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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절벽 등대ㆍ푸른 초원…남쪽 끝섬은 '그림엽서'

바래미나 2008. 8. 20. 23:13

[여행] 절벽 등대ㆍ푸른 초원…남쪽 끝섬은 '그림엽서'

아시아경제 | 기사입력 2008.08.20 11:05


제주도는 누구나 꿈꾸는 국내 여행지중 한 곳이지만 쉽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 곳이다. 항공료와 숙박비, 차량 대여료 등 만만찮은 여행비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여름은 달랐다. 고유가와 경기불황 등으로 해외여행객들이 대폭 줄면서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제주도로 향했다.

일단 발을 들여놓는다면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어느 여행지보다 푸짐한 곳이 제주도다.
이중 국토 최남단 '섬 속의 섬'인 마라도(馬羅島)는 꼭 한 번 쯤은 가봐야할 곳이다.

국토 최남단이란 것 빼고는 알려진게 별로 없지만 한민족이 터를 잡은 땅의 제일 끝에 홀로 떠 있는 외로운 섬이라는 것만으로도 애틋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서귀포 모슬포항을 벗어난 지 10분 정도 지나자 왼쪽 수평선 위에 엎드려 있는 섬이 눈에 잡혔다. 가파도다. "옛날 모슬포에서 돈을 빌린 후 배를 타고 바다로 떠나면 받을 길이 없어 '가파도 그만 마라도 그만'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 가파도와 마라도입니다"라는 선장의 그럴 듯한 설명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25분 만에 마라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해안은 온통 수면 위로 20여 m나 치솟은 검은 화산암 단애(斷崖)들로 장관이다. 파도에 뭉그러진 절벽에는 뻥뻥 구멍이 뚫렸고 그 속으로 바닷물이 쉼 없이 오갔다.

선착장에 내려 10여m 높이의 계단을 오르면 마라도 여행의 시작이다. 푸른 잔디밭 위에 띄엄띄엄 서 있는 모든 건축물들이 예쁘고 소박해 마치 동화 속 세계에 온 듯 한 느낌이다.

마라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423호)이다. 동서로 500m, 남북으로 1.3㎞에 둘레가 4.2㎞(면적 0.3㎢). 하늘에서 바라보면 모양새가 꼭 고구마 같이 생겼다.

선착장 정상에서 왼쪽은 곧바로 너른 초원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음식점을 지나 마라도 분교, 성당으로 이어진다. 어느 쪽을 택해도 결국은 제자리다.

마라도는 유유자적 뒷짐지고 1시간 30여분만 발품을 팔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걷는 것이 부담스러운 '어르신'은 골프장에서나 볼 수 있는 전동카트를 이용하면 된다.

오른쪽 길을 택했다. 젊은 커플들은 자전거를 빌려 타고 바람처럼 해안길로 사라진다.
마을을 벗어나 초콜릿 박물관을 지나면 작은 비석이 반긴다. 거기에는 '대한민국 최남단(大韓民國 最南端)'이란 글씨가 한자로 쓰여 있다. 말 그대로 발을 디디고 설 수 있는 가장 남쪽 끝인 것이다.

투박하게 생겼지만 오가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대느라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다. 그 앞엔 기암 괴석 모양의 장군바위가 있다. 하늘에서 살고 있는 천신이 땅에 살고 있는 지신을 만나기 위해 내려오는 길목이라 전해진다.

비석을 지나 작은 언덕을 돌아들면 멀리 하얀 등대가 자리하고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 배경으로 초원 끝 절벽 위에 세워진 하얀 등대는 지중해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앞마당에는 세계의 유명 등대가 세계 지도와 함께 작은 동상으로 세워져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로 옆에는 등대의 외로움을 달래 주려는 듯 성당이 다소곳이 서 있는데 그림엽서에 나올 만큼 예뻐 기념 사진을 찍기에 제격이다.

등대를 넘어 언덕을 내려오는 길 왼쪽은 마라도의 유일한 숲인 해송 군락지다. 타박타박 초원 사이를 걸으면 어느덧 마라도여행의 마침표를 짓는 출발점이다.

선착장으로 내려서는 길, 마라도의 아름다움을 기록한 김영갑(사진가ㆍ2005년 작고)씨의 글이 머리를 스친다.

'마라도는 참으로 아름다워서 좋다. 섬 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어서 좋다. 10분만 걸으면 동서남북 원하는 곳에 가 닿을 수 있다. 일출과 일몰은 보고 또 보아도 볼 때마다 새롭다'

배편의 압박으로 마라도의 일몰은 보지 못했지만 그리움을 하나 쯤 남겨둬야 다시 찾을 수 있을거 같아 오히려 다행스럽다.

마라도(제주)=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nomy.co.kr
◇여행메모
△가는길=마라도행 배의 출항지는 서귀포시 대정읍의 모슬포와 송악산 두 곳. 모슬포항에서 25분, 송악산에서 30분(편도)
여객선 모슬포호는 오전 10시∼오후 5시, 모슬포항에서 매시 정각 출발한다. 왕복 1만5500원. (064)794-3500
유람선인 송악산101, 102호는 오전 8시 30분∼오후 3시, 송악산 선착장에서 30분마다 출항. 섬 체류 시간(1시간 30분)포함 왕복 1만5000원. (064)794-6661. 선편 운항 취소 여부는 꼭 사전에 확인.

△먹거리=마라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해물자장면'이다. 10여년전 TV CF 광고에 "자장면 시키신 분"이란 말로 전국적 명성이 생기면서 현재 4곳이 영업중에 있다. 해물자장면을 먹기 위해 마라도를 찾는 이가 있을 정도. 국토 최남단에서 맛보는 해물자장면 맛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다.

△이건 꼭=마라도는 햇볕을 막아줄 마땅한 그늘이 없어 양산과 냉수, 선크림은 필수.
△제주도는 30일까지 '제주관광그랜드세일 2008'을 연다.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항공, 호텔, 렌터카 등을 최고 20~50% 할인한다.
제주사랑렌트카(www.jrent.co.kr/064-712-0091)는 24시간 기준으로 아반떼 XD를 4만4000원(종전 8만9000원)에 NF소나타는 5만7000원(종전 13만4000원), 에우쿠스 3.5는 13만원(종전 32만원) 등에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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