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전에 올린 글에서 저한테 특히 가깝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두가지 주제가 있다고 말씀드린적이 있습니다. 바로 한반도를 넘어선 한미 협력과 한미간의 인적 관계입니다. 물론 저는 주한미국대사지만 제가 만나는 분들은 미국인과 한국인들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곳 한국에는 전세계 약 100여국의 대사관들이 있으며 저는 다른 나라의 대사들을 가능한 한 자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들에 대해 여러분들이 그동안 잘 몰랐을 수 있는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일반 한국 사회와 마찬가지로 외교가에서도 경험이 갖는 중요성이 크고 우리는 이를 아주 높이 평가합니다. 지금 주한외교단에는 우즈베키스탄의 비탈리 펜 대사님이 계시고 (이분은 1997년부터 주한우즈베키스탄대사로 계셨답니다!), 펜 대사님께서 현재 주한외교단 단장으로 역할을 해주고 계십니다. 세계적으로도 각 나라의 수도에서 근무하는 각국 대사들 중 가장 오래 재임한 대사가 보통 그 나라 주재 외교단의 “단장”이 됩니다. 펜 대사님은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이자 다년간의 경험을 갖고 계시며 정말 재미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펜 대사님을 주한외교단 단장으로 모시게 되어 자랑스럽습니다. 또 한국어를 하는 대사들의 모임인 “한사모(한국을 사랑하는 모임)”가 있습니다. 2002년에 만들어진 모임으로 두 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습니다. 아직 저는 참석을 못했지만 곧 참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대사님들과 식사 자리를 갖고자 노력중입니다. 부임한 이후 벌써 장신썬 주한중국대사와 저녁 식사를 했고, 마사토시 무토 주한일본대사와 점심을, 그리고 EU 대표부와 저녁 식사를 했고, 러시아, 호주, 유럽 대사들과도 식사를 했습니다. 무토 대사 관저에서의 점심과 사케는 정말 맛있었고, 흑룡의 해를 잘 시작하기 위한 장신썬 대사 관저에서의 저녁식사와 마오타이주 역시 놓쳐서는 안될 것이었습니다. 훌륭한 친구들도 사귀고 인맥도 넓혀서 좋긴 한데, 이런 맛있는 식사들 때문에 점점 살이 찌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장신썬 대사 관저에서의 저녁 식사 (사진 제공: 주한중국대사관) 장신썬 대사 관저에서 우리는 바이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는데, (바이주는 제 생각엔 소주와 비슷한데 좀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그곳의 독특한 분위기었습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우리는 모두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들로, 십여명쯤 되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저는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들이 서로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 얘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세가지 서로 다른 언어가 유창하게 오가고 있었습니다! 정말 인상적이었고 또 스스로 겸허해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중국 대사관에서 저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을 뿐 아니라 옛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중국 대사관의 부대사, 정치참사관, 부참사관 모두 제가 6자회담을 할 때 함께 일했던 분들이고 다들 그야말로 노련한 외교관들입니다. 저는 이것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성장과 위상을 보여주는 많은 지표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각 국가에서 경험 많고, 특히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고위급 전문가를 한국에 외교관으로 보낸다는 것은 세계속의 한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생각을 하니 주한미국대사로 임명된 것이 더욱 영광스럽고 자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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