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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작은 고급차의 미친 연비, BMW 320d[55]

바래미나 2012. 2. 29. 05:26

[시승기]작은 고급차의 미친 연비, BMW 320d[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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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체인지를 단행한 BMW 3시리즈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1975년 처음 만들어진 BMW 3시리즈는 대표적인 콤팩트 프리미엄세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37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신형 3시리즈는 6세대다. BMW 3시리즈는 1975년 1세대가 태어난 이후 1982년, 1990년, 1998년, 2005년에 각각 마디를 이루며 신형 모델을 내놨다. 그리고 이제 2012년 6세대 3시리즈가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3시리즈중 한국에서 처음 판매되는 모델은 320d. BMW 트윈파워 터보기술이 적용된 직렬 4기통 2.0리터 디젤엔진을 장착, 기본형인 뉴 320d와 효율성을 극대화한 뉴 320d 이피션트다이내믹스(ED) 그리고 선택의 폭을 다변화한 뉴 320d 스포츠, 모던, 럭셔리 라인 등 총 5개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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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사이즈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커졌다. 길이가 이전 모델 대비 무려 93mm가 늘어나 4,624mm에 이른다. 휠베이스는 50mm를 늘려 2,810mm로 만들었다. 중형세단에 견줘도 밀리지 않을 크기다. 콤팩트 세단의 범주를 벗어난다. 이전에 비해 훌쩍 커버린 모습이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 같다. 차도 사람처럼 세월이 지나면 커지는 것인가. 하지만 사람과 달리 자동차는 형의 크기를 넘볼 수는 없다. 크기로만 본다면 3시리즈는 이 정도 크기가 거의 최대치가 아닐까 싶다. 이보다 더 큰 3시리즈는 상상하기 힘들다. 7세대 3시리즈는 어떤 크기를 가질지 벌써 궁금해진다. 

커진 덩치만큼 실내 공간도 넓어졌다. 뒷좌석 무릎 공간은 15mm, 헤드룸도 8mm가 넓어졌다. 중형세단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뒷좌석에 앉아도 좁다는 느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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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모델은 엔트리급 모델인 320d 모던 라인. 나머지 차종도 한나절 동안 잠깐씩 돌아가며 탈 기회를 가졌다. 모던 라인을 중심으로 시승기를 정리한다. 
 
키드니그릴과 듀얼 헤드램프로 정리되는 BMW의 전통은 3시리즈에서 다시 현대적으로 해석됐다. 두 개의 원으로 구성된 헤드램프는 사다리꼴 틀 안에 고정됐다. 헤드램프 외곽선은 방향을 살짝 틀어 그릴과 연결됐다. 성형수술을 할 때 눈이 커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눈 트임 시술’이 연상된다. 

헤드램프의 작은 원과 큰원, 키드니 그릴의 한쪽 구멍과 과 헤드램프의 크기는 정확히 황금비율을 따르고 있다. 가장 안정적이며 아름답게 보인다는 16:9를 고집하고 있는 것. 이 같은 황금비율은 5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도어를 열고 닫는 느낌이 아주 좋다. 묵직한 느낌을 전하며 닫히는 느낌이 듣기만해도 고급스럽다. 감성에 호소하는 품질, 즉 감성품질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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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멈추고 단정하게 서있던 320d 모던라인에 올라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3 시리즈에는 3개의 주행모드가 있다. 스포츠, 컴포트, 에코프로다. 에코가 아니라 에코프로다. 그만큼 자신 있음을 강조하는 것. 계기판 아래로 연비효율이 게이지로 표시된다. 배터리 충전상태까지 표시한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배터리 충전이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BMW의 주행정보표시장치를 작동하는 조그셔틀 느낌이 좋다. 모니터를 통해 주행정보, 차의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3시리즈에도 본사에서 한국형으로 제작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선명하게 보이는 모니터는 모르는 길에서 운전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핸들 회전수는 2.8 회전 한다. 조금 타이트한 정도의 수준이다. 스포츠 라인에는 가변 기어비를 적용해 핸들을 좌우로 90도 돌릴 때까지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핸들을 조금 돌려도 차가 크게 움직이는 것. 서행할 때, 주차할 때 매우 유용하다. 모던 라인과 럭셔리 라인은 그냥 랙앤 피니언 방식의 기어를 쓴다. 

급가속을 해도 휠스핀은 일어나지 않았다. 토크제어가 확실하게 하면서 힘의 낭비를 막는 것. 휠 스핀이 일어나는 것은 엔진에서 힘들게 만들어낸 에너지가 차를 움직이는 데 쓰이지 못하고 사라져버리는 것으로 그만큼의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의미다. 한 방울의 에너지도 감시하는 BMW의 이피션시 다이내믹이 이를 허용할 리가 없다. 
휠 스핀 없이 부드럽게 출발하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한 차는 거침없이 내닫는다. 예비동작 없이 바로 내지르는 권투선수의 스트레이트 펀치처럼 움직임은 물 흐르듯 부드럽지만 강한 힘을 품고 있다. 빠른 가속력은 계측기를 갖다 대기 전에 몸이 먼저 느낀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상쾌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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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단 자동변속기는 2.0리터 디젤엔진이 만들어내는 힘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킨다. 2.0 엔진에 굳이 8단 변속기가 필요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디젤 엔진이 만들어내는 힘은 8단 변속기의 정교한 튜닝을 거쳐 때론 부드럽게, 때론 강하게 차를 밀고 나갔다. 변속쇼크는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rpm을 과도하게 높이지 않아도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고 속도가 낮을 때에는 편안한 실내를 유지할 수 있었다. 8단 변속기 덕분에 힘의 질이 달라졌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이 환상이다. 무술의 경지가 8단에 이른 무림고수라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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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반응을 고속주행에도 돋보인다. 시속 160km 이상 고속주행에서 차체는 흔들림 없이 안정감을 유지했다. 윈드실드의 바람소리만 없다면 크게 불안할 이유는 없다. 
시속 200km도 어렵지 않게 넘나든다. 배기량 2.0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힘과 가속감이다.  
변속레버를 수동모드로 옮겼다. 5,000rpm 전후에서 변속이 이뤄진다. 1단 40, 2단 70, 3단100, 4단 120, 5단 160km/h까지 각각 속도를 올린 뒤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엔진 사운드는 인상적이다. 기존의 디젤 엔진의 굵은 소리와 느낌이 다르다. 흔히 느끼는 디젤의 굵은 토크가 느껴지는 소리보다 조금 가는, 그래서 더 날카로운 소리를 토해낸다. 
수동모드에서 에코 모드를 택하면 변속레버를 자동으로 옮기라는 메시지가 든다. 세심한 배려다. 

3시리즈는 후륜구동이다. 뒤에서 밀고 가는 느낌이 승차감을 좋게 만든다. 앞뒤의 무게배분이 50대 50에 가깝게 맞춰져 안정된 자세와 승차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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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제동을 하면 안전띠가 바짝 당겨지며 몸을 잡아준다. ABS는 요란하지 않게, 하지만 정확하게 작동해 안정되게 차를 제어한다. 탑승객을 차가 보호해준다는 믿음이 생긴다. 신형 3시리즈는 안전장비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속도가 18km/h를 넘기는 순간 안전띠가 체형에 맞게 적당히 조여진다. 불편하지 않을 정도지만 안전띠가 몸을 당긴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든다. 
급제동을 하면 차는 위험상황이라는 판단에 따라 안전띠를 매우 강하게 조인다. 창문이 열려져 있다면 스스로 닫힌다. 선루프도 마찬가지. 차가 스스로 판단해 위험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만일 충돌 상황까지 이어지면 3시리즈는 충돌후 승객보호 단계에 돌입한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제동을 걸어 차를 완전히 정지시킨다. 에어백이 터진 경우라면 가스 방출을 위해 창문이 일부 개방된다. 이와 동시에 모든 도어가 열리며 화재 등의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배터리 케이블을 분리하고 연료공급이 차단된다. 비상등도 이 단계에서 스스로 작동한다. 
실제 창문과 선루프를 연 상태에서 급제동을 시도했다. 창문은 물론 선루프도 스스로 닫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뒷좌석 승객의 안전을 고려해 운전석과 조수석 헤드레스트는 뒷부분을 두껍고 부드럽게 만들었다. 만일의 경우 뒷좌석 승객이 부딪힐 경우를 대비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만든 것. 1e21ce434ebce8eea008ba406ded0fc9.jpg 

경제운전과는 전혀 상관없이 급가속과 가속, 감속, 제동 등을 이어가며 운전했는데 계기판이 알려주는 평균 연비는 15.4km/L다. 이 정도만 해도 놀랍지만 공인연비는 더 쇼킹하다. 제원표의 숫자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피션시 다이내믹을 강조한 모델인 320d ED가 23.8km/L를 기록한다. 하이브리드가 아닌 디젤 엔진으로 이 정도의 연비를 만들어내는 것은 대단한 기술이다. 그야말로 미친 연비다. 320d의 나머지 모델들 역시 22.1km/L의 연비를 보인다. 이 차를 타면 일단 주유소에 갈 일은 확 줄어들겠다. 

전자식 파워스티어링, 8단변속기, 경량 차체, 오토스타트 스톱, 런플랫 타이어 등 적용 가능한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극단적인 효율을 추구한 결과다. 바로 BMW가 그토록 자랑하는 다이내믹 이피션시의 힘이다. 

모던 라인을 타고 난 뒤 스포츠 라인에 오르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스티어링은 훨씬 더 예민하고 패들시프트를 통해 차를 다루는 기분도 사뭇 다르다. 훨씬 다이내믹하고 힘찬 움직임이 심장을 떨게 만든다. 
휠 하우스를 꽉 채우는 225 46R18 사이즈의 타이어가 노면과 밀착하며 달리는 느낌이 색다르다. 184마력의 힘을 잘 지탱하면 달렸다.  
확실한 힘의 차이를 보이며 푸르빙그라운드를 달리는 자세는 도로를 압도했다. 푸르빙그라운드의 양 끝에 자리한 고속주회로의 경사진 벽을 타고 돌아나가는 느낌은 환상 그 자체였다. 차도 그라운드도 잘 어울렸다. 고성능 버전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였다. 
슬라럼과 와인딩 코스로 꾸민 특설 코스에서도 스포츠라인은 탁월한 성능을 뽐냈다. 노면에 밀착하면서 예민한 스티어링 성능을 뽐내며 달리는 자태는 정말 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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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d 모던 라인에 계측기를 장착하고 가속성능과 제동성능을 비교해 봤다. 정지상태에서 출발 후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7.72초, 거리는 128.06였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실시해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의 거리를 측정했다. 4.28초 동안 39.83m를 달린 뒤 멈춰섰다. 급제동을 하는 순간 차의 앞 부분이 가라앉는 노즈 다이브 현상은 심하지 않았다. 앞 부분이 기운다기보다 차가 전체적으로 밑으로 가라앉으며 속도를 줄이는 느낌이다. 상대적으로 편안한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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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도 착하다.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을 모두 바꾸는 풀체인지에 다양한 신기줄이 추가됐다면 당연히 가격 인상을 고려할만하다. 하지만 아니다. 오히려 판매가격을 최대 280만원까지 낮췄다. 가격인상 없이 새 기술을 만날 수 있는 게 진정한 기술이다. 새기술, 다양한 편의장비가 추가되는만큼 소비자가 더 부담하는 건 메이커의 ‘기술 장사’일 뿐이다. 새 모델이 나올때마다 가격을 인상하는 데 익숙한 국내 메이커들이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BMW 뉴 3시리즈의 국내 소비자가격은 뉴320d가 4,880만원, 뉴 320d 이피션트다이내믹스 에디션은 4,500만원, 모던 라인은 5,410만원, 스포츠 라인은 5,540만원, 럭셔리 라인은 5,650만원(VAT 포함)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급제동을 할 때 비상등은 침묵을 유지한다. BMW의 설명에 따르면 자동으로 비상등이 작동하는 것은 충돌이 일어난 후 배터리 케이블이 분리되고 연료가 차단되는 최종단계에서다.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급제동을 하는 순간서부터 비상등이 작동하는 것이 안전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모던 라인 역시 훌륭한 성능을 보여줬지만 여기에 적용된 타이어는 205/60R16으로 의외로 작다. 16인치에 편평비도 60으로 높다. 럭셔리 라인에 쓰이는 225/50R17 정도는 끼워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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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