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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金' 볼트, 스타트 늦고 팔 벌려 뛰고도 세계新

바래미나 2008. 8. 17. 02:32

'100m 金' 볼트, 스타트 늦고 팔 벌려 뛰고도 세계新

마이데일리 | 기사입력 2008.08.17 00:31 | 최종수정 2008.08.17 00:38


[마이데일리 = 이석무 기자] '총알 탄 사나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9초69의 새로운 세계기록을 세우며 '지구 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등극했다.

볼트는 16일 베이징 올림픽주경기장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중반부터 독주를 펼친 끝에 9초6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통과했다. 지난 6월 1일 자신이 세웠던 세계기록 9.72를 불과 2달여만에 0.03초 앞당긴 세계신기록이었다.

당초 볼트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였던 같은 자메이카의 아사파 파월와 미국의 타이슨 가이는 애초 상대가 되지 않았다. 파월은 결승에서 9.95에 그쳐 5위에 머물렀고 가이는 부상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준결승에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놀라운 사실은 볼트가 충분히 더 기록을 앞당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볼트는 원래 자기 주종목이 200m다. 올해 100m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100m를 5번 밖에 뛰지 않았을 만큼 이 종목이 생소했다. 그렇다보니 레이스를 전개하는 것이 다소 서툴다.

이 날도 그랬다. 준결승을 1위로 통과해 4레인을 배정받은 볼트는 결승전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두번째로 늦은 0.165초의 출발 반응 속도를 보였다. 가장 빨랐던 5레인 리차드 톰슨(트리니다드토바고), 6레인 월터 딕스(미국)의 0.133초와는 0.03초나 차이가 났다. 100분의 1초를 겨루는 육상 100m에서 0.03초는 치명적인 차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볼트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다. 출발은 늦었지만 볼트는 중간부터 급격히 치고 나왔고 50m 이후에는 아예 독주를 펼쳐나갔다. 심지어 70m 지점 이후 월등히 앞서나간 볼트는 결승선 앞에서는 우승을 자신한 듯 좌우를 둘러보면서 팔을 벌린 뒤 속도를 줄이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렇게 여유를 부려가며 세운 기록은 9초69의 세계신기록이었다. 만약 볼트가 스타트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마지막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고 팔을 앞으로 치면서 결승선까지 레이스에 집중했더라면 기록은 더욱 빨라졌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9초50대에도 진입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 육상 100m는 볼트의 엄청난 파괴력을 제대로 증명한 무대가 됐다. 인간이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가 그동안 논쟁이 많았다. 하지만 볼트의 대단한 레이스는 인간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고 있다.

[남자 100m 1위를 차지한 뒤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우사인 볼트. 사진=cns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