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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겨울날

바래미나 2007. 12. 15. 01:04
그 어느 겨울날
      그 어느 겨울날 오로지 아궁이에 넣는 불이 유일한 난방수단 이었던 시절 북풍 한설에 밤새도록 문풍지가 울던날 방안 습기 조절을 위해 머리맡에 두었던 물걸레도 꽁꽁 얼어 붙었다 추위에 어린 자식 행여 감기라도 들세라 젊은 부부는 그 자식 가슴에 안고 밤새도록 전전 긍긍이라 부지런한 사람은 밤에 일어나 장작 몇 개비라도 아궁이에 넣고 자련만 조금 있으면 날이 밝을테니 그때 넣자고 아비는 게으름을 부려 본다 이래 저래 그 겨울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어른이나 아이나 추위와의 전쟁이라 첫닭 우는 소리에 일어난 젊은 아비 식구들을 위해 안 부엌 옹솥에 물 데우고 사랑채 누렁이 황소 소죽을 끓이니 그제서야 방안에 온기가 퍼지고 마려운 오줌 참고 자던 놈은 고운 꿈결속에 그만 이불에 지도를 그린다 허기사 추위에 웅크리고 자던 몸이 따듯해 지니 온몸이 나른해질 것이고 그만 경계심이 풀어진 때문 이리라 사랑방 부엌앞 아비의 헛기침 소리 들리고 이내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롯불이 방에 들어오니 화롯방석 밑에 깔고 화로를 놓아도 자칫 왕골자리가 타기 마련이라 따듯한 온기에 그제사 자식들 눈뜨고 오줌싼 놈은 울면서 이웃집에 소금 얻으러 가고 세수 하라는 어미의 성화에 고양이 세수하듯 얼굴에 물만 찍어 바르니 그해 겨울 어미가 때 벗겨 주는날 까지 그놈들은 겨우내 손등에 시커멓게 덕지 덕지 때를 달고 다녔다 날씨야 춥건 말건 햇살이 비추면 아이들은 양지쪽 여기저기로 얼음판으로 내달리고 흐르는 콧물 연신 팔소매에 훔쳐대니 너나 할것없이 그놈들 옷소매는 반질반질 참기름 묻혀놓은 형상이라 그 시절 왜 그리 누렁코 흘리는 놈들이 많았는지.... 다시 올수 없는 먼 옛날이 되었지만 오늘은 그때가 그립다 **** 다 그렇게 자라온 노리쇠 씀 ****
      밤새 얼어붙은 물동이의 물을 퍼담아 가마솥 가득 군불지펴 물 데워주시던 아버지의 새벽 헛 기침소리가 잠결에 들려 어느듯 일어날 시간이구나 짐작하며 두터운 솜이불을 뒤집어쓰며 아랫목찾아 헤메던 학창시절이 떠오릅니다 잠시후면 얼어나라고 하실 아버지 말씀이 두려웠지요 땔감으로 방을 데워야했던 시절의 서글픔이였습니다 부시시 겨우 아버지의 손에 끌려 세숫대야 앞에 앉으면 모락모락 김나는 따뜻한 물이 고마웠고 추위에 부엌문마져 닫은채 많은 식구들 아침상 차리시는 어머님의 작은 잔소리도 아침마다 들어야하는 행사였습니다 매캐한 연기속에서 느껴지는 구수한 된장찌게 맛을 감지하며 따스한 물장난에 짧은 아침시간을 소비하는 날에는 나즈막하게 들려오던 어머님의 목소리 더러는 언성높은 소리들 동생들깨워 등교길 도와줘야 하는 맏딸의 책임등등... 언제 이런 굴레속을 벗어날까 빨리 세월이흘러 독립된 생활이 꿈이였지요 아이들 세숫물 모아 빨랫감 세탁하시던 어머님의 짤순이 생활이 못마땅해 엄마처럼 살지않겠다고 엄마속 긁었던 때가 지금은 늘 죄스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렇게 올망졸망 살았던 핏줄들은 그때를 기억이나하고 살까? 버튼 하나에 뜨거운물이 펑펑 쏟아지는 현실의 안락함에 길들여져 살지만 그때가 늘 그리운건 돌아올수 없기에 어머님의 잔소리 들을수없기에.. 키 뒤집어쓰고 옆집에 소금꾸러 가던 일 자식낳아 키워보며 밤새 이불에 실례했다고 혼내킬때에도 어린날의 자화상이 떠올라 웃읍고 그립고 내 아이이게 챙피스런 얘기는 다 못하지만 내 안에 담겨진 겨울날의 애상은 이맘때면 새록하네요 흔한 중년들의 추억이건만 나만의 비밀인양 꼭꼭 묻어둔채 현실의 긴겨울 맞을 채비를합니다 ♬연인노래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