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 향기속으로

 

 

능혜스님 지음차와 문화 펴냄

선방에서 선배 스님들로부터

금강산 마하연에서 만들었던

전통향 제조법 ‘전수’

 

20여년 전 취운향당 개원

50여가지 향약재 조합해

20여종 전통향 조향해 보급

 

“전통 향 널리 보급해

현대인 스트레스 해소하고

수행에 도움 됐으면…”

취운향당을 개원해 20여년동안 전통 향을 보급해 오고 있는 능혜스님은 “‘향은 21세기의 새로운 정신문화운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침향, 용연향, 백단, 자단, 안식향, 향로, 등 전통 향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낸 향 전문서 <문향 향기속으로>(차와 문화)가 출간됐다. 저자는 한국전통향을 지켜온 능혜스님이다. 스님은 향에 대한 올바른 방향제시를 위해 ‘문향 특별전’을 서울(불일갤러리 10.1-6일), 광주(김대중 컨밴션센터 10월9-12일), 제주(세심재 갤러리 10월 16일-20일)에서 연다. 전시회 준비에 바쁜 스님을 서면인터뷰를 통해 전통 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침향을 비롯한 각종 향들과 향로와 향도구 등 향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고, 우리나라 향 전문가들이 직접 강의하는 특별강좌를 통해 향에 대한 다양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습니다. 우리 전통 향을 비롯한 다양한 천연향이 우리시대 힐링코드로서 자리를 잡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전통 향 전문서 <문향 향기속으로>를 출간한 능혜스님은 천년 향이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스님이 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때 부터다. 사찰에서 맡은 향에 역겨움을 느낀 후 언젠가는 좋은 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원력이 출가 후에도 이어졌다.

“1985년 안동봉정사 지조암에서 안거를 할 때 한 선배스님이 불가에서 내려온 향을 만드는 방법, 즉 향방을 전해줬습니다. 근대의 거의 모든 고승이 배출된 금강산의 마하연 암자의 한 스님에게 물려받은 비법을 선배스님에게 일러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매우 우연한 인연으로 우리전통사찰에서 내려온 조향비법을 전해 받은 것입니다. 전통향방을 전수해 받은 그때부터 본격적인 향 공부를 시작해 우리시대에 필요한 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50여 가지의 천연 향약재를 조합해 자루향 10종류, 탑향 2종류, 가루향 5종류를 만들어 냈다.

“향의 재료는 예부터 향약재(香藥材)라고 불렸어요.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부에 독성이 생겼을 때 몸에 발라 이를 없애는 역할까지 해내기 때문입니다. 전통 향에는 오장육부의 경락을 뚫어주는 오향이 들어갑니다. 검증을 통해 좋은 향은 머리를 맑게 하고 몸에도 이로울 뿐만 아니라 먹어도 해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음식은 상당 부분 변으로 배출될 수 있지만, 코로 흡수된 성분은 대뇌 피질에 전달되어 곧장 뇌에 이르기 때문에 건강을 해칠 수가 있기 때문에 100% 천연 재료로 향을 만들어야 합니다.”

향은 인간의 삶과 함께 해 왔다. 의식과 생활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근현대에 이르러 천연향은 대량생산체제를 갖춘 화학 향에 밀려 근근히 그 명맥만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화학향이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옛 향과 오늘의 향이 다른 점이 있어요.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향의 대부분은 인위적으로 조향한 화학향이라는 점이지요. 천연향이 인간의 인체를 수승화강(水昇火降-물기운을 올려주고 불 기운을 내려 줌)시켜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라면, 화학 향은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있어요.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침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침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향에 대한 전문가가 전무할 뿐만 아니라 향에 대한 전문서 역시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음으로 인해 다양한 폐해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모든 향은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는 능혜스님은 향전문서를 발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향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올바른 향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는 안내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향은 필수불가결한 것입니다. 공기가 좋지 않으니 폐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되고, 전자파에 자주 노출이 되니 그것을 차단할 수 있고, 화를 많이 내는 이들이 많으니 머리로 치솟는 열기를 내려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국내 최초의 향전문서로 기록될 <문향 향기속으로>에는 향의 문화사를 시작으로 한국 향의 역사, 일본향의 역사, 향로의 세계, 다향한 향의 세계 등 향과 관련된 다양한 역사를 담고 있다. 향을 실질적으로 즐길 수 있는 실용적인 것들도 담아냈다. 향의 종류와 사용법, 향도구의 세계, 향도, 향용어사전등은 향을 생활 속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또 침향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향은 21세기의 새로운 정신문화운동’이라고 강조한 능혜스님은 “전통 향은 현대인들의 육체와 정신을 가장 많이 순수하게 건강하게 하는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확신했다. 만성스트레스와 오염된 공기 등 다양한 형태의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천연 향은 새로운 활력소요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이 출간한 <문향 향기속으로>는 21세기 새로운 정신문화운동으로서의 첫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저자 능혜스님은…

 

 

 

조계종 제10대 종정을 역임했던 혜암스님을 은사로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해인사 퇴설당, 정혜사, 극락암 등 전국 제방선원에서 30안거를 성만하며 정진해 오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선원에서 선배스님들로부터 금강산 마하연 선원에서 만들어 왔던 불가의 전통적인 향 제조법을 배워 ‘취운향당’을 개원해 전통향을 복원하고 보급해 오고 있다.

스님은 <방약합편>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한의학 책을 탐독해 백단, 침향, 자단향, 계피, 안식향 등 향과 관련된 약재의 효능을 익혀 우리시대의 향방(香方)을 완성했다. 이후 50여 가지의 천연 향약재를 조합해 자루향, 탐향, 가루향을 제조해 냈다. 특히 스님은 생산불교를 주장하며 취운향당에서 향을 보급하며 나오는 수익금을 불교발전과 어려운 이웃에 기부해 오고 있다.

 

 

■ 책 들머리에…(요약)

“솥에는 푸른 차를 달이고

향로에는 안식을 사른다”

 

 

 

향 피우는 법의 하나인 은엽법.

향은 중생들을 선정과 지혜로

해탈지견 이끌어 주는 ‘방편’

향은 나에게 선지식이다. 애향(愛香)하셨던 혜감선사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향기로운 곳에서는 함부로 열지 말고, 냄새 속에서는 억지로 막지 말라. 향천의 부처도 되지 않겠거늘 하물며 송장 썩는 나라가 되겠느냐. 솥에는 푸른 차를 달이고, 향로에는 안식을 사른다. 돌! 돌! 돌! 어디 가서 선지식을 찾을까.”

출세간의 실천적 삶 중에 하나가 바로 요익중생(饒益中生)의 길이다. 나는 중생들에게 좋은 향을 전해주는 것이 하화중생(下化衆生)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통 없이 이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걸어갈 것이다. 본디 그 길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실낱같이 이어져오고 있었다. 그러나 무슨 희유한 인연이었을까. 금강산마하연에서 전통향방을 전수받은 노스님을 만날 수 있었고, 어린 시절 부터 화두였던 좋은 향에 대한 길을 탐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세간과 출세간의 법도는 매우 다른 법이었고, 그 다른 법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에게 닥쳐온 번뇌는 또 다른 정진의 길을 가게 했다.

은산철벽(銀山鐵壁)을 뚫어내고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한발짝 현실 속에서 진일보(進一步)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나에게 법등(法燈)을 인연을 전해준 은사스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당대 최고의 선승 가운데 한 분이시자 조계종 종정을 지낸 혜암 큰스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셨다.

“세상살이는 수행에 비해 쉬운 일이다.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안에 부처가 있다고 믿는 수행은 어렵다. 보이지 않는 대상을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은사스님께서 내려주진 금과옥조(金科玉條) 같은 금언을 법등으로 취운향당을 개원하고 어느새 20년이 흘렀다. 아무도 돌아보지 끝없는 길을 걸어오며 세운 작은 서원하나가 바로 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책을 발간하는 것이었다. 그 첫 시작이 바로 이번 책이다.

<유마경>에는 향적여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향적여래가 계시는 중향국의 세계는 미묘한 향기가 있는데 , 시방의 모든 불세계의 인간들이나 천신들이 발하는 향기보다 미묘하고 뛰어난 향기이다. 그곳의 나무들은 모두 이 미묘한 향기를 발하는데, 그 향기는 모든 지역에 널리 퍼지고 일체에 가득 찬다.

향적여래는 중생들을 위해 온갖 미묘한 향기가 흘러나오는 그릇에 온갖 묘한 향기를 품기는 음식(감로미반)을 담아서 화작보살에게 주며 “모든 불국토는 근본적으로 청정해 차별이 없는 것이다” 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향은 모든 중생들에게 선정과 지혜요, 해탈과 해탈지견에서 나온 것으로 결코 다함이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소중하다.

향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올바른 향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이 책이 쓰여 지길 바란다. 취운향당 능혜 합장

[불교신문2948호/2013년9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