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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의 상징/ AAVP7A1 상륙돌격장갑차

바래미나 2018. 1. 13. 16:01

              

   

해병대의 상징
AAVP7A1 상륙돌격장갑차

상륙훈련 중인 미 제2해병사단 소속 AAVP7A1 <출처: LCpl. Immanuel Johnson / 미 해병대>

개발의 역사

상륙작전은 고대 기록에도 흔하게 등장할 만큼 오래된 전술이다. 하지만 조기 경보 체계와 저지 수단이 발달한 현대에 와서는 상당히 위험한 작전이 되었다. 특히 안전하게 확보된 교두보가 아닌 적진 한가운데 혹은 사정권 내에서 벌이는 상륙은 엄청난 희생을 각오해야 할 정도다. 사전에 구축한 진지나 참호를 이용할 수 있는 방어군과 달리 이제 막 상륙한 공격군은 이용할 수 있는 보호물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미군이 태평양 전쟁 초기에 사용하던 주정(舟艇)은 상륙 지역이 제한을 받는 데다가 병력이 하선할 출구가 전방에 설치되어 적의 반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 컸다.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경우에 따라 상륙 직후 곧바로 내륙까지 병력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신속히 이동시킬 수 있는 수륙양용차가 절실히 요구되었다. 이에 따라 1941년 구난용 민간 장비를 개량한 LVT(Landing Vehicle Tracked)가 등장했다.

1956년부터 도입된 LVT-5. 승무원을 제외하고 중무장한 34명의 상륙 병력이 탑승할 수 있을 만큼 크기가 크다. <출처: (cc) Dsdugan at wikimedia.org>

탄생 직후부터 LVT는 해병대의 필수장비임이 입증되었고 이후 꾸준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 개량이 이루어져 베트남 전쟁에서는 수송 능력이 보다 확대된 LVT-5가 활약을 펼쳤다. LVT-5는 미 육군이 1960년부터 도입한 M113 APC(병력수송장갑차)의 개발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만큼 신뢰도가 높았다. 이런 활약에 고무된 미 해병대는 1970년대에 순차적으로 노후 장비를 대체할 예정으로 1964년 후속 LVT 사업을 실시했다.

개발자로 선정된 FMC(현 BAE Systems Land and Armaments)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LVT-5의 단점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제작에 나섰다. 베트남 전쟁 초기에 많은 일선 지휘관들이 LVT-5를 기갑전투장비로 오해하여 최전선에 투입하고는 했는데, 장갑이 최대 16mm에 불과하여 공용화기의 공격에도 격파가 잘 되었다. 또한 LV-1790-1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여 피탄 시 화재가 쉽게 발생하고 연비도 좋지 않았다.

이런 점을 참고하여 새롭게 개발된 LVTP-7은 장갑을 45mm로 늘렸으나 사실 이 정도도 안전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후 걸프전, 이라크 침공전 등에서 미 해병대가 마치 APC처럼 병력을 내륙 깊숙한 곳까지 이동시키는 임무에 투입하기도 했지만, LVT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병력을 상륙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수상 주행 능력을 염두에 둬야 하므로 무턱대고 방어력을 강화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군 소속 LVTP-7. 포클랜드 전쟁에 투입된 초기 양산형이다. <출처: (cc) Martín Otero at wikimedia.org>

LVTP-7은 탑승 인원이 35명에서 21명으로 줄었지만 그만큼 차체가 작아져 상륙함에 탑재가 편리해지고 야지 및 수상 주행 능력도 향상되었다. 또한 디젤엔진을 탑재하여 연비와 안정성이 좋아졌다. LVTP-7은 각종 실험을 일사천리로 통과한 후 1971년 3월부터 일선에 공급되었다. 그런데 해병대가 내륙 깊숙한 곳까지 진격하여 작전을 펼쳐야 할 상황을 염두에 둘 만큼 작전 환경의 변화가 있자 이에 맞도록 개량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생겼다.

1977년 개발이 시작된 LVTP-7A1의 핵심은 방어력과 공격력을 증가시키는 것이었다. 방어력 증가로 인해 무게가 늘어나자 전고를 낮추고 이후에는 증가장갑인 EAAK(Enhanced Applique Armor Kits)를 부착했다. Mk.19 고속유탄발사기와 야시 장치를 장착하고 각종 지원 장비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여 공격력을 강화했다. 또한 엔진을 커민스(Cummins) VTA-525로 교체해 주행 성능도 향상시켰다. 이런 환골탈태는 육군의 M2 보병전투차 개발에도 영향을 주었을 정도다.

EAAK 장갑 키트를 부착하여 방어력을 향상한 AAVP7A1가 브라이트 스타(Bright Star) 2009 훈련에서 기동 중이다. <출처: Spc. Lindsey M. Frazier / 미 육군>

1985년 미군은 제식부호를 AAV(Assault Amphibian Vehicle)로 변경했고, 이때부터 LVTP-7A1은 AAVP7A1(또는 AAV-P7/A1)로 명기되고 있다. 미군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배치를 목표로 수륙양용 및 보병전투가 가능한 차세대 LVT인 EFV(Expeditionary Fighting Vehicle) 개발을 진행했지만 2011년 취소되었다. 대신 AAVP7A1을 개량하여 2030년까지 사용할 계획이어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징

AAVP7A1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상 주행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니 당연히 이에 맞도록 설계가 이루어졌다. 우선 축류 분사식 워터 제트 추진 장치가 탑재되어 수상에서 13.2km/h의 속도를 낼 수 있고, 고장이 나더라도 트랙의 회전만으로도 7.2km/h의 속도로 나갈 수 있다. 최대 72km 정도 항해가 가능하고 파고가 2.5~4m에 이르는 해상 상태(sea state) 5급에서도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수상 주행 중인 모습. AAV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출처: 미 해군>

AAVP7A1은 가장 중요한 용도가 탑승한 병사들을 안전하게 해안이나 강안에 상륙시키는 것이니 원칙적으로 APC나 IFV(보병전투차)와는 사용 목적이 다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상 주행 때문에 방어력이 약하므로 해안이나 강안에 도착하면 탑승한 병력이 최대한 빨리 신속히 하차하여 전투에 돌입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걸프전, 이라크전을 통해 해병대의 작전 범위가 확대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EFV가 취소되면서 IFV에 필적할 만큼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업그레이드가 실시 중이다. 특히 비정규전 임무 투입도 가능하도록 최신 복합 장갑 소재를 이용하여 중량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MRAP와 동등한 수준으로 방어력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또한 보다 강력해진 엔진과 서스펜션을 장착하여 주행력도 향상시킬 예정이다. 반면 공격력이 강화된 동구권 기갑차량과 달리 화력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미 해병대는 IFV 역할도 일부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AAVP7A1을 개량하여 2030년까지 사용할 예정이다. <출처: Pfc. Mark Stroud / 미 해병대>

운용 현황

AAVP7A1는 현재 미국을 비롯하여 10개국에서 운용 중이다. 상당 수준의 해병대를 보유한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슷한 시기인 1970년 초반에 LVTP-7을 도입한 후 현재까지 미국 다음으로 많이 운용 중인 주요 사용국이다. 초기 도입 물량은 노후가 심각하여 현재 모두 도태되었고 1998년부터 AAVP7A1을 삼성테크윈(현 한화지상방산)에서 KAAV7A1이라는 제식명으로 면허생산해서 사용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해병대가 사용 중인 KAAV7A1 <출처: 국방부>

최초의 실전 투입은 1982년 아르헨티나군이 포클랜드 기습 점령 시 병력 상륙에 사용한 것이었으나 별다른 교전은 없었다. 영국 방어 병력이 무의미한 수준이어서 곧바로 항복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미군이 1982년 레바논 주둔 평화유지군 활동 지원 당시 기습 공격을 받고 소소한 피해를 입었으나 AAVP7A1을 이용한 교전으로 보기는 힘들다. 1983년 그레나다 침공전에서도 별다른 전과는 없었다.

2003년 이라크 나시리야(Nasiriyah) 인근에서 격파된 AAVP7A1 <출처: MSgt. Edward D. Kniery / 미 해병대>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 침공전이 사실상 최초의 교전 사례라 할 수 있다. 상륙전이 아니라 해병대를 내륙 깊숙이 전진시키는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적의 공격에 상당히 취약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때의 결과와 앞으로의 투입될 전장 상황을 바탕으로 방어력을 향상하기 위한 개량 사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방어력 강화만큼은 상륙돌격장갑차로서는 쉽게 해결하기 힘든 난제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2004년 이라크 팔루자(Fallujah) 시내에서 교전 중인 미해병대의 AAVP7A1 <출처: Lance Cpl. Ryan L Jones / 미 해병대>

2012년 초, 한일 간에 군사정보비밀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이 추진되면서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당시에 수륙기동단을 창설한 일본은 대한민국으로부터 KAAV7A1의 도입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도입선을 BAE 시스템즈의 AAVP7A1로 바꾸었다. 초기에는 미 해병대용 치장물자 개수분을 도입하다가 이제는 미쓰비시 중공업이 신형 엔진을 장착한 MAV(Mitsubishi Amphibious Vehicle)를 개발 중이다.

일본 육자대가 도입한 AAVP7A1 장갑차 <출처: 일본 방위성>

변형 및 파생형

● LVTP-7: 최초 양산형

미국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도입하여 대한민국 해병대가 사용한 LVTP-7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 LVTP-7A1(AAVP7A1): 업그레이드 양산형

● AAVP7A1: 병력수송용

● AAVC7A1: 지휘용

● AAVR7A1: 구난형

● KAAV7A1: 한국 면허생산형

삼성테크윈(현 한화지상방산)에서 면허생산한 대한민국 해병대 소속 KAAV7A1 <출처: James E. Lotz / 미 공군>
AAVP7A1 장갑차 <출처: Sgt. Alex C. Sauceda / 미 해병대>

제원(AAVP7A1)

- 생산업체: BAE Systems Land and Armaments
- 도입연도: 1972년 
- 중량: 29.1톤
- 전장: 7.94m
- 전폭: 3.27m
- 전고: 3.26m
- 장갑: 알루미늄 합금, 복합장갑
- 무장: 
  └ 40mm Mk.19 고속유탄발사기 1문
  └ 12.7mm M2HB 기관포 1문
- 엔진: 커민스 VTA-525 디젤엔진, 400마력(300kW)
- 추력대비중량: 18마력/톤
- 서스펜션: 토션 바(torsion bar)
- 항속거리: 약 483km(지상), 72km(수상)
- 최고속도: 72km/h(도로), 24~32km/h(야지), 13.2km/h(수상)
- 대당 가격: 미화 220만~250만 달러 
- 양산대수: 1,600대 이상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