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터'를 꺾기 위한 러시아 항공기술의 집약체 Su-57 PAK FA
개발의 역사
이미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이후에 운용할 주력 전투기 개발에 돌입한 소련은 전방지역 전술항공군이 운용하고 있던 MiG-29와 Su-27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했다. 특히 소련은 미국이 F-15의 후속 기체가 될 고등전술전투기(ATF, Advanced Tactical Fighter) 사업을 진행하자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초(超)기동성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서두르게 되었다.
이에 러시아의 미코얀(Mikoyan) 설계국은 중형 다목적 전투기 컨셉인 MFI(Mnogofunksionalni Frontovoy Istrebitel: 다목적 전선 전투기)와 LFI(Lyogkiy Frontovoy Istrebitel: 경량형 전선 전투기) 설계를 내놓았다. 두 설계는 최대한 많은 부품을 공유하도록 하여 개발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 중 MFI는 1990년대에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면서 I-90이라는 사업명으로 미코얀 프로젝트(Mikoyan Project) 1.44 개발에 돌입했다. 수호이(Sukhoi) 사는 사업에 선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1990년대 초부터 차세대 전투기 자체 설계에 들어가 훗날 Su-47 베르쿠트(Berkut)가 되는 전진익 전투기인 S-47 개발에 돌입했다. 하지만 1991년 12월 소련이 붕괴되면서 사업비가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사업은 무기한 중단되었다.
미코얀 프로젝트 1.44 개발이 다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의 대통령으로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이 취임한 뒤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한 2000년 이후였다. 거의 9년 가까이 중단되었던 I-90 사업이 재개되면서 서방 세계 최신예 전투기로 등장한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 EF-2000)이나 미국의 F-22 랩터(Raptor)를 따라잡을 전투기의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 결과 시제기 단 한 대만 제작된 미코얀의 1.44 설계는 폐기되고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이 단계에서 임시 제식번호 T-50, 통칭 PAK FA (Perspektivny Aviatsionny Kompleks Frontovoy Aviatsii: 전술공군용 미래 항공기)로 명명된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에는 수호이, 미코얀 및 야콜레프(Yakolev) 설계국이 모두 참가했으며, 최종적으로 2002년 수호이가 사업자로 선정되어 차세대 전술기 설계를 주도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경쟁상대인 미국의 F-22를 의식해 레이더반사면적(RCS, Radar Cross Section)을 최대한으로 낮추고 성능요구도를 최대한 높게 잡았으며, 당대의 첨단 기술력을 아낌없이 투입하고자 했다. 반면 개발 리스크와 비용 등을 낮추기 위해 Su-35S의 추진체계와 항전장비를 도입했으며, 생산은 노보시비르스크 항공기제작공장(NAPO, Novosibirsk Aircraft Production Association)이 맡고 하고 최종 조립은 콤소몰로스크나아무레 항공기제작공장(KnAAPO, Komsomol'sk-on-Amur Aircraft Production Association, KnAAPO)이 맡았다.
러시아 공군 총사령관인 알렉산드르 젤린(Alexander Zelin) 상장(上將)은 2007년 8월 8일부로 러시아 국영 언론을 통해 PAK FA 개발이 끝나고 시제기 개발에 돌입한다고 발표하면서 2009년까지는 시제기 3대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PAK FA는 2010년 1월 29일에 첫 시험비행을 실시한 뒤 지속적으로 개발 일정이 밀리다가 우여곡절 끝에 우선 시제기 6대가 제작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시제기는 2017년 중순까지 총 9대가 제작되었으며, 향후 2대가 더 제작될 예정이다.
한편, 개발비 부담을 낮출 방법을 모색하던 러시아는 PAK FA를 베이스로 한 복좌형 전투기 공동개발을 인도에 타진했고, 2007년에 인도가 이에 합의하면서 5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사업(FGFA, Fifth Generation Fighter Aircraft)이 시작되었다. 실제로는 사실상 PAK FA인 FGFA 사업에서 인도와 러시아는 각각 60억 달러씩 투자를 하여 8~10년간 개발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최초 PAK FA 도입 계획은 PAK FA 도입 사업 및 FGFA를 통해 러시아와 인도 양국이 각각 200대를 소화하고, 추후 수출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PAK FA는 앞서 언급했듯이 최초 T-50을 임시 제식번호로 지정했으나, 2017년 8월 11일 러시아 공군 사령관 빅토르 본다레프(Victor Bondarev) 상장이 러시아의 TASS 통신을 통해 “아이가 태어난 후에 정식으로 이름을 붙이듯 (PAK FA의 이름에 대한) 결정도 이번에 내렸다. 향후 이 기체는 Su-57로 명명한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Su-57이 Su-27 및 Su-37의 명맥을 잇는 러시아 공군의 주력 전투기가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특징
본격적인 5세대 전투기로 제공권 장악과 적지 종심 공중 지원 전투기의 성격을 띤 Su-57은 러시아 공군이 개발 및 도입을 실시하는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라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소련 붕괴 및 모라토리엄(moratorium) 사태 등으로 러시아 경제가 후퇴하면서 사실상 군사력에 있어서 미국에게 한 수 아래로 밀렸던 러시아가 다시 양극 ‘초강대국’ 시절로 돌아가 F-22에 맞서 제공권을 장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아직까지도 Su-57의 자세한 세부사항이나 특징은 비밀로 분류되어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현재까지 제작사와 러시아군이 공개한 내용을 토대로 본다면 스텔스 능력과 고기동 능력 및 초음속 순항 기능을 갖췄고, 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active phased array radar) 및 센서 퓨전(sensor fusion)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동체 설계는 날개와 동체가 매끄럽게 이어진 블렌디드 윙 바디(blended wing-body) 설계가 적용되었고, 스텔스 기능을 위해 내부 무장창이 설치되어 안쪽에 총 6개의 하드 포인트(hard point)가 들어갔다. 또한 F-22와 마찬가지로 추력편향 엔진(TVE, Thrust-Vectoring Engine)과 고급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이 적용되어 공중에서 입체적인 기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동성 증가를 위해 기수 부분에 전연 와류제어장치(leading-edge vortex controller)를 설치해 스텔스 성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기체 중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Su-57에는 광범위한 카본 복합재가 적용되었으며, 복합재의 무게는 구조 중량의 25%, 외피 중량의 70%를 차지한다. 물론 최대이륙중량이 37,000kg로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 경쟁 기종인 F-22 랩터보다는 살짝 가벼운 편이다.
Su-57은 아직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은 데다가 검증된 부분도 적은 편이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와 객관적으로 평가가 가능한 부분을 토대로 본다면 F-22에 비해 객관적으로 성능이 다소 처지지만 5세대 전투기로서는 충분한 스펙을 갖추고 있으며, 스텔스성과 네트워크화 능력도 F-22에 밀리지만 확장성 면에서는 더 여유가 있다는 평이다.
레이더로는 2020년경을 목표로 능동형 무선광 위상배열(active radio-optical phased array) 기술을 사용한 광자 기반 레이더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공대공미사일 사거리 밖까지 탐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 해당 기술이 어떤 것인지는 베일에 가려 있으나, 러시아 측 설명에 따르면 수백 km 밖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까지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이며, 기존 레이더에 비해 7배 이상 발열이 적고 에너지 소모량도 적다. 다만 기술 자체가 아직 개발 중이기 때문에 실전 활용 여부는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
Su-57은 무엇보다 스텔스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 설계부터 스텔스 설계를 반영하여 다각도에서 투사되는 레이더 전파를 반사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대부분의 무장은 내부 무장창 안으로 수납할 수 있게 하여 외부 장착물에 의한 불필요한 레이더반사면적(RCS)을 줄였다. 또한 기체 외피에 레이더흡수물질(RAM, Radar Absorbent Material)을 입혀 기체 레이더반사면적(RCS)를 낮췄다. 통상 레이더반사면적(RCS)이 가장 큰 엔진 흡입구는 한 번 꺾인 형태로 설계해 열 노출을 감소했으며, 노즐 부분에는 흡입구 안내 날개(IGV, Inlet Guide Vane)를 설치했다. 추정되는 바에 따르면 Su-57의 목표 RCS는 1~0.1㎡ 정도로, F-22의 0.004㎡보다는 높으나 Su-27보다는 30배 정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운용 현황
러시아 공군은 지금까지 스텔스가 가능한 기체가 없었기 때문에 Su-57의 실전배치는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Kh-35UEm 아음속 대함 순항미사일나 핵 투발이 가능한 브라모스(BrahMos)-A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은 Su-57의 큰 장점이나, 이 두 미사일이 내부 무장창에 들어가지 않아 외부 하드 포인트에 설치해야 한다는 점은 스텔스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점으로 꼽힌다.
Su-57의 가장 큰 문제는 엔진이다. Su-57의 초도양산 물량은 Su-27이 사용하던 AL-41F1 엔진을 장착했으며 정식으로 장착할 새턴(Saturn)의 ‘이즈델리예 30(Izdeliye 30)’ 엔진은 24,054파운드 추력을 낼 예정이나 2025년에나 실전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당장 운용 중인 AL-41F1 엔진이 충분한 추력을 제공하지 못해 Su-57의 기동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러시아 공군은 총 160대 가량의 Su-57을 도입할 예정이지만 초도양산분은 1, 2개 비행대대 정도인 18~24대만 계약한 상태다. 이는 초도양산분이 AL-41F1 엔진을 탑재하기 때문에 굳이 Su-57의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러시아는 2027년 이후에나 Su-57을 대량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교체 대상인 Su-27을 대신할 기종으로 Su-35S, SU-34 폭격기 등을 추가 도입해 전력 공백을 막을 계획이다. 일단 신형인 이즈델리예 30 엔진은 2017년 12월 6일자로 Su-57에 탑재되어 약 17분간 비행에 성공했으며, 엔진 성능이 안정화되어 실전배치가 이루어지면 그때 가서야 본격적인 양산체제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도 물량과 양산 물량 사이의 간격이 멀어 과연 Su-57 양산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최근 인도와 공동개발 중이던 Su-57의 파생 기종인 FGFA도 향후 미래가 불투명하다. 지난 2017년 10월, 인도 공군(IAF) 측은 FGFA가 스텔스 성능 및 레이더반사면적(RCS) 등 인도 공군의 요구도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표명했으며, 이를 위한 구조 재설계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인도 공군은 더 이상 FGFA 사업을 이어갈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인도 측은 FGFA의 엔진 설계가 모듈식이 아니기 때문에 유지관리가 어렵고 문제 발생 시 교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무엇보다 FGFA 공동개발을 실시하면서 민감한 기술에 대한 기술이전(TOT, Transfer of Technology)을 원했으나 러시아 측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 초기에 러시아가 250대를 구매하기로 약정했던 것과 달리 소량만 구매하기로 하면서 대당 가격이 올라간 것도 인도가 사업을 포기하려는 이유로 꼽힌다. 물론 일각에서는 인도의 이러한 의사 표명이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인도가 FGFA 사업을 폐기할 경우 뚜렷한 대안도 없을 뿐더러 수명 주기가 도래한 전투기 수량이 많기 때문이다.
Su-57은 잠재적 수출 대상이 주로 동구권 국가와 개발도상국 위주이기 때문에 중국의 J-20과의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출가격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기체 성능은 검증된 바가 없고 적용 기술도 생소하며 기존 러시아 기체뿐 아니라 F-35에 비해 양산성이 낮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러시아는 대한민국 공군이 실시한 3차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FX-III)에도 관심을 보였고, 방위사업청도 Su-57이 후보 중에 하나임을 언급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2012년 1월 사업 참여 전 필수 단계인 사업설명회에 참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업 철회 의사를 표시했다. Su-57이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 기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존재하나, 직접적인 이유는 해당 기한까지 러시아 정부의 수출 승인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러시아 무역대표부가 밝혔다. 하지만 주한미군과의 상호 운용성을 중요하게 보는 한국의 특성상 러시아제를 선정할 가능성이 낮고, 한국 자체가 비서방제 항공기에 생소한 데다가 이미 2000년대 초에도 한 번 FX-I차 사업에서도 러시아제가 탈락한 점을 고려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파생형
● 수호이 Su-57 PAK FA: 러시아의 수호이 사가 개발한 전투기. 시제기 당시에는 T-50으로 구분되었으나 현재 Su-57로 명명되었다.
● 수호이-HAL FGFA(Fifth Generation Fighter Aircraft): 러시아와 인도가 공동개발한 단좌 및 복좌형 전투기. 설계 기본은 Su-57의 시제기인 T-50에 기반하고 있으나, 스텔스, 초음속 순항, 탐지장비, 네트워크 시스템, 전투용 항전장비 등 47가지가 개선되었다.
제원
- 승무원: 1명
- 전장: 22m
- 전폭: 14.2m
- 전고: 6.05m
- 날개면적: 78.8㎡
- 자체중량: 18,500kg
- 최대이륙중량: 37,000kg
- 추진체계: 2 x 새턴(Saturn) AL-41F1(시제기) / 이즈델리예 30 터보팬 엔진(양산기)
- 드라이 추력: 11,022kg
- 애프터 버너 추력: 18,150kg
- 정속 최고속도: 마하 2
- 초음속 순항 최고속도: 마하 1.6
- 항속거리: 5,000km
- 실용상승한도: 20,000m
- 상승률: 361m/분
- 최대중력한계: +9G
- 무장: 30mm 그리아체프-쉬푸노프(Gryazev-Shipunov) GSh-301 기관총(우측 설치) x 1
- 레이더반사면적(RCS): 약 1~0.1㎡
- 하드 포인트: 12개(내부 무장창 6개, 외부 파일런 6개)
- 장착 가능 무장:
└ RVV-MD, R-73(이상 공대공), Kh-38ME (공대지),
└ Kh-356E(공대함), Kh-58UShKE(대방사능유도탄)
- 항전체계: Sh121 다목적 통합 무선 전자 체계(MIRES) / 능동형 무선광 위상 레이더(2020년 목표)
- 대당 가격: 약 5,000만 달러 이상(추산)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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