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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子兵法(오자병법)에 대하여...

바래미나 2013. 12. 9. 18:13

吳子兵法(오자병법)에 대하여...
 
 
사마천의 史記(사기) 孫子吳起列傳(손자오기열전)에 보면
"세상에서 군사를 이야기할 때는 모두가 孫子(손자) 13편과 吳起(오기)의 병법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또한 韓非子(한비자)에서 "孫武(손무)와 吳起(오기)의 병서를 집집마다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비단 이 두 경우 뿐만 아니라 兵法(병법)을 논함에 있어서는 孫 · 吳1)를 병칭함이 기본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어떠한가. 孫子兵法(손자병법)이 세계적으로 兵法(병법)의 聖傳(성전)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반면에, 吳子兵法(오자병법)은 孫子兵法(손자병법)에 가려 제대로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손자병법을 조금 안다는 사람이 본인의 책장에 손자병법과 나란히 꽂혀있는 오자병법을 보고는
"오자서가 쓴 병법이야?"라고 묻는 일도 있었다. - -;)
 
 
이제 이 吳子兵法(오자병법)에 대해 알아보자.
오자병법은 戰國時代(전국시대)에 吳起(오기)라는 전략가(딱히 전략가라고만 하기는 그렇지만 일단)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병서이다.
孫子兵法(손자병법)에 비하자면 정교함이 부족하고 문체도 거칠지만, 兵에 대한 안목이 높고 인간에 관한
통찰의 측면에서는 孫子보다도 오히려 뛰어나 일찍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과거에는 손자병법과 더불어 병법의 대명사로 일컬어졌던 것이다.
 
吳子兵法(오자병법)의 저술자인 吳起(오기)의 생애에 대해서는 글이 길어질 것 같으니 따로 보도록 하고,
吳子兵法(오자병법)과 孫子兵法(손자병법)을 비교하며 오자병법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의 기본적인 차이라면, 孫子兵法(손자병법)이 기본적으로 道家(도가)의 영향을 받은데
비하여 吳子兵法(오자병법)은 기본적으로 현실적인 法家(법가)에 그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다는 데에 있다.
손자병법이 크게 원론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오자병법은 세세하게 부분부분의 이야기를
풀어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孫子兵法(손자병법)이 전쟁의 빈틈없는 준비보다는 주로 전장에서의 임기응변을 중시하고 있는데 반해,
吳子兵法(오자병법)은 전쟁의 철저한 준비를 중시하고 있다. 孫子兵法(손자병법) '作戰(작전)'에서 ".
..그러므로 전쟁준비에 다소 모자란 점이 있더라도 속전속결을 추구하여 승리한 경우는 들어 보았지만,
전쟁준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장기전을 치르며 승리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하고 있다.
 또 '兵勢(병세)'에서 "...그러므로 전쟁에 능한 자는 '기세'로 승리를 추구하며,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을
탓하지 않는다..."라고 하여 군대의 '사기'를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하여 吳子兵法(오자병법)에서는 '圖國(도국)'에서 전쟁의 이전에 군주의 올바른 정치로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전쟁준비의 첫걸음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人和(인화)를 중시하여 '治兵(치병)'편에서는 "...상하가 동고동락하면 그 군대는 한덩어리가 되어
흩어지는 일이 없으며 지칠 줄을 몰라 어디에 투입해도 천하에 당할 자가 없다.
이를 父子之兵(부자지병)이라 한다..."라고 하여 전쟁터에서의 일시적인 기세가 아닌, 백성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승리의 조건으로 강조한 것이다.
이는 병사의 종기에서 고름을 빨아내 그 병사의 어머니를 울게 한 오기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할 것이다.
 
위의 人和(인화)와 함께 吳子가 孫子를 뛰어넘는다는 평을 듣는 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에 있다.
吳子兵法(오자병법)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이를 용병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圖國(도국)'편에 보면 "...기꺼이 전쟁터로 달려가 자신의 용맹과 충성심을 보이려고 하는 자들로한 부대를
편성하고, 관직에 있다가 과실로 쫓겨나 다시 공명을 얻고자 하는 자들로 한 부대를 편성하며,
지난 날의 불명예를 씻고자 하는 자들로 한 부대를 편성하고...
이렇게 편성된 부대는 그야말로 군의 정예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공명심과 자아실현의 욕구를 자극하여 정예부대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孫子兵法(손자병법)이 信賞必罰(신상필벌)의 원칙을 세우고 있는 데에서 그친데 반해,
吳子兵法(오자병법)은 '勵士(여사)'에서
 "공이 있는 자를 포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이 없는 자들도 격려하라"라거나 "戰死者(전사자)의 집에는
해마다 사람을 보내 그 부모를 위로하고 상금을 내림으로써 국가가 항상 잊지 않고 있다는 뜻을 표하라"라고
하여 인간의 보상심리를 이용해 사기를 진작시키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吳子의 착상은 인간에 대한 깊은 탐구의 산물로 孫子마저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吳子兵法(오자병법)은 현재 6편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러나 본문 전체가 5천자에도 미치지 못하고 군데군데 문맥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곳이 많다.
죽간의 손실이나 착간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漢書(한서) 藝文志(예문지)
兵權謀家類(병권모가류)에 보면 '吳起(오기) 48편'이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현재 전해지는 6편과는 큰 차이가 있다.
물론 후대에 전해지면서 편이 통합되었거나 할 수도 있지만 훼손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宋代(송대)의 王應麟(왕응린)에 의하면, "지금의 판본은 3권 6편인데 '도국'에서 '여사'까지
이르는 중에 빠지고 사라진 부분이 많다"고 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송대에 현재와 같은 6편의 吳子兵法(오자병법)이 존재했으며,
그 와중에 산실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吳子兵法(오자병법)의 원본은 현재보다도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지금은 새로운 죽간이 발견되기를 기대해 보는 수 밖에 없겠다.
 
 
현재 전해지는 吳子兵法(오자병법)은 다음의 6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一. 圖國 (도국 : 부국강병)
二. 料敵 (요적 : 정확한 상대방 파악)
三. 治兵 (치병 : 군대의 육성)
四. 論將 (논장 : 장수의 자질)
五. 應變 (응변 : 임기응변)
六. 勵士 (여사 : 사기를 다스리는 법)
 
 
이렇게 6편에 44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吳子曰(오자왈)'로 시작하는 것이 19개, 魏武侯(위무후)와의
문답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 22개, 제3자의 입장에서 서술체로 쓴 것이 3개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현재 전해지는 吳子兵法(오자병법)은 오기 문하의 제자나 추종자가 吳起(오기)의 어록을
모아두었다가 후에 이를 정리하였거나 吳起(오기)의 저작이 후대로 전해지며 수정 보완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덧]
 
1) 孫吳兵法(손오병법)이라 함은 언급한대로 '孫子兵法(손자병법)'과 '吳子兵法(오자병법)'을 병칭하는 말이다. 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에 흔히 등장하는 '孫(손)씨 일족의 吳(오)나라'를 가리키는 말과는 구별하도록 하자.
 
2) 이는 吳子兵法(오자병법)이 孫子兵法(손자병법)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의 하나일 수도 있다.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말로 뜻을 나타낼 수는 없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어서, 세세하게 설명하거나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공자도 論語(논어)에서 "말을 능숙하게 하는 사람을 의심하고, 말이 어눌한 사람을 높이 평가하라"고까지
했던 것이다(따라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개념, '道(도)', '仁(인)', '義(의)', '禮(예)' 따위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 중국인들인 것이다).
 그러하니 '戰爭之道(전쟁의 도)'를 크게 드러내고자 하는 孫子兵法(손자병법)에 비해
'戰爭之術(전쟁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언급한 吳子兵法(오자병법)은 평가면에서
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감각으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지만, 어쨌거나 중국의 전통적인 儒家(유가)의 사상에 의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法家(법가)나 兵家(병가)는 다르지만...
 
다음 포스팅에서 이야기하겠지만, 吳起(오기)의 유명한 일화이다. 간단하게 보자면 이렇다.
 
 어느날 오기가 순시를 하다가 발에 종기가 나서 고생을 하고 있는 병사를 발견했다.
이에 오기는 그 병사의 종기를 직접 입으로 빨아 고름을 뽑아내 주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병사의 어머니는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옆에 있던 사람이 병사의 어머니에게 물었다.
 "장군님이 우리같이 천한 병사의 고름을 빨아내 주셨는데 감사를 드려야지 왜 우십니까?"
그러자 병사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 애의 아버지도 오기 장군님의 부하였습니다.
작년에 그 양반이 등창을 앓아 애를 먹자 그 때도 오기 장군님이 입으로 종기를 빨아주셨습니다.
그러자 그 양반은 전쟁터에 나가서 오기 장군님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앞장서서 싸우다가 죽고 말았습니다.
이제 오기 장군님께서 아들놈의 종기도 빨아 주셨다니 어찌 억장이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남편을 잃고 이제 자식까지 잃게 생겼으니 나는 누구를 의지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까."
 
吳子兵法(오자병법), 그리고 吳起(오기)의 본질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일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