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다섯째날 – 현풍에서 대구까지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
“나무사이로 바람이 불때 들리는 아름다운 소리”라는 의미의 비슬산에서 어제 하룻밤를 보냈습니다. 지난 밤 태풍 콘파스가 상륙하면서 나무사이로 쉴새없이 바람이 스치고 잎이 나부낄 때, 이 아름다운 소리를 마음껏 들었습니다. 밤새 비가와서 구름 가득낀 아침을 맞았는데요, 여행 마지막날 드디어 날씨가 우리에게 등을 돌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으로 든든한 곰탕을 먹고 나왔을 즈음 빠르게 움직이던 구름 사이로 뜨거운 햇빛이 비치고 우리는 마지막날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바로 대구시 외곽에 닿았습니다. 현대적인 한국의 모습을 엿볼수 있었지요. 대구로 들어가는 분주한 도로를 지나며 크고 작은 공장과 다양한 종류의 가게와 부산한 시장과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서 한국의 산업화 초기, 그 중심지로서의 대구의 역할을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대구는 60년전 이맘때 전시 상황에서 한국의 임시수도이기도했습니다. 1950년 6월, 서울이 함락된 후, 이승만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비롯한 주한미국대사관과 다른 외교 공관들도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수원, 대전으로 그러다 7월에는 대구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오늘 함께 자전거를 탄 이들에게 1952년 주한미국대사관 정치과 1등 서기관이 쓴 “전쟁속의 대사관(Embassy at War)”이라는 회고록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해롤드 노블은 1903년 선교사 집안에서 태어나, 아시아학 전공 교수로 지내다가, 제 2차세계대전 중 일본에 맞서 미 해병대 장교로 참전했습니다. 그 이후 무치오 대사 밑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교관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노블은 저서의 세 장을 할애하여 “대구 대사관(Embassy Taegu)”, “대구를 떠나야 한다(We Must Leave Taegu)”, “대구에서 후퇴하다( Retreat from Taegu)”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각 장의 제목만 봐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으시겠죠.
도심 도로를 가로지르며 언덕을 올라 대구 시내에 있는 한국전쟁에 관한 여러 기념관과 기념비를 둘러보았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도심 속 도로를 달릴 때는 시골길을 달릴 때와 또다른 어려운 점이 있는데요, 기념비로 향하는 한적한 언덕을 올라갈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만만치 않았습니다! 숨이 찬 상태에서 기념비에 도착해서, 울퉁불퉁한 계단을 오르고, 묵념을 위해 기념비 앞에 섰습니다. 숨을 돌리고, 뒤를 돌아보니, 너무나 기쁘게도 아름다운 하늘아래 대구시와 근방의 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전쟁 기념비에 묵념하기 위해 가파른 길을 올라갔고, 대구의 아름다운 전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기대를 훨씬 뛰어 넘는 한 주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경치가 아름다운만큼,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사람이였습니다. 미국 그리고 한국의 친구들과 함께, 계속해서 자전거를 타면서 한국을 경험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학생들과 한국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오늘 자전거를 타던 두 명의 대사관 직원이 치료를 받아야할 만큼 다쳤습니다.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자전거를 타기 위한 자전거 도로가 많이 설치되는 가운데, 한국에서 계속해서 자전거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길 바랍니다. 이 기회를 빌어, 우리가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이번 여행내내 도와주신 지방정부 그리고 경찰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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