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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차] 제네시스 G70, 세계 시장에서 받을 평가가 무척 궁금하다

바래미나 2017. 12. 25. 19:48

[올해의 차] 제네시스 G70, 세계 시장에서 받을 평가가 무척 궁금하다

이동희 입력 2017.12.25 08:07 수정 2017.12.25 08:07


즐거움의 관점에서 본 2017년 올해의 차 - 제네시스 G70

누구라도 마찬가지로 연말연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한해를 돌아본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변화가 컸던 2017년은 자동차와 관련된 일에도 주목할 만한 일들이 많았다. 모델 3라는 보급형 전기차의 국내 예약을 시작으로 브랜드를 런칭한 테슬라나 국내 판매를 시작한 쉐보레 볼트 EV 등 전기차의 약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충전 시설의 증가나 고속 충전 기술 개발 등 가야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주행거리 300km를 넘는 전기차들이 국내 도로를 달리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국산차에서는 하반기에 들어서며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월평균 2천여 대가 팔리며 단번에 누적 판매 1만 대를 넘어섰다. 토요타는 신형 캠리가 데뷔하며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가 더 늘었다. 두 차 모두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이나 프리우스보다 보편적인 4도어 세단 모델로 3천만 원 후반~4천만 원으로 꽤 높은 가격대지만 좋은 상품성을 가진 차라면 판매에 성공할 수 있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물론 이들이 좋은 자동차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고의 즐거움을 준 차’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달리는 즐거움에서 아직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를 따라올 수 없다.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도 즐거울 수 있지만 익숙함 속에서 얻는 기쁨이 더 크다. 그래서 넉넉한 출력과 잘 만들어진 섀시, 조화를 이룬 달리기 성능을 가진 차가 즐거운 것이다. 그렇게 2017년에 만났던 차 중에 즐거움을 준 차를 골라보았다.

◆ 볼보 V60 폴스타와 기아 스팅어도 후보에 올랐지만...

무엇보다 먼저 떠오른 차는 볼보 V60 폴스타였다. 367마력의 2.0L 터보 엔진을 얹고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네바퀴를 모두 굴리는 왜건이다. 사실 경쟁 모델들과 숫자로 비교할 때 크게 앞서거나 인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세단이나 쿠페, 혹은 해치백이 아니라 중형급 왜건 보디라는 것이 독특했다. 1990년대 중반 BTCC(영국 투어링카 챔피언십)에서 쟁쟁한 세단들과 경쟁하던 850 왜건의 이미지가 남았기 때문이었다.

차의 기본 섀시 등은 꽤나 오래된 차였지만, 올린즈 쇼크 업소버나 브렘보 브레이크,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 타이어등이 더해지며 완전히 다른 차가 되었다. 유모차 등 큰 짐을 실을 일이 많은, 어린 아이를 포함하는 가족까지 생각해야하는 30대 중후반의 가장이 ‘한 대’로 모든 것을 끝내고 싶을 때 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아쉬운 것은 볼보가 폴스타 브랜드에 대한 방향을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밝히면서, 올 해 탔던 폴스타가 내연기관을 얹은 고성능 볼보의 마지막이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차는 기아차 스팅어다. 그간 국산 후륜구동 차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잘 달리는 차’를 내세우고 그만큼의 성능을 보여줬던 차는 처음이었다. 2008년에 나왔던 제네시스 쿠페는 보디 형태 같은 기본 구조는 스포츠카에 가까웠지만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만든 첫 후륜구동 섀시나 다름없었기에 그렇게 만족스러운 차는 아니었다. 이후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며 다듬어지기는 했지만 마음에 쏙 들 정도까진 되진 못했었다. 반면 스팅어는 달랐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며 대형 세단에서 2세대, 중대형급에서 2세대를 지나며 쌓인 후륜구동 섀시 개발 노하우가 아낌없이 발휘된 것이 스팅어였다.

V6 3.3L 터보 엔진이 뿜는 370마력의 출력과 차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핸들링에 개입하는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더해지며 달리는 즐거움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또 국내 판매 중인 독일 경쟁 모델들이 데뷔한 지 오래되어 반자율주행 등과 관련된 장비를 아예 선택할 수 없는 것과 달리, 정밀한 지도를 바탕으로 고속도로 주행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안전장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조금 오랫동안 타볼 기회가 있었던 2.0T 후륜구동 모델은 마음껏 휘둘러도 될 만큼 탄탄한 섀시가 인상적이었다. 국산차에서 250마력이 넘는 출력을 이기는 섀시와 서스펜션 세팅을 가진 차. 스팅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유였다.

◆ 다양한 의미에서 제네시스 G70를 뽑다

그럼에도 종합적으로 볼 때 올해 가장 즐거움을 준 차는 제네시스 G70다. 달리는 즐거움에서는 기아 스팅어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조금 짧은 휠베이스와 약간이긴 해도 더 가벼운 몸무게 때문에 반걸음 정도 G70가 앞선다. 특히 스포츠 모델에 기본으로 달리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에도 가변식 서스펜션이 쓰인 차는 있었지만,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는 것에 따라 차의 성격을 바꿀 정도로 크게 변화하는 차는 G70가 처음이었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에서 쌓인 노하우가 제대로 발휘되어 가변식 쇼크업소버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낸 느낌이었다.

사실 마지막까지 스팅어와 G70를 놓고 고민한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운전의 재미가 크고 더 빠르다는 것만이 이유였다면 G70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섀시지만 좀 더 달리기에 집중하면서도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특성에 어울리는 차가 G70다. 베이지색 인테리어, 10가지에 달하는 외장 컬러와 15가지 조합이 가능한 시트 컬러, 리얼 알루미늄과 나파 가죽 등 프리미엄을 내세우는 브랜드에 맞게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선택이 가능한 점도 크다. 운전의 즐거움이란 면에서도 가볍고 스포티한 스팅어와 고급스러우면서 빠른 G70는 방향이 다르다. 기아가 정확한 브랜드의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비해 G70는 제네시스라는 가문에 잘 어울리는 차이기 때문이다.

또 기술적으로 앞서 있어야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숙명과도 같은 숙제를 G70은 잘 풀어냈다. 블레이징 레드 컬러는 국산차 최초로 색을 표현하는 베이스 코트를 펄과 컬러로 나누어 뿌리는 공법을 썼다. 앞쪽의 후드와 범퍼 안쪽, 엔진룸의 스트럿바 등에 알루미늄을 써 무거운 엔진이 있는 앞쪽의 무게를 줄였다. 실내와 트렁크를 나누는 리어 벌크 헤드도 알루미늄을 사용해 차 위쪽의 무게를 줄여 전체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를 발휘한다. 전세계에 판매되는 모든 모델이 동일한 컬러로 구성되는 것도 국산차 중에는 처음으로 쓰인 방법이다. 게다가 레이저 블레이징으로 조립하는 루프에는 와이드 선루프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는 세계 최초로 쓰인 기술이기도 하다.

물론 앞으로 또 어떤 차가 세상에 선보이며 다른 즐거움을 줄지 모른다. 그럼에도 제네시스 G70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운전의 즐거움 뿐 아니라 브랜드에 어울리는 주행성능과 기술적 장점까지 하나에 녹여진 차로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2018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진출할 세계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기대가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