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Wagner
Prelude to Tristan & Isolde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콘월로 향하는 배안에는 이졸데 공주를 본국으로 데리고 가는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타고 있었다. 서로 사랑하고 있었지만 콘월왕과의 결혼을 해야하는 이졸데의 운명과 그 왕을 섬기는 신하의 관계속에서 두사람은 괴로워한다. 결국 이졸데 공주는 시녀 브랑게네에게 마법의 약 상자를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그 안에는 한 방울이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약과, 마시면 상대를 불문하고 사랑에 빠져버리는 신비의 묘약 등 온갖 종류의 약들이 다 들어있다. "차라리 나도 죽고, 내 약혼자의 원수도 죽게 만들겠어!" 이졸데는 자신의 결심을 밝히며 브랑게네에게 술잔에 독약을 넣도록 시킨다.
이졸데는 콘월 땅에 내리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하며 "당신은 나의 약혼자 모롤트를 죽였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죠? 또한 내가 당신을 살려준 것과 당신의 맹세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의 행동은 너무나도 뻔뻔스럽군요. 이제 두 나라가 평화롭게 되었으니 복수는 이제 나의 임무가 되었군요."
트리스탄은 그녀에게 칼을 빼주며 자신을 죽이라고 한다. 이졸데를 향한 사랑은 어치피 이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가망이 없는 사랑이라면 차라리 죽는게 낫다. 트리스탄은 사랑하는 그녀의 손에 죽고 싶다. 한 한 번이라도 스칠 수만 있다며! 이졸데는 화해의 술을 권한다. "내가 만일 당신의의 삼촌인 왕에게 있어서 가장 훌륭한 부하인 당신을 더구나 평화의 인질인 나를 데려다 주는 당신을 죽인다면 마르케 왕의 기분이 상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두 나라의 평화가 다시 깨질지도 모르죠. 그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에요, 대신 화해의 술을 마시고 죄를 씻읍시다." 트리스탄은 그 술에 독약을 탔으리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지만, 순순히 잔을 받는다. 기사로서의 명예로운 죽음. 트리스탄은 죽음 안에서 사랑까지도 명예롭게 해결되길 원한다.
하지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트리스탄이 반쯤 술잔을 비웠을 때 갑자기 이졸데가 트리스탄이 마시던 잔을 빼앗아 나머지 반을 들이킨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두 사람은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뜨거운 잠정에 사로 잡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리고는 점차 서로에 대한 열망으로 온몽이 끓어 오르기 시작한다. 이들이 마신 것은 독약이 아니라 사랑의 묘약이었다. 모든 것이 시녀 브랑게네의 속임수였다. 그녀는 공주를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그러 이유로 독약대신 사랑의 묘약을 술잔에 넣었던 것이다. 이 묘약은 이졸데의 어미니인 아일랜드의 왕비가 특별히 만든 것으로 신혼 첫날밤을 보낼 공주와 남편에게 준 특별한 선물이었다.
이제 트리스탄을 억누르던 기사로서의 명예와 이졸데의 분노, 그녀의 고고한 성품, 이 모든 것들은 더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들은 지금 그냥 느낄 분이다. 이 열정, 이 희열을 어떻게 지금까지 참아 낼 수 었었을까? 둘은 황홀감에 극도로 취해 있지만 여전히 현실이라는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현실은 잔인하게도 이들을 위해 아무런 배려도 해주지 않느다. 배는 벌써 해안에 거의 도착하였고, 저 너머로 콘월 성에 우뚝 서있다. 해안에는 왕과 신하들, 또 그외 많은 사람들이 이졸데 공주를 마르케 왕에게 인도하는 트리스탄의 모습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빗나간 사랑의 자리는 잔인하게 진행된다. 둘은 현실을 망각한 채 서로에게만 죽고 못하는 사랑, 그리래서 결국 즉음으로 완성되는 사랑, 극단적인 형태의 낭만적인 사랑을 할 수밖에 없다. 낮의 현란한 빛으로 대변되는 현실의 잔인한 인식 세계. 두 연인은 이 현실 세계와 사랑 사이에서 번민하다가 결국 죽음의 길을 선택한다. 세상의 모든 움직임과 모든 언어 활동이 정지되고 그 자리게 사랑의 핵심이 들어선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中
" Liebes tod (사랑의 죽음) "
Birgit Nilson, Soprano
Mild und leise / wie er lächelt,
wie das Auge / hold eröffnet
Säht ihr's nicht? / Immer lichter
wie er leuchtet, / Stern--umstrahlet
hoch sich hebt? / Seht ihr's nicht?
Wie das Herz ihm / mutig schwillt?
voll und hehr / im Busen ihm quillt?
wie den Lippen, / wonnig mild,
süsser Atem / sanft entweht:
Freunde, seht! / Fühlt und seht ihr's nicht?
Höre ich nur / diese Weise,
die so wundervoll und leise, / Wonne klagend,
Alles sagend / mild versöhnend
aus ihm tönend, / in mich dringet,
auf sich schwinget, / hold erhallend
um mich klinget? / Heller schallend,
mich unwallend, / sind es Wellen
sanfter Lüfte? / sind es Wogen
wonniger Düfte? / Wie sie schwellen
mich umrauschen, / soll ich atmen,
soll ich lauschen? / Soll ich schlürfen,
untertauchen? / Süss in Düften
mich verhauchen? / In dem wogenden Schwall,
in den tönenden Schall, / in des Welt-Atems
wehendem All-- / ertrinken--
versinken--- / unbewusst--- / höchste Lust!
너무도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너무도 사랑스럽게 눈을 뜨시네---.
모두들 보이죠? 안 보이나요?
이 분이 이렇게 밝게 빛나는 것이.
별들이 높이 떠올라 그의 곁을 맴돌겠죠.
안 보이나요? 그의 가슴이
자랑스럽게 부풀고 용감하고 튼튼하게
고동치는 것이! 너무도 부드럽고 고운
달콤한 숨결이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와요. 보세요, 여러분!
이게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나요?
나 혼자만이 이 소리를 듣나요?
신비롭고도 부드러운 소리로
그 처절한 괴로움을 모두 얘기하며
용서를 비는 이 소리가 그에게서 나와
나를 꿰뚫고 위로 솟아올라
멋지게 메아리치며 내 주위에서 울리는데
점점 더 또렷하게 울리며 내 주위를 떠도는
이 소리는 맑은 공기의 파동일까?
하늘의 향기를 가진 구름이 떠도는 것일까?
내 주위를 감싸며 돌고 있는데
나는 들이마셔야 할까? 맛을 봐야 할까?
가운데를 찔러 그 향기를
뿌려야 할까? 이 흔들림 속에,
이 울리는 소리 속에 세상이 숨을 쉬는 듯한
큰 파동 속에 뛰어들어
의식을 잃고 가라앉으면 너무도 행복하겠지!
김학민의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