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상감기법의 도입으로 인해 자기의 표면에 다양하고 아름다운 무늬 를 새겨넣은 것은 고려청자만이 지닌 또하나의 특색이다. 일반적으로 제품 의 무늬는 제작자와 수요자들의 사상, 감정과 문화적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다. 그리하여 반복적인 기하학적 무늬인 연꽃무늬, 국화무늬, 당초무늬, 보 상화무늬, 초화무늬 등과 더불어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며 청빈한 삶을 염원 하는 마음이 깃든 구름학무늬, 강변의 물새(포류수금)무늬, 포도동자무늬 등 실로 다양한 무늬세계를 펼치고 있다. 당시 고려인들의 생활상을 폭넓고 생생하게 전해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닌 심미의식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 는 것이다. 무늬를 배치하는 방식도 조형적으로 대단히 세련되어 있다. 예 컨대, 찻잔의 경우 그릇 안쪽을 당초무늬로 가득 채우면 바깥쪽에는 국화무 늬를 사방으로 돌림으로써 그 조화로움이 한눈에 안겨온다. 무늬 가운데 연 꽃무늬나 당초무늬, 포도무늬 같은 것은 원래가 서역에서 들어온 것들로서 우리의 장식무늬 속에 남아 있는 전형적인 융합문화다.
빼어난 세련미·정감 넘치는 무늬
이와 함께, 고려청자는 기형에서 오는 아름답고 균형 잡힌 조형미가 일품이 다. 청자가 갖는 특유의 질감이나 미감 때문에 그 기형은 예술적인 조형을 포함해 실로 다양하다. 찻잔과 술병을 비롯해 음식용기가 가장 많지만, 그 외에도 제기나 등잔, 베개, 향로, 벼루, 연적 등 일상 생활용품, 심지어 기와 나 타일 같은 건축자재나 주거용품도 들어 있다. 원숭이 모자의 정감을 재 미있게 묘사한 연적은 조형미가 넘치는 예술작품의 한 보기다.
이러한 독창성과 특색을 반영하여 제품의 이름이 지어졌다는 것도 남다른 일이다. 예컨대, ‘청자 상감운학문매병’이나 ‘청자 양각대마디문병’ 같은 제 품의 이름에서 보다시피,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명칭은 먼저 재질(청자)을 구분한 다음 장식기법(상감, 양각)과 무늬(운학문, 대마디문)를 알리고 나 서 마지막으로 그릇모양(매병, 병)을 식별하는 차례를 띤다.
고려청자는 시대를 넘기면서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와 백자로 그 맥을 넘겨 주었다. 적어도 17세기까지 세상에서 자기를 만들어 쓰는 나라는 우리와 중 국뿐이었다. 그것도 우리는 여러 면에서 중국을 앞섰다. 이렇듯 문명간의 융합성을 최상의 수준에서 구현한 고려청자는 ‘코레아’의 상징으로, ‘미스 고려’의 화신으로 우리의 문화사뿐만 아니라, 세계 도자사를 빛나게 수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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