하게 규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즉, 군용 물자는 국가 외에는 소유할 수 없으며, 무기가 갖는 살상성 또한 오직 국가만이 행사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판결은 사실상 수출통제(E/L, Export License)에 다시금 의미를 부여했을 뿐 아니라, 군용 물자가 민간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차단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파생형
호커 시들리 형상
● P.1127: 수직/단거리 이착륙(V/STOL) 시험기. 시제기 2대와 양산기 4대가 제작되었다.
● 케스트렐(Kestrel) FGA.1: 1961년, 미국-영국-서독이 수직/단거리 이착륙(V/STOL) 항공기의 잠재력과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공동평가 비행대대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도입한 P.1127 기반의 기체. 공동평가 비행대대에는 3국이 각 4명씩의 조종사를 파견했으며, 총 9대의 기체가 도입되어 1964년 3월부터 1965년 11월까지 960소티를 소화했다. 이 기간 중 1대의 기체가 사고로 소실되었으며, 잔여 기체는 미국과 영국이 나눠 가져가면서 각자 수직이착륙 (VTOL)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 미국은 XV-6A로 제식번호를 재지정했다.
● VZ-12: P.1127의 육군용 제식지정번호. 실제 인도되지는 않았다.
● 해리어 GR.1: 영국 왕립 공군용 최초 양산 형상. 19,000파운드급 롤스로이스 페가서스 6 엔진이 장착되었다. 총 61대가 양산되었다.
● 해리어 GR.1A: GR.1의 업그레이드 형상. 엔진이 20,500파운드급 페가서스 10 엔진이 장착되었다. GR.1 중 41대가 GR.1A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별도로 17대가 처음부터 GR.1A 사양으로 제작되었다.
● 해리어 GR.3: 레이저 추적기와 레이더경보수신기(RWR, Radar Warning Receiver) 등 다수의 센서가 추가되었으며 엔진도 21,500파운드급 페가서스 11 엔진으로 교체되었다. 1986년 12월 생산 라인 종료까지 총 40대가 신규 생산되었으며, 62대가 GR.1에서 업그레이드되었다.
● AV-8A 해리어: 단좌형 기체로 지상공격, 근접항공지원, 정찰 및 전투 임무를 소화한다. 페가서스 11 엔진이 장착되었으며 미 해병대가 102대를 도입했다. 업체가 지정한 제식 번호는 해리어 Mk. 50이다.
● AV-8C: 미 해병대 AV-8A형의 업그레이드 형상
● AV-8S 마타도르(Matador): AV-8A 형상의 스페인 해군 수출용 버전. 이후 왕립 태국 공군에서도 동일 형상으로 도입했다. 스페인 해군은 VA-1 마타도르로 도입했다.
영국 왕립 해군(RN)용 형상
● 시 해리어(Sea Harrier) FRS.1: 1977년부터 1988년까지 총 57대가 양산되었으며, 대다수는 1988년부터 시 해리어 FA2로 개조되었다.
● 시 해리어 FRS.51: 단좌식 전투, 정찰, 공격기로 인도 해군이 도입했다. 사양 자체는 영국 왕립 해군의 FRS.1과 유사하나 마트라(Matra) R550 매직(Magic) 공대공미사일이 통합된 점이 다르다. 이후 이스라엘 엘타 시스템(ELTA System) 사의 EL/M-2032 레이더를 장착하고 라파엘(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 사의 더비(Derby) BVRAAM 미사일을 통합했다.
● 시 해리어 FA.2: 1988년부터 FRS.1을 업그레이드시킨 사양. 블루 빅센(Blue Vixen) 펄스-도플러 레이더가 장착되었으며, AIM-120 AMRAAM 미사일이 통합되었다.
맥도넬 더글러스 AV-8B 해리어 II 시리즈
● AV-8B 해리어 II: 주간 공격용 전투기. 실용 개발(FSD) 기체는 1982년부로 총 4대가 완성되었으며, 1983년부터 1989년까지 162대가 양산되었다.
● AV-8B(NA) 해리어 II 야간공격기(Night Attack): 항법 전방 탐지 적외선 카메라(NAVFLIR)가 장착되었으며, 야간투시경이 장착되었다. 최초 AV-8D로 지정되었다. 약 100대가 AV-8B(NA)로 개조되었다.
● AV-8B 해리어 II+: 야간 공격기 형상과 유사하나 APG-65 레이더가 추가되었다. 주로 미 해병대와 스페인 해군, 이탈리아 해군이 운용했으며, 72대는 기존 AV-8B에서 업그레이드되었고 43대는 1993년부터 1997년 사이에 양산되었다.
브리티쉬 에어로스페이스(British Aerospace) 해리어 II 시리즈
● 해리어 GR.5: 영국 왕립 공군의 1, 2세대 해리어. 미 해군용 AV-8B 해리어 II와 항전장비 일부, 무장, 미사일 대응 시스템 등에서 차이가 있다. 총 41대가 양산되었다.
● GR7: 해리어 GR5의 업그레이드 형상
● GR7A: GR7에 롤스로이스 페가서스 107 엔진이 장착된 형상. 이전 엔진에 비해 약 3,000파운드 추력을 더 낼 수 있게 되었으며, 항공모함 운용에 더욱 적합하도록 설계되었다.
● GR9: GR7에서 항전장비와 무장이 업그레이드된 형상
● GR9A: GR7A에서 항전장비와 무장, 엔진이 업그레이드되었으며 Mk. 107 페가서스 엔진이 장착되었다.
제원(맥도넬-더글러스 AV-8 해리어 II 기준)
- 종류: 수직/단거리 이착륙(V/STOL) 지상공격기
- 제조사:
└ 호커 시들리(1968~2003년) /
└ 맥도넬 더글러스 / 브리티쉬 에어로스페이스(1981~1997년) /
└ 보잉 / BAE 시스템즈(1997~2003년)
- 승무원: 1명
- 전장: 14.12m
- 날개 길이: 9.25m
- 전고: 3.55m
- 날개 면적: 22.61㎡
- 자체중량: 6,340kg
- 적재중량: 10,410kg
- 최대이륙중량: 14,100kg(통상이륙)/ 9,415kg(수직이륙)
- 동력: 23,500파운드 롤스로이스 F402-RR-408(Mk.107) 추력편향 터보팬 엔진 x 1
- 최고속도: 마하 0.9(1,083km/h)
- 항속거리: 2,200km
- 전투반경: 556km
- 페리 범위: 3,300km
- 상승률: 75m/s
- 날개 하중: 460.4kg/㎡
- 무장: 제너럴 다이내믹스 GAU-12 이퀄라이저(Equalizer) 25mm 회전식 5연장 기관총 x 1
- 하드 포인트: 총 6개, 총 4,200kg 무장 장착 가능
- 장착 가능 무장:
└ GAU-12 이퀄라이저 25mm 5연장 개틀링 포드(30발)
└ LAU-5003 로켓 포드 x 4 (각각 CRV 7 19발 혹은 APKWS 70mm 로켓 장착)
└ AIM-9 사이드와인더(Sidewinder) 혹은 유사 크기의 적외선 유도 미사일 x 4
└ AIM-12 AMRAAM(AV-8B+ 형상 한정) x 6
└ AGM-65 매버릭(Maverick) x 6
└ AGM-84 하푼(Harpoon) x 2
└ AGM-88 HARM x 2
└ CBU-100 클러스터 폭탄
└ Mk. 80 시리즈 무유도폭탄
└ 페이브웨이(Paveway) 시리즈 레이저유도폭탄
└ GBU-38/32/54 합동정밀직격탄(JDAM)
└ Mk. 77 네이팜(Napalm) 캐니스터
└ B61 핵폭탄
└ 인트레피드(Intrepid) 타이거-II 전자 재머
- 항전장비:
└ 레이시온(Raytheon) APG-65 레이더
└ AN/AAQ-28V 라이트닝(LITENING) 타게팅 포드[AV-8B(NA)와 AV-8B+에서 운용]
- 대당 가격: 약 2,400만 달러~3,000만 달러(1996년 기준)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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