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육공트럭' 버리는 군..새로 도입할 차량은 [박수찬의 軍]
박수찬 입력 2018.11.18. 06:03
5/2t, 둘반, 포차, 빵차, 두돈반, 오일일(511), 밥차…. ‘육공트럭’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잘 알려진 K511 2.5t 트럭을 육군 부대에서 부르는 호칭이다.
육군에서 복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탑승했을 정도로 군생활을 추억할때마다 등장했던 ‘육군의 발’인 육공트럭은 승용차와 충돌해도 흠집조차 없을 정도로 튼튼하지만, 승차감도 좋지 않고 급경사를 올라가기도 쉽지 않아 원성의 대상이 됐다. ‘육공트럭’이라는 호칭의 유래가 미국에서 들어온 M60 트럭을 ‘육공’이라고 부른 것이라는 설과 함께 사람을 우겨넣으면 60명도 탈 수 있다고 해서 ‘육공’이라고 불리게 됐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육군이 40년만에 팔을 걷어붙였다. ‘육공트럭’을 대체할 중형트럭(2.5t, 5t트럭, 5t 방탄트럭)을 만들어 이르면 2024년부터 2041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 각급 부대에 1만1000여대를 보급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중형표준차량, 어떻게 개발될까
육군의 중형표준차량 개발 특징은 계열화 및 표준플랫폼 확보다.
기존 K511, K711 트럭은 군의 용도에 따라 다양한 계열 차량들이 등장, ‘육군의 발’ 역할을 했다. K511의 경우 정비샵, 유조차, 사격지휘차, 방탄차, 부식차 등의 계열차량이 운용중이며 K711도 구난차와 덤프차, 교량건설차, 리본부교 및 다련장 탑재차 등의 파생형이 쓰이고 있다. 이외에도 신형제독차, 아서-K 대포병레이더, 105㎜ 차량탑재 곡사포, 비궁 유도로켓, 군단급 무인정찰기(UAV) 탑재차량도 존재한다.
육군은 K511, K711처럼 다양한 파생차량을 단기간 내 만들 수 있도록 177억원을 들여 표준플랫폼을 개발, 차후 용도에 따라 개조한다는 방침이다. 엔진과 변속기, 캐빈, 프레임, 차체로 구성된 표준플랫폼은 상용기술을 70% 이상 적용해 비용절감과 정비효율성을 도모한다. 기존의 보닛 방식 대신 엔진이 운전석 아래에 있는 캡 오버 방식을 채택, 운전 편의성과 장병 안전을 확보하게 된다.
중형전술차량으로 분류된 5t 방탄차량은 5t 트럭에 방탄장비를 장착한 것이다. 트럭을 이용해 물자를 수송할 군수지원부대를 경호하는 병력을 수송하거나 시가지에서의 비정규전 등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전쟁과 이라크전쟁 당시 무장세력의 공격에 시달린 미군 호송부대가 군용트럭에 장갑판과 지붕을 붙이고 기관총을 장착한 건 트럭(Gun Truck)을 사용한 전례가 있다.
육군은 표준플랫폼을 이용한 차량탑재 무기체계도 구상하고 있다. 현재 비궁 유도로켓과 105㎜ 곡사포, 130㎜ 다련장로켓 등이 트럭에 탑재된 상태다. 2020년대 중형표준차량 도입이 본격화하면 미래 무기체계인 레이저는 물론 105/155㎜ 곡사포도 새로 개발될 경우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늦은 만큼 우수한 성능 확보 필수
육군이 중형표준차량 개발을 적극 추진하면서 국내외 자동차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1만대 이상의 군용트럭이 필요한 국가가 많지 않은데다 ‘한국군이 사용한 장비’라는 프리미엄이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해외 업계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군용차량 개발 경험이 풍부한 유럽 소재 글로벌 자동차회사에서 최근 한국 군용차량 시장 진출을 타진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한국 육군이 외국 회사에 군용트럭 개발과 생산을 맡길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육군의 개발 사업이 너무 늦었다는데 있다. 미 육군은 1990년대부터 FMTV(Family of Medium Tactical Vehicles)를 도입, 운용중이다. 2.5t과 5t, 9t으로 구분되는 FMTV는 최대 시속 100㎞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사용 목적에 따라 20여 종류의 파생차량이 있다. 초기에는 BAE 시스템스가 생산했으나 지금은 오시코시가 FMTV를 납품하고 있다. BAE 시스템스가 생산한 물량만 5만여대가 넘으며, 오시코시도 3만6000대를 만들었다. 미 육군은 올해 초 기존 FMTV보다 적재량, 승차감, 기동성을 높이고 전자제어주행안전장치 등이 추가된 FMTV A2를 주문, 2020년 이후부터 인도받을 예정이다. FMTV와 유사한 컨셉의 군용차량을 이제야 개발하는 우리나라보다 20여년 앞서 있는 셈이다.
우선 다양한 기후조건에서도 원활하게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의 기동력과 고출력 엔진, 동력전달체계 등이 요구된다. 도로와 교량이 잘 갖춰진 남한과 달리 북한은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포장도로다. 경사와 굴곡이 심하고 교차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폭이 좁다. 기상변화가 심해 도로가 결빙되거나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6.25 전쟁 당시 벌어진 장진호 전투에서 미 해병대는 급경사, 급커브에 폭도 좁은 도로에서 차량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혹한으로 2시간마다 15분씩 시동을 걸어야 했고, 이는 유류 소모와 차량 고장으로 이어졌다.
현재 북한의 도로 사정도 6.25 당시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형표준차량도 한반도 유사시 북한 지역에서 운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어떤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높은 수준의 기계적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
탑승 인원과 화물의 안전을 위한 방호능력 확보도 중요하다. 필리핀에서는 트럭에 탑승한 정부군이 정글에서 반군의 매복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반도에서도 개인화기는 물론 지뢰나 급조폭발물(IED)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천t의 화학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화생방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방호장비를 갖추지 못한다면 군수지원부대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 접근할 수 없다. 전투부대의 지원에 제한이 생길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2.5t과 5t 트럭은 최소한의 방어장비를 갖추고, 5t 방탄차량은 사수가 차량 밖으로 몸을 내밀지 않아도 실내에서 사격이 가능한 원격조종기관총과 화생방 방호장비, 적 경보병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능동형 방호체계 등과 함께 작전 진행 상황을 실시간 점검할 수 있는 C4I 단말기 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육군과 많은 장비를 함께 쓰고 있는 해병대가 상륙함에 차량을 탑재, 상륙작전에 지장이 없도록 개발단계서부터 상륙함 규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해병대는 미 육군과 별도로 군용트럭을 사용하지만, 우리 해병대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개발단계서부터 해병대의 입장을 반영해야 개발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군용트럭을 확보하기 위한 육군의 노력이 어떤 형태로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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