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한글날을 축하하며 - 한국어와 영어 학습에 대한 단상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
네티즌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좋아하는 한국 국경일 중에 하나가 10월 9일 한글날입니다. 작년에는 한글날 기념을 위한 대형 현수막을 광화문 대사관 건물에 걸었습니다. 작년에 반응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올해도 새로운 현수막을 제작하여 걸기로 했습니다. 광화문에서 직접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여기에 소개합니다.
대사관 건물에 걸린 한글날 기념 현수막
저는 외국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한국어를 배워본 대부분의 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저는 한글 배우기는 무척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자가 논리적이고 음성을 잘 나타내며, 보기에도 아름답고 예술적입니다. 하지만 한국어 말하기·이해·읽기는 평생의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제가 원하는 만큼 한국어에 유창하거나 능통할 수 없다는 것도 알죠. 어떤 때에는 잘 소통한다고 느끼지만, 다른 때에는 수년간의 배움과 연습에도 불구하고, 완전 초보자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이나, 네티즌 여러분들처럼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배우고 있는 외국어를 사용하세요. 해당 외국어로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으시고요. 제 경우에는 태권도였습니다. 한국 시조도 좋아했습니다. 음악이나 미술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하버드 대학교 한국학 연구소 소장인 데이비드 맥캔 교수께서 영어시조 쓰기를 알린다는 얘기를 듣고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맥캔 교수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처음 왔습니다. 안동에 살면서 한국의 시조를 사랑하게 되셨죠. 맥캔 교수는 미국 독자들에게 시조를 포함한 한국 문학을 소개했고, 한국 문학·시를 번역한 책도 많이 출판했습니다.
오래전에 맥캔 교수는 영어시조 쓰기를 시작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시조가 한국 문화와 문학에 대한 좋은 입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올해 초 여름, 역시 한국적인 영감을 받아 건축된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영어시조 쓰기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6월14일, 저명한 고은 선생, 널리 알려진 시인 및 학자들과 함께, 맥캔 교수와 저는 한국 전역에서 모인 24명의 고등학생들을 불러서, 얼핏 옛날 과거시험을 닮은 영어시조 쓰기대회를 열었습니다.
미국대사관저 앞에서 영어시조 쓰기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학생들이 영어시조 쓰기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학생들은 “희망”이라는 주제로 한 시간 동안 시조를 썼습니다. 고은 선생께서 1·2·3등을 발표했습니다. “달”이라는 제목의 시조를 쓴 김은수 학생이 1등을 했고 참석자들 앞에서 자신의 시조를 낭독했습니다.
달
땅이 꺼질듯 한숨 쉬지만, 내 슬픔도 모른채 달빛은 여전히 반짝인다. 도망치고 숨지만, 달빛은 내 빈 가슴을 채운다. 오늘밤 한치의 의심없이 일어나, 걱정을 뒤로 하고, 달을 껴안는다.
우리가 학생들의 시조를 즐겁게 들었던 만큼, 학생들도 영어시조 쓰기가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에서도 영어시조 쓰기가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글 읽기가 서툴거나 번역서만 읽는 사람들에게도 한국 문화를 볼 수 있는 창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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