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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르포] 캐나다 유콘준주

바래미나 2011. 12. 19. 19:15
[특파원 르포] 캐나다 유콘준주
오로라 같은 금, 금 같은 오로라
골드러시 개척자들이 건네준 대자연의 파노라마

지난 2월 겨울 캐나다로키(Canadian Rocky Mountains)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가을에는 캐나다로키 북쪽에 있는 유콘 준주(Yukon Territory)를 돌아볼 기회를 또 얻었다. 반 년 조금 넘는 세월 차이로 캐나다 서부의 유명 산군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나로서는 둘도 없는 행운이었다.

짧은 두 여행에서 받은 느낌은 이렇다. 캐나다로키는 신경을 놓지 못하도록 하는 그 무엇이 나를 계속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유콘에서는 긴장 속에서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어떤 여유를 느꼈다. 계절 차이일까? 아니면 지형 차이일까?


▲ 클루아니국립공원 내의 십 크리크 트레일. 이 국립공원은 알래스카와 유콘에 걸쳐 대산군을 이루고 있는 세인트 일라이어스산군의 남동부를 점하고 있다.
실은 오로라(aurora, 또는 northern lights. 북극광)를 보러 갔었다.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또 올해가 잘 보이는 주기여서 더 잘 볼 수 있다는 오로라를 북극권의 추위를 이겨내면서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찾아갔을 때는 시기가 조금 빨라서인지 가이드가 저것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오로라는 희미했다. 그런데 카메라에는 오로라가 잡혀 있었다. 조리개를 오래 열어두었더니 녹색 빛이 잡힌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카메라는 보았지만 나는 보지 못했다. 사흘 밤을 새벽 3~4시까지 버텨보았건만-.

유콘, 클론다이크, 화이트호스, 스캐그웨이

밴쿠버에서 캐나다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유콘 준주의 주도 화이트호스(Whitehorse)에 내린 날(9월 14일) 저녁 식사를 마치자 바로 어두워진다. 호텔 바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오로라가 잘 나타난다는 시간대에 맞춰 길을 나섰다. 도시를 20분쯤 벗어나 아무런 시설도 없는 넓은 개활지로 나가 북쪽 하늘을 하염없이 올려다보았다. 두어 시간 지나니 고개도 아프고 우리나라의 늦가을 같은 한기가 파고들 즈음 오늘은 틀렸다며 발길을 돌렸다. 아직 여러 날 남았고, 내일 낮에도 다녀볼 곳들이 있으니 잠을 좀 자둬야 할 것 같았다.

이튿날 일행은 클론다이크 남로(South Klondike Highway)를 타고 프레이저(Frazer)로 향했다. 화이트패스(White Pass)를 넘어 태평양 연안에 닿아 있는 미국령 스캐그웨이(Skagway)로 가는 길이다. 도중에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카크로스(Carcross) 사막도 만나고, 상당히 올라온 고지인데도 불구하고 길게 펼쳐지는 베넷호수(Bennett Lake)와 타기시호수(Tagish Lake), 투샤이호수(Tutshi Lake), 샬로호수(Shallow Lake), 프레이저호수를 지났다(이 외에도 호수가 여럿 있어 이 지역을 사우스 레이크스=South Lakes라 부름).

우리가 지나온 고지대는 알래스카와 유콘에 걸쳐 장대한 산군을 이루고 있는 세인트 일라이어스산군(Saint Elias Mountains)과 브리티시컬럼비아 연안에 장벽을 치고 있는 태평양 연안산맥(Coast Mountains) 너머 내륙에 펼쳐져 있는 유콘고원(Yukon Plateau)이다. 화이트호스의 해발이 700m 조금 넘는다. 두 산군 사이에 태평양으로 틈을 내주고 있는 곳이 바로 화이트패스다.

▲ 쿠사와 리지 트레일을 오르고 있는 이진영 혜초여행사 상무.
지금 달리는 이 도로의 이름이 된 클론다이크강은 유콘강의 지류로, 유콘고원의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다. 이 말은 내륙으로 접근하든(에드먼턴에서 2,700km), 태평양 연안에서 산맥을 넘어서든(스캐그웨이에서 1,100km), 알래스카에서 강을 따라 거슬러 오르든(유콘강 어구의 세인트 마이클에서 2,700km. 시애틀에서 세인트 마이클까지는 4,800km) 가장 멀고, 따라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강 유역에서 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외부 세계로 전해졌다. 1896년 금이 처음으로 발견되고, 개척자들이 캔 금을 잼통이나 밀가루포대까지 담을 수 있는 모든 용기를 동원해 담아 가지고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로 나온 1897년 여름의 일이다. 금이 처음으로 발견된 8월 16일은 그래서 유콘 준주의 공휴일이 된다.

▲ 스캐그웨이에서 화이트호스로 귀환 도중 만난 자전거 여행객들.

이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이후 세계는 이전 세계와 구분될 정도로 바뀐다. 북미 대륙 전역은 물론 들떴고 유럽에서도 개척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가장 가까운 통로인 화이트패스를 집중 공략했다. 그 옆 다이이아(Dyea)에서 칠쿠트패스(Chilkoot Pass)를 넘는 통로가 먼저 이용됐으나 15km 정도 더 짧은 이 고개를 넘어 베넷호수까지 철로가 놓이자(1899년) 개척자들과 물자들이 철로를 통해 운반됐고, 거기서부터 유콘강에 배를 띄워 클론다이크강 어구까지 내려간 것이다.


▲ 클론다이크 남로 상의 카크로스역. 태평양 연안의 스캐그웨이에서 이곳까지 협궤 관광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모든 물자와 사람들은 클론다이크강 어구에 형성된 마을 도슨시티(Dawson City)로 몰려들어 골드러시 2년 만인 1899년 인구가 3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마을이 됐다. 화이트호스까지 이어진 것은 1900년이다.

유콘강 발원지는 태평양 연안에서 불과 25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이 강은 유콘 준주의 세인트 일라이어스산군과 알래스카의 산군들을 에돌아 베링해의 노턴만(Norton Sound)으로 흘러들 때까지 장장 3,200km를 흐른다. 노턴만의 작은 항구인 세인트 마이클(Saint Michael)에서 유콘강을 거슬러 클론다이크까지 오르는 여정도 2,500km이고, 스캐그웨이에서 화이트패스를 넘어 클론다이크까지 강을 따라 내려서는 여정도 1,100km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