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오색딱따구리 육추[André Rieu -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TOSKANA]

바래미나 2019. 6. 1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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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딱따구리 육추(育雛)

2019.5.22 파주시 목동동 두레공원


오색딱따구리의 수컷은 정수리 전체가 진홍색이고

암컷은 검은색인데, 어린새는 암수 모두 진홍색이다
암수 모두 아래꽁지덮깃은 분홍색이며
한국 전역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다.


새끼


암컷 어미새


수컷 어미새






오색딱따구리와 같이한 시간에

 

내가 사는 곳에는 가까이에

녹음이 우거진 녹지와 공원이 여럿이 있다.

이는 나의 노후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데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날마다 하는 산책이나 걷기운동에

계절 따라 다른 모습으로 맞이하여

행복한 시간을 제공해주는데,

요즈음은 녹음이 우거진 숲길에 들어서면

싱그러운 신록이 뿜어낸 공기와 꽃향기로

기분이 상쾌하기 그지없어서

온갖 잡념과 마음의 찌꺼기가

한꺼번에 정제되고 정화된다.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하늘을 가린 칙칙한 숲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조류의 새들을 보면서

새끼를 치는 모습을 발견하고

 카메라에 담는 기대를 하지만

아무리 숲속을 뒤져도

발견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조류 촬영은

멀리 출사를 가야만 비로소 가능할 뿐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산책로 가까이에서

딱따구리의 새끼를 발견해냈다.

순간 요새 시쳇말로 심쿵했다.


그런데 새끼가 다 자라서

금방이라도 이소(離巢)가 가능한 상태여서

여유를 가지고 촬영할 처지가 아닌지라

즉각 아파트로 되돌아가서

부랴부랴 촬영 장비를 갖추어 현장에 다시 오니,

숲속이라 빛이 부족한데다가

해거름이 다가오고 있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런데 나의 애타는 심사를 알아나 주듯

 어미 새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광경을

몇 차례 담을 수 있어 행복했고

내일을 기약하고 철수했다.


다음날에는 오전 일찍

햇빛이 강한 시간에 자리를 잡고

야외 의자도 준비하고 간식거리도 준비를 해서

차분히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오전과 오후에도 그리고

그 다음 날에도 허탕을 쳤다.


추측컨대,

몇 마리 중 마지막 한 마리만 남아서

둥지를 떠나지 않으니까

얼마 간 더 먹이를 주지 않음으로써

둥지를 떠날 욕구를 키우거나 

아예 다른 새끼와 합류를 포기해버린지도 모른다.

처음 발견하고 촬영하면서 느낀 것은

먹이를 가지고 둥지 밖으로 나오도록

계속 유인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나는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더 좋은 장면을 담을 욕심으로

숲 속에서 야외 간이 의자에 앉아

베토벤의 교향곡6번 전원 교향곡과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감상하고 있을 때,

참으로 청아한 목소리의 꾀꼬리가 간헐적으로

교향악과 협연이나 하는 듯 노래했다.


그리고 키 큰 교목의 무성한 잎들이

오월의 찬란한 햇빛에 반짝이며

산들바람에 팔랑거리고

 아까시나무 꽃과 찔레꽃의 향기가

숲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운데에서

아내가 정성들여 준비해준 간식을,

지난날의 아름다웠던 무지갯빛 추억과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신선이 따로 없다.


또 가지고 온 간식 중에는

다정한 친구가 선물해준 보리빵과 땅콩을 먹으며

미소를 머금은 선한 그를 떠올리니

달콤한 우정 또한 숲 속의 신선(神仙)’

더욱 신선하게 해준다

 

5미터 높이에 겨우 탁구공보다

조금 더 큰 구멍을 용케도 발견할 수 있도록

내게 선물해준 숲 정령(精靈)님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비록 촬영하기에 빛이 부족한

오후 늦게 불과 몇 시간에 불과해서

며칠이나 최소한 하루만 더 빠르게

발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러나 만약에 하루 늦게 발견했더라면

한 컷도 담지 못했을 것인즉

그나마 얼마나 다행스러운 노릇인.

이는 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내게 큰 기쁨을 선물해준 오색딱따구리 새끼는

결국 어미 새의 보호로 무난히 이소를 해서

축복받은 한 생을 살기를 기원해본다.

-20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