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러시아 4세대 ICBM의 현재진행형/RT-2PM 토폴의 운용 현황과 파생형
운용 현황
RT-2PM 토폴(Topol)은 ICBM 전력의 격차를 느끼고 있던 소련에게는 절실한 시스템이었다. 시험발사가 처음으로 성공한 후 미사일의 성능이 안정되기도 전인 1985년 7월 23일부터 마리옐(Mari-El) 공화국의 요시카르올라(Yoshkar-Ola)에서 최초의 토폴 미사일 연대를 실전배치했고, 이동식 발사차량의 개발이 완료되기 이전인 1987년 4월 23일 니즈니 타길(Nizhny Tagil)에서 최초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 대대를 가동했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 센터가 최초로 가동한 것은 1988년 5월 27일 이르쿠츠크(Irkutsk)에서였다. 이 사실을 통해 당시 러시아 군부가 얼마나 ICBM 전력이 절박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한편 RT-2PM 토폴의 시험발사와 관련해서도 에피소드가 있다. RT-2PM 토폴은 1983년 2월 이후 1985년까지 집중적인 시험발사를 실시했는데, 보통 시험발사는 플레세츠크 발사장에서 발사하여 캄차카 반도로 낙탄시키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였다. 1983년 9월 1일 밤에도 RT-2PM 토폴의 시험발사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당시 총참모장인 니콜라이 오가르코프(Nikolai Vasilyevich Ogarkov) 원수가 갑자기 이 시험발사를 취소했다. 바로 이날 밤 소련의 Su-15 전투기들이 대한항공의 보잉 747여객기 KE007편을 격추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RT-2PM 토폴은 1987년 미소 간에 INF(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중거리 핵전력) 조약이 체결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었다. INF 조약 체결로 RT-20 피오네르(Pioner) 미사일[GRAU 분류명 15Zh45, 나토(NATO)명 SS-20 ‘세이버(Saber)’, INF 조약명 RSD-10]이 퇴역함에 따라, RT-20 피오네르 기지를 RT-2PM 토폴 기지로 개조하는 사업이 실시되었다. 한편 미국은 RT-2PM 토폴 미사일의 캐니스터에 RT-20 피오네르 미사일이 장착되는 것은 아닌지 검증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이에 따라 소련은 미국에 검증을 허락했는데, 캐니스터를 개봉하지 않고 방사능 탐지 장치를 사용하도록 했다. RT-20 피오네르 미사일은 3개의 탄두가 장착된 반면 RT-2PM 토폴 미사일에는 1개의 탄두뿐이었으므로 방사능 수치가 달라서 이러한 검증 방식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했다.
RT-2PM 토폴 미사일 사단들은 알타이 지방(Altai Krai)의 바르나울(Barnaul), 스베르들롭스크(Sverdlovsk) 주의 베르냐야 살다(Verkhnyaya Salda), 니즈니 타길, 비폴조보(Vypolzovo), 요시카르올라, 테이코보(Teykovo), 유리야(Yurya),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 칸스크(Kansk), 이르쿠츠크, 드로뱌나야(Drovyanaya) 등에 배치되었다. 특히 벨로루시 공화국에는 리다(Lida), 모지르(Mozyr), 포스타비(Postavy) 등에 9개 연대(발사차량 81대)가 배치되었다. 이러한 배치는 소련 붕괴 이후에 문제가 되었는데, 벨로루시나 민스크 등 독립공화국에 산개된 RT-2PM 토폴 미사일들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가가 문제였다. 애초에 벨로루시 공화국은 RT-2PM 토폴 미사일 63발은 러시아에 반환하고 나머지 18발은 러시아군 관리 하에 운용하기로 했다가 모두 러시아에 반환했다. 민스크 공화국도 마찬가지로 러시아로의 반환을 선택했다.
1991년 START-I(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I: 제1차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될 당시 소련은 RT-2PM 토폴 무기체계를 모두 288대 보유하고 있었고, START-I 체결 이후에도 RT-2PM 토폴 생산을 계속했다. 심지어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끝난 상황에서도 러시아가 RT-2PM 토폴 생산을 계속하여 1997년에는 RT-2PM 토폴을 386대까지 보유했다.
1개 RT-2PM 토폴 미사일 연대의 편제는 미사일/발사차량 9대에 이동식 발사지휘차량 1대가 배치되는 형태였다. 1985년 초도배치될 때에는 차량발사용 ICBM으로서가 아니라, 테이코보 등의 지역에서 낡은 UR-100을 대체하는 사일로(silo) 발사용 ICBM으로 긴급하게 배치되었다. 한편 러시아 전략로켓군은 199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예산 부족 등으로 40여 개 RT-2PM 토폴 미사일 연대 대부분을 기지에 대기시켰으며, 오직 1, 2개 연대만을 실전배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운용상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러시아는 시험발사를 택했다. 러시아는 매년 반드시 한 번 이상은 RT-2PM 토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성능 개량과 ICBM 능력 과시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2017년 말까지 RT-2PM 토폴 계열은 모두 57발이 발사되었다.
그러나 RT-2PM 토폴 부대의 운용 상황은 푸틴(Vladimir Putin) 집권 후부터는 점차 나아졌다. 2001년 2월에는 특별검열을 통해 사일로 발사식 토폴이 캄차카 반도의 쿠라(Kura) 미사일시험장에서 성공리에 발사되었다. 미사일 발사는 거의 매년 있으므로 대동소이해 보이지만, 발사 시기마다 새로운 기술이나 능력이 속속 검증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발사에서는 미사일의 보존 수명이 21년으로 향상되었음이 입증되었고, 2008년 발사에서는 지상 기반의 탄도미사일 탐지 시스템을 회피하는 시험이 실시되기도 했었다.
또한 정기적인 RT-2PM 토폴 미사일의 발사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2014년 3월 14일에는 RT-2PM 토폴 미사일을 카스피해 인근의 카푸친 야르(Kapustin Yar) 발사장에서 카자흐스탄의 지상 표적까지 성공리에 발사했다. 비록 미국에 사전 통보를 했다고는 해도, 이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이후에 있었던 ICBM 발사였으므로 상당한 군사적 압박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T-2PM 토폴은 2006년까지만 해도 약 240여 발이 현역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2012년에 150여 발로 줄어들었고, 현재 약 100발 정도가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일정을 보면, RT-2PM 토폴은 적어도 2021년까지는 현역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 ICBM의 주력은 RT-2PM 토폴에서 RT-2PM2 토폴-M으로 넘어왔으며, MIRV를 장착한 RS-24 야르스(Yars)도 또 다른 주력 미사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파생형
● RT-2PM 토폴(GRAU명 15Zh58): 기본형 ICBM으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러시아 전략로켓군의 주력 ICBM으로 활약했다.
● 토폴-E(GRAU명 15Zh58E): 2009년 10월 12일 시험발사로 드러난 RT-2PM 토폴의 개량형이다. 탄두의 형상으로 보아 다탄두로 보이지만 PBV(Post Boost Vehicle: 후추진체)가 장착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되어 MRV(Multiple Re-entry Vehicle: 다탄두 재진입체) 형식으로 추정된다. 2014년 5월 20일, 2015년 11월 17일 등에 지상 표적에 대한 추가적인 시험발사가 있었다. 토폴-E는 2017년 9월 26일과 12월 26일에도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토폴-E의 시험발사는 카푸친 야르에서 발사되어 카자흐스탄의 사리-샤간(Sary-Shagan) 시험장으로 낙탄하는 형식으로 반복되고 있다.
● RT-2PM2 토폴-M(GRAU명 15Zh65): RT-2PM 토폴 미사일의 성능을 개량한 최신형이다. 소련이 여태까지 개발한 다양한 ICBM 가운데 가장 쓸 만한 것이 RT-2PM 토폴 미사일이었다. 소련 정부는 1989년 9월 9일 군산복합포고령 323호를 통해 RT-2PM2 토폴-M의 개발을 지시했다. RT-2PM 토폴의 잠재적 발전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량형인 RT-2PM2 토폴-M의 개발에는 원설계국인 MITT(Moscow Institute of Thermal Technology: 모스크바 열기술 연구소)뿐만 아니라 유즈노예(Yuzhnoye) 설계국도 동시에 참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1단 추진체와 탄두부의 설계는 유즈노예 설계국이, 2단 및 3단 추진체와 계기장치부 등은 MITT가 설계를 맡았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함에 따라 유즈노예는 우크라이나로 소속 국가가 바뀌게 되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연방은 1992년 4월 유즈노예를 배제하고 MITT만으로 설계를 속행하도록 결정했다. 1993년 2월 27일 러시아 연방의 보리스 옐친(Boris Yeltsin) 대통령은 MITT가 주도하여 RT-2PM2 토폴-M을 개발할 것을 재지시했고, 1994년 12월 20일 첫 시험발사가 실시되었다.
RT-2PM2 토폴-M은 나토명으로는 SS-27 ‘시클 B(Sickle B)’, START명으로는 RS-12M1(차량발사형)과 RS-12M2(사일로 발사형)로 분류되었다. 사일로 발사형 RT-2PM2 토폴-M은 1997년 12월 타티셰보(Tatishchevo) 공군기지에 2발이 최초 배치된 이후 1998년 12월 30일 최초의 RT-2PM2 토폴-M 연대에 10발이 배치됨으로써 운용이 시작되었다. 한편 차량발사형 RT-2PM2 토폴-M의 첫 시험발사는 2000년 9월 27일에서야 실시되었다.
RT-2PM2 토폴-M은 기존의 RT-2PM 토폴에 비해 실전적 능력이 더욱 강화되었다. 특히 상승 구간에서 엔진 연소시간이 단축되어 미국의 감시위성에 의한 탐지 가능성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러시아는 최소 300발 이상의 RT-2PM2 토폴-M을 배치할 예정이며, 현재 RT-2PM2 토폴-M은 전략로켓군의 주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RT-2PM2 토폴-M은 여전히 단일탄두를 채용하고 있으며, MIRV를 활용하는 다탄두 버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RT-2PM2 토폴-M을 바탕으로 MIRV로 만든 RS-24 야르스(Yars) 미사일이 개발되었다.
RT-2PM2 토폴-M은 기존의 RT-2PM 토폴과 크기는 거의 비슷하지만 발사중량이 약 2톤 정도 증가했다. 사거리도 11,000km로 유사하며, 탄두탑재중량이 1,200kg으로 약간 증가했다. 핵탄두는 800킬로톤의 단일탄두를 장비한다. 한편 RT-2PM2 토폴-M에서는 발사차량이 개량되었는데, 기존의 MAZ-7917 14륜 차량에서 MZKT-79221 16륜 차량(800마력 엔진)으로 바뀌었다.
제원(RT-2PM 토폴)
- GRAU 분류명: 15Zh58
- 추진방식: 고체연료 3단 미사일
- 전장: 21.5m(1단 8.1m, 2단 4.6m, 3단 3.9m, 탄두부 2.1m)
- 직경: 1단 1.8m, 2단 1.55m, 3단 1.34m, TLC 컨테이너 직경 2m
- 사거리: 10,500km
- 원형공산오차(CEP): 200m
- 발사준비시간: 2분
- 발사중량: 45.1톤
- 탄두중량: 1.0톤
- 탄두종류: 0.55메가톤 열핵탄두 (단일탄두)
- TLC 중량: 52.94톤
- TLC 보존 기간: 10~15년
- 발사차량: MAZ-7917 7축 14륜 차량(SPU 15U168)
- 발사차량 크기: 전장 22.303m, 전폭 4.5m, 전고 4.5m
- 발사차량 엔진: V-58-7 12기통 디젤(710마력)
- 발사차량 연료탑재량: 825리터
- 발사차량 속도: 40km/h
- 발사차량 항속거리: 400km
저자 소개
양욱 | 군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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