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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용의 '사라진' 차 /전설의 타임머신車와 그에 영감 불어 넣은 포니 쿠페

바래미나 2018. 1. 31. 12:52

변성용의 '사라진' 차 변성용의 '사라진' 차

전설의 타임머신車와 그에 영감 불어 넣은 포니 쿠페        

비운의 천재가 만들어낸 비운의 차, 드로리언 DMC-12 (1)

[변성용의 ‘망한’ 차 이야기] 타임머신의 패러독스를 설파한 오락영화를 넘어 이제는 클래식의 반열로 접어든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마이클J. 폭스가 아닌 타임머신 자동차였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3편의 시리즈가 진행될 동안 조금씩 모습을 바꾸긴 했지만, 그 강렬한 존재감 덕분에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차. 전선과 장비를 덕지덕지 붙이고는 있지만, 이걸 걷어낸다면 뜻밖에 매끈한 모습의 스포츠카 한 대가 나온다. 이 차의 이름은 드로리언 DMC-12.

영화 <백 투더 퓨처1>의 드로이언 DMC-12

GM의 스타 엔지니어였던 존 재커리 드로리언(John Z. De Lorean)이 만들어낸 차로 실제 8,500대 이상 생산된 차다. 뒤 차축 뒤에 얹어진 엔진, 스테인리스 스틸 바디에 걸윙 도어 같은 지금 봐도 자극적인 요소를 가득 채운 이 차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때가 1976년이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양산을 선언했던 것이다. 이탈디자인의 디자인, 로터스의 샤시, 볼보의 엔진이 결합한 꿈의 머신이 탄생하고 스러져 간 궤적을 2부에 걸쳐 따라가 본다.

◆ GMC가 아닌 DMC를 꿈꾼 남자

존 드로리언은 천재에 한없이 가까운 사람이었다. 개발자로서도 아주 유능한 엔지니어였지만, 시장을 읽고 기술을 상품으로 형상화 시키는데 있어서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망해가던 폰티액 브랜드에 구원투수로 등장해 GTO, 파이어버드, 그랑프리 같은 아메리칸 머슬을 탄생시켰다. 자신의 브랜드를 탄생시키기 이전에 그는 이미 머슬카를 창조한 장본인으로 추앙받고 있었다. 부임 후 매출은 네 배로 뛰어올랐으며, 딜러들은 그의 말이라면 신앙처럼 받들었다. 실적을 인정받아 폰티액의 수장으로 올라섰을 때 그의 나이 불과 40살. GM 역사상 최연소 사장이었으며 아직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GM의 핵심브랜드 쉐보레의 대표로 보란 듯이 자리를 옮긴 뒤에도 노바와 같은 당대의 성공작을 계속 만들어냈다. 회장직조차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GM 안에서 그의 입지는 탄탄해 보였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시작되었다.

1972년 쉐보레 사장 시절의 존 드로리언

◆ GMC를 뛰쳐나와 DMC를 창업하다

업무에서의 성취만큼이나 그는 개인생활도 글래머러스한 사람이었다. 할리우드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주말이면 유럽으로 날아가 여배우와 염문을 뿌리는 일이 일상인 젊은 사장의 생활. 보수적인 GM의 최고 경영진이 이걸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었다. 소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제제가 걸리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그는 매스컴까지 등에 업고 사생활은 통제하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973년 4월, 그는 결국 GM을 떠난다. (스스로 퇴사한 것으로 공표하기는 했으나 실질적인 해고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잠시 경제인연합 회장직을 맡기도 했지만 GM의 골든보이를 향한 러브콜은 사방에서 쇄도했다. 하지만 드로리언은 자신이 꿈꾸던 일을 결행에 옮긴다. 자신의 이름을 딴 드로리언 모터 컴퍼니(De Lorean Motor Company-DMC)를 만든 것이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가장 뛰어난 차를 만들겠다는 의지였을지, 제네럴 모터 컴퍼니(GMC)를 뛰어넘고자 하는 뜻이었는지는 과거에 있는 일이다.

국산 브랜드 최초의 컨셉트카 포니 쿠페

◆ 드로리언 그리고 현대자동차

GM과 유사한 방식으로 차를 만들 수는 없었다. 그는 이제까지 한 번도 만들어진 적 없는 차를 선보여 세상에 그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었다. 폰티액 시절 부하이자 유능한 수석 엔지니였던 빌 콜린스를 영입하고 시작한 신차 개발 프로젝트는 꽤 구체적인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 V6엔진을 탑재한 스포츠카

- 걸윙 도어

- MR(미드십) 구동방식- 나중에 RR로 변경

- 경량 플라스틱 보디 패널- 나중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변경

- 쉐보레 콜벳과 비슷한 가격 7,500달러-나중에 12,000달러로 변경. 이에 따라 DMC-12라는 이름도 정해짐.

드로리언 DMC-12의 디자인 베이스가 된 현대 포니 쿠페(1974년) 출처:italdesign

1974년 가을, 이탈리아의 토리노 모터쇼를 방문한 드로리언은 이탈디자인의 대표를 만나 신차의 디자인을 의뢰한다. 조르제토 쥬지아로. 이탈디자인의 창업자였던 그는, 시대를 대표하는 차를 탄생시킨 명 디자이너이면서도, 있는 걸 살짝 바꿔 파는데 능수능란한 사업가이기도 했다. (한국차 중에도 그의 디자인 재활용이 몇 개 있다.)

마침 모터쇼에 나와 있던 한 대의 컨셉트 모델을 그는 재빨리 주제의 중심으로 밀어 넣는다. 1974년의 토리노 모터쇼는 현대 포니가 최초로 데뷔한 곳이기도 했다. 거기에는 포니 플랫폼을 이용한 별도 프로젝트로 출품될 예정이었지만 모터쇼 하루 전 경영진의 요구로 급히 현대 로고를 붙인 컨셉트카가 하나 있었다. 그것이 국산 브랜드를 단 최초의 컨셉트카, 포니 쿠페 컨셉트였다. 이 차는 결국 현대차의 일원으로 양산되지는 못했지만, 다른 회사의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이탈디자인은의 포니 쿠페 컨셉트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위가 포니 쿠페 컨셉트, 아래가 드로리언 DMC-12

Born from the floor of Hyundai Pony sedan, will be the greatest source of inspiration for a production car designed to leave its mark: the "legendary" De Lorean DMC 12.

(현대 포니 세단을 기반으로 태어나, 전설이 될 차 드로리언 DMC12의 디자인 영감을 불어넣는 바탕이 되다. )

빙빙 둘러서 말했지만, 이 정도면 확신에 찬 재활용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