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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 8월 22일 한국:일본전 - 이승엽, 꼼수 호시노 재팬을 짓밟다

바래미나 2008. 8. 24. 01:49

[관전평] 8월 22일 한국:일본전 - 이승엽, 꼼수 호시노 재팬을 짓밟다

준결승전 한일전은 경기에 앞서 한국과 일본 모두에 부담이 엄청난 경기였습니다. 한국은 예선 전승을 거두고도 준결승전에서 패했던 WBC의 악몽을 재현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었습니다. 반면, 올림픽 이전부터 전승으로 우승하겠다며 호언장담했던 호시노 감독의 일본은 예선에서의 부진과 더불어, 쿠바를 피하고 한국과 준결승전에서 만나려 미국전에서 태업을 했던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한일전의 초반 분위기는 1회초 내야 수비가 불안했던 한국이 선취점을 일본에 실점했고, 3회초에는 선발 김광현의 폭투가 나오며 아오키에게 적시타를 맞아 0:2로 끌려가며 초반 분위기를 내주었습니다. 1회초 두 번에 걸쳐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고영민을 보며, 작년 12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아시아 예선 일본전에서의 2회초 실책을 스스로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부상으로 결장한 진갑용 대신 선발 출장한 강민호는 3타석 연속 삼진과 함께, 3회초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김광현의 투구를 놓쳐 폭투가 되어 2사 2루가 3루로 바뀌었고, 아오키의 짧은 안타에 실점했습니다.

중반 분위기도 좋지 않았습니다. 4회말 무사 1, 3루의 기회에서 이승엽의 병살타로 1점을 만회하는데 그쳤고, 주자가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김동주의 좌전안타와 이대호의 볼넷이 나왔지만 추가득점에 실패했습니다. 6회말에는 1사 후 우전안타를 친 1루주자 김현수가 사인미스로 횡사하며 찬물을 끼얹어 중반까지의 분위기는 일본이 우위를 점했습니다.

그러나 7회말 2사 1, 2루에서 대타 이진영이 일본 최고의 마무리 후지카와에 동점 적시타를 뽑았고, 8회말에는 중국전 끝내기 안타를 제외하면 내내 부진했던 이승엽이 이와세에게 역전 2점 우월 홈런을 기록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사실 어떤 감독이라도 큰 경기에 강했던 이승엽을 타선에서 제외할 수 없었을 테니, 김경문 감독은 이승엽을 끝까지 믿었다는 사실보다 7회말 대타 작전 성공이 돋보였습니다.

반면, 예선 한국전과 미국전에서 모두 부진했던 이와세를 지나치게 믿은 호시노 감독은 또다시 자충수를 둔 셈인데,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와세보다는 먼저 6회말에 등판해 1이닝만을 막은 좌완 나루세를 중용했어야 합니다. 이와세가 강판된 이후 와쿠이가 등판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투수 교체였습니다. 일본으로서는 이승엽의 2점 홈런 이후 추가 실점을 막았다면 9회초 승부를 걸어볼 수 있었으니, 선발 요원 와쿠이 대신 마무리 우에하라를 등판시켰어야 옳습니다. 사토의 실책이 겹치기는 했지만 와쿠이가 한국 타선에 계속 정타를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호언장담과 꼼수로 일관하던 호시노 감독의 투수 교체는 한국과의 지난 예선전부터 계속 어긋났습니다. 일본 대표팀 전임 감독이 되어 1년 여 동안 준비하고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호시노 감독의 입지는 차후 일본 야구계에서 매우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합법적 병역 브로커’ 이승엽의 홈런도 홈런이지만, 8이닝 동안 6피안타 5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약관 김광현의 호투는 눈부신 것이었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완투하며 일본을 침몰시킨 구대성의 재림이라 할 만큼 훌륭했습니다. 명실상부한 일본킬러로 자리 잡은 김광현은 아직 젊으니 차후 일본전에서 10년 이상은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9회초 대타 아베의 마지막 타구가 자신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오자, 우익수 이용규는 무릎을 꿇으며 감격했고, 덕아웃의 선수들 모두 뛰어나오며 환호작약한 것은, 은메달 확보로 병역 면제가 확정된 기쁨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입니다. 일본을 연파하며 결승에 진출했지만, 만일 결승에서 최종 목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면 병역면제 확정으로 인한 방심이 패인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살 수도 있습니다. 에이스 류현진과 계투진을 온존한 대표팀이니, 에이스를 소진할 것으로 보이는 쿠바 - 미국전의 승자를 상대로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면, 베이징 올림픽 마지막 금메달과 남자 단체 구기 종목 사상 첫 금메달 획득은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