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은 1961년부터 조종사 고등훈련과정을 위해 노스롭(Northrop, 現 노스롭-그루먼) 사의 T-38A 탤런(Talon)을 도입했으나, 운용 기간이 반세기가 넘어가기 시작함에 따라 기체 노후화가 진행되었다. T-38은 한때 썬더버드(Thunderbirds) 공중 곡예팀까지 운용했을 정도로 우수한 기체지만, 한차례의 대규모 업그레이드와 기골 보강에도 불구하고 기체 노후화가 심각해진데다 5세대 전투기들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T-38의 성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문제가 되었다. T-38은 5세대 전투기 조종사 양성에 필요한 18개의 임무 훈련 중 12개밖에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T-38의 교체가 시급해지자 미 공군 교육훈련사령부(AETC)는 2003년부터 해당 기체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차기 기종의 요구도를 수립하기 시작했으며, 2020년까지 차기 훈련기를 도입하는 T-X 사업(혹은 고등 조종사 훈련 사업, APT)을 완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 공군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T-38의 큰 추락사고가 잦아지자 차기 훈련기의 도입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당장 2008년에만 두 대의 T-38이 추락해 네 명의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2009년에도 한차례 추락했을 뿐 아니라 최근인 2017년과 2018년에도 세 건의 추락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2010년대에 발생한 사고에서는 조종사들이 모두 안전하게 사출하여 사망자가 없었지만, 사고의 비율과 운용기간을 고려한다면 고등훈련기로서 T-38의 수명은 사실상 다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미 공군은 2008년 부로 인도 완료 시점을 2017년으로 앞당겼다.
하지만 이 시기에 발생한 유례없는 사건이 T-X 사업에 영향을 끼쳤다. 2007년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건의 여파가 커지기 시작하다가 2008년에는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 사태로 확산되며 미국 경제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이는 미연방정부의 재정까지 영향을 끼친 것이다. 결국 미연방정부는 누적되는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시퀘스터(sequestration)를 통해 예산 삭감에 들어갔다. 이때 미 정부는 건국 이래 절대 건드려서는 안되는 성역(聖域)이었던 국방예산과 군 복지예산까지 삭감했는데, 당시 위기의 규모가 1930년대 세계 경제대공황보다 거대한 규모였으므로 이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미 정부의 주요 획득 사업이 대부분 다 지연되거나 취소되어 버렸으며, 미 공군과 해군은 연방정부에 대한 항의 조치로 국내외 에어쇼를 모두 취소하면서 항의 의사를 밝혔다.
이 상황에서 불똥이 튄 것은 T-X 사업이었다. 특히 시퀘스터가 본격적으로 발동하게 된 2013년 예산안에서는 차기 훈련기의 초도운용능력(IOC)을 회계연도 2020년으로 미루며, 2016년 이전에는 절대 T-X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미 공군은 시퀘스터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우선순위 획득 사업에 예산을 몰아버렸고, 그 결과 T-X 사업의 IOC는 2023~2024년으로 다시 한번 밀리게 됐다. 더욱이 2014년 예산안에서는 아예 T-X 사업 예산을 한 푼도 할당하지 않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미 공군은 예산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T-X 사업을 무제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최소한 2014년까지는 해당 사업의 진행을 고려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못 박았다.
그러던 중 2015년 3월 20일, 미국의 경제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하자 미 공군은 T-X 사업을 위한 요구도와 함께 정보요청서(RFI)를 발행했다. T-X 사업은 최초부터 350대가 넘는 항공기의 도입을 통해 약 $160억 달러가 걸려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므로 이미 여러 회사들이 오래전부터 눈독 들이고 있었으며, 공군 측이 다시 사업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자 모두 발빠르게 움직였다. 우선적으로 RFI에 회신한 주요 컨소시엄은 최초 항공기 개발 단계부터 T-X 사업을 염두에 두며 T-50A를 내세운 록히드-마틴(Lockheed-Martin)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러시아와 이탈리아의 항공기술이 함께 녹아든 T-100(M-346의 미국 모델명)을 앞세운 이탈리아 알레니아 아에르마끼(Alenia Aermacchi/現 레오나르도)와 제네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호크(Hawk) T2/128로 도전장을 내민 노스롭-그루먼(Northrop-Grumman)과 BAE 시스템즈, 자체 개발 항공기인 ‘프리덤(Freedom)’ 설계를 앞세운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와 터키 항공우주산업(TAI), 가격 대비 효율성을 강조하며 개발한 ‘스콜피온(Scorpion)’의 첫 판매를 노리는 텍스트론-에어랜드(Textron-Airland), 그리고 재블린(Javelin) Mk.30을 내세운 스타바티(Stavatti) 항공 등이었다.
하지만 사업이 궤도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각 컨소시엄의 움직임도 크게 달라졌다. 2013년까지만 해도 노스롭-그루먼과 BAE 사의 호크 T2 훈련기가 우세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미 공군의 요구도가 바뀌면서 조건이 불리해지자 노스롭-BAE 컨소시엄은 호크 T2를 철회하고 자체 제작 항공기를 제안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2016년 T-38C 설계에 기반한 복좌식 훈련기인 N400NT를 공개했다. 하지만 2017년 1월, 노스롭-그루먼, BAE 시스템즈, L-3 커뮤니케이션은 제안서 제출 직전에 “T-X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회사와 주주의 최대 이익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발표한 후 T-X 사업 참여 의사를 철회했다.
T-X 사업 중반에 레오나르도(Leonardo)로 사명을 변경한 알레니아 아에르마끼는 최초 러시아와 공동 개발로 출발했다가 갈라서면서 완성한 M-346 마스터(Master)의 T-X 사업 형상인 T-100을 입찰하면서 제네럴 다이내믹스 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는 T-X 사업 자체가 미국 업체의 주도로 진행되어야 하는 점 때문에 구성한 파트너십이었으나, 돌연 2016년경 제네럴 다이내믹스가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대신하여 새로 찾아낸 파트너인 레이시온(Raytheon) 역시 불과 한 해 뒤인 2017년 초에 파트너십을 철회했다. 결국 레오나르도는 미국 내의 자회사인 DRS 사와 파트너십을 구성해 사업에 도전하게 되었다.
한편, 항공업계의 최대 공룡인 보잉(Boeing) 역시 오래전부터 T-X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2013년 12월부로 스웨덴의 항공기 명가인 사브(Saab)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이 사업을 위해 별도로 개발한 ‘T-X 훈련기(일명 BTX)’를 제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잉-사브 팀은 2016년 8월 22일 자로 BTX의 개념도를 발표했으며, 9월 13일에는 단발 엔진에 트윈 테일(twin tail, 쌍 미익)을 채택한 신형 기체인 보잉 T-X 훈련기(이하 BTX)를 공개했다. 양사는 BTX 훈련기의 설계가 “완전히 새로운” 설계이며, 지금까지 현존해오지 않은 기술이 적용됐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T-X 사업을 위해 처음부터 새 기체를 설계해 들어가겠다는 보잉의 시도는 일정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보잉은 공개된 두 대의 기체들이 시제기가 아니라 개발이 완료된 양산기임을 강조했으며, 실제로 현재까지 T-X 사업이 단계별로 요구하는 자료나 일정을 단 한 번도 지연 없이 맞춰왔다. BTX 훈련기 1번기는 2016년 12월 20일 자로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2번기는 2017년 4월 25일 자로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이들 외에도 텍스트론-에어랜드 사나 스타바티 항공 등도 초창기에는 T-X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2017년을 전후해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한 뒤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일부 업체는 대신 미 공군 경공격기 도입사업(O-X) 참여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2016년 7월부로 발행된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에 응신하여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는 록히드-마틴/한국항공우주산업, 보잉/사브, 레오나르도/DRS의 3개 컨소시엄뿐이다.
2016년에 발행된 T-X 사업의 제안요청서(RFP)는 차기 훈련기가 2026년부터 2045년까지 운용될 것이며, 연간 총 360시간을 비행해야 하고, 임무 준비율은 80%를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최저 유지 중력(sustained G)은 6.5G~7.5G이고, 지상기반 훈련장비와 연동이 돼야 하며, 추가 장비를 이용하거나 내장 장비를 이용하여 공중 급유가 가능해야 하고, T-38과 비교해 연료 소모율이 10% 이상 낮고, 최저 8,000피트 (2.438km)에서 이륙이 가능하며, 25킬로노트의 측풍이 불거나 젖은 활주로 상에서 20킬로 노트의 측풍이 불어도 이륙할 수 있어야 한다. 훈련기는 앞, 뒤 조종석의 계기와 디스플레이가 동일한 구조여야 하며, 지형 및 충돌 방지 장비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고, 공대공 및 공대지 무장 발사 시뮬레이션 훈련이 가능하며, 무장체계 지원용 포드와 여행용 포드도 설치가 가능해야 한다. 조종석은 F-35처럼 광역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야 하고, 야간투시경(NVG)도 호환되야 한다. 계약이 체결될 경우 총 350대는 최초 저율 초도 생산 단계(LRIP: Low-rate Initial Production)에서는 연간 11대, 이후 9회의 최대 생산 단계에서는 연간 37대의 항공기를 납품해야 하며, 높은 수준의 미국 국내 생산 비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 공군은 최근 T-X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2018년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에 발표하겠다고 선언했으므로, 늦어도 9월 말까지는 길고도 길었던 T-X 사업의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미 공군은 431대의 T-38 탤런을 대체하기 위해 총 350대, 최대 473대의 T-X 훈련기와 120대의 지상훈련장비(GBTS)를 도입할 예정이며, 훈련기의 초도 운용 능력은 2024년으로, 정상 운용능력(FOC: Full-Operational Capability)은 2034년 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의 승자는 미 공군을 통해 검증과 보장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사실상 F-35를 위시한 4~5세대 전투기를 도입할 국가들의 훈련기 시장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관계자들의 의견은 사실상 이 사업의 승자가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TX 훈련기와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의 T-50A으로 압축된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 중이다.
하지만 TX 사업의 판가름은 정치 및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에 쉽게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적인 역학관계 외에도 미국 국내 생산 비율이 높아야 하며, 미국 방위산업계의 역학관계도 영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 공군이 미래의 조종사 양성을 위해 어떤 점을 중시하고 있는지는 바로 이 T-X 사업의 결과로 알게 될 것이다.
보잉 T-X (BTX) 소개 영상 <출처: 보잉 유튜브 채널>
특징
보잉-사브 팀은 현재까지 BTX 훈련기에 대해 자세하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된 부분이 적다. 하지만 외양으로 알 수 있는 것은 BTX가 경쟁기종인 T-50A나 T-100보다 동체가 살짝 크다는 사실 뿐 아니라 고익(高翼)에 단발 엔진을 장착했으며, 쌍둥이 미익을 채택해 외양 상 특이한 점이 없는 전형적인 훈련기라는 점이다. 엔진으로는 제네럴 일렉트릭(GE) 사의 F-404 시리즈 엔진을 채택했으며, 조종석은 훈련기의 용도에 맞춰 교육생-교관이 앞뒤로 앉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쌍둥이 미익은 훈련기의 특성에 맞도록 비행 안정성을 높이고 우수한 비행 조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공중 급유 시스템도 탑재 시켜 비행 간 급유 훈련도 가능하게 제작했다.
T-X 훈련기는 가능한 한 많은 부분에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양산비용을 크게 절감시켰다고 알려져 있으며, 경쟁 기종 중 가장 최근에 개발된 항공기이니만큼 가장 최첨단 기술과 훈련 지원 시스템이 장착되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보잉 측은 TX 훈련기가 처음부터 훈련기 만을 목적으로 개발한 기체이기 때문에 기초 설계부터 지상기반 훈련 시스템이나 모의 시뮬레이션 시스템과의 연동을 염두에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파트너인 사브 사는 항전장비류와 레이더, 레이더 특성 관리, 훈련 및 시뮬레이션 장비, 고해상도 3D 매핑(mapping) 장비 등을 책임질 예정이다.
보잉 BTX 비행 간 조종석 360도 카메라 뷰 <출처: 보잉 유튜브 채널>
TX 훈련기는 현실적인 시뮬레이션 모드와 교관용 툴을 지원하여 다양한 성격의 훈련을 소화할 수 있으며, 최대한 일반적인 정비 방식으로 정비가 가능하도록 하여 정비 인원이 필요 위치에 접근하기 쉽도록 했고, 필요 부품의 교체 또한 최대한 간단하게 제작했다. 조종석의 사출좌석 같은 경우 한 시간이면 교체가 가능하고, 엔진 역시 4인의 정비사가 약 3~4시간 정도면 교환이 가능하다. 또한 정비용 컨트롤 패널(control panel)도 가급적 정비 대상 부위와 멀지 않게 배치하여 정비사의 불편함을 최대한 줄였다. BTX 훈련기는 현재 미 공군이 운용 중인 항공기 지상 지원 장비와 최대한 호환되도록 설계하여 추가 비용의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
BTX에는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 디지털 비행통제 시스템이 설치되어 고속 및 저속 비행 간의 안전성을 높였으며, 특히 높은 받음각(AOA)에서도 안정적인 핸들링이 가능하다. 조종석은 최대한 앞뒤 좌석 간의 높이차를 만들어 후방 교관석의 시야가 최대한 넓게 확보되도록 했다. BTX 조종석의 또 다른 장점은 최대한 공간 배치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어 몸집 및 키와 관계없이 모든 조종사를 태울 수 있다는 점이며, 미래를 위한 확장성을 고려하여 구성 부품의 교체나 추가가 용이하도록 최대한 유연한 개방형 구조(open architecture)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보잉 BTX 세인트루이스 비행 간 360도 카메라 뷰 <출처: 보잉 유튜브 채널>
운용 현황
현재 T-X 사업의 관건은 차기 훈련기의 성능, 도입에 따른 리스크(risk), 획득 및 유지관리 비용, 요구도를 상회하는 성능 부분,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남아있는 기체의 대부분이 미 공군의 요구도를 충족시킬 것이고, 모든 업체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임을 고려해본다면 의외로 요구도를 상회하는 부분에서 얼마나 더 추가 점수를 받느냐가 사업 승리의 결정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자면 본 사업이 요구하는 중력 한계는 최대 7.5G 수준이지만 입찰 기체가 9G까지 도달 가능하여 추가 점수를 얻는 식으로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T-X 사업에 참여한 보잉에게 가장 불리한 점은 ‘시간’이다. 주요 경쟁작인 T-50A나 T-100의 경우 이미 수년간 여러 국가가 운용하면서 검증된 반면, 보잉 TX는 사업 시작을 전후하여 개발된 데다 아직 채택한 국가나 군이 없어 성능이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T-50의 경우 2002년부터 운용 이력이 쌓여왔지만 BTX는 2016년부터 겨우 두 대가 비행 중이기 때문에 기체 신뢰성 면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잉 측은 이런 점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주변의 우려와 달리 BTX의 비행 데이터는 마감일자보다 이틀 빠른 2017년 6월 27일에 모두 제출을 완료했고, BTX 두 대도 초도 비행을 정상적으로 마쳤다. 보잉 측은 BTX의 일부 구성품은 스웨덴에서 생산할 예정에 있으나 기체 최종 조립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실시할 계획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T-X 사업으로 도입될 고등훈련기는 4~5세대 전투기 및 폭격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공군 교육훈련 파이프라인(pipeline)의 마지막 단계로, 미 공군은 향후 예산 절감을 위해 차기 훈련기를 통해 전투기와 폭격기 조종사 교육을 함께 소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미 공군은 2031년까지 60%의 보유 항공기를 5세대 전투기 이상으로 교체할 계획에 있으며, 이에 따라 훈련기도 5세대 적응을 도울 기본적인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용 T-38의 경우 고 중력(high-G) 훈련, 공대공 훈련 고급과정, 조종석 자원관리 교육 고급과정 등을 소화할 수가 없으며, 최신예 기체들이 지원하는 데이터 퓨전(data fusion) 교육도 불가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획득 비용도 중요한 부분인데, 앞서 레오나르도와 제네럴 다이내믹스 및 레이시온 간의 파트너십이 연달아 깨진 것도 기체 가격 조건 때문에 채산성이 맞지 않았던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BTX의 대당 가격이 얼마로 책정되느냐가 중요한 관건인데, 일각에서는 BTX 훈련기가 T-X 사업을 위해 제작한데다 매출이 발생한 적이 없으므로 개발비가 아직 판매 가격에 얹혀 있고, 판매 수량이 늘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방산물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판매 이력이 전혀 없어 가격을 낮추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보잉 측은 최대한 많은 부분에 3D 프린팅을 써 원가를 낮췄고, 혁신적인 기체 소재를 사용해 재료 원가를 낮췄을 뿐 아니라 이미 타 기종에서 사용 중인 기성 부품을 많이 이용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보잉-사브 팀은 완제품(Off-the-Shelf) 훈련기는 없지만 기존에 개발한 기체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도전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새로운 기체를 들고 나온 것은 가격 경쟁력 면에서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보잉은 BTX가 미 공군 요구도라는 ‘목적에 맞춰’ 효율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가격 조건 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BTX가 ‘매우 가격 경쟁력이 높게 나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 다른 중요 요소는 미국 내 방산업체에 대한 정치적인 고려 문제다. 록히드-마틴의 경우 3군 통합 전투기 도입 사업인 JSF를 수주하면서 사실상 ‘싹쓸이’를 했는데, 이때문에 방위산업계의 구도가 ‘승자가 모두 가져가는(winner takes all)’ 구조로 더욱 심화되었다. 그 상황에서 한때 보잉 사의 F-15와 F/A-18의 추가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자 두 기체의 생산라인이 끊길 가능성이 생기면서 보잉의 군수분야가 문을 닫을 판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문제는 보잉이 군수사업을 중단할 경우 미 공군과 해군 또한 F-15 및 F/A-18에 대한 후속군수지원(ILS)과 예비부품 확보가 어려워지거나 가격이 치솟을 공산이 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무엇인가 일감을 주려 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호전되면서 수 년 사이 두 기종 모두 추가 수주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아직도 미 국방부는 항공기 제작업체를 다양화하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사업을 분산해서 줄 것이라는 설, 혹은 전투기, 폭격기, 지원기, 무인기를 제각각 다른 업체에게 주어 기업별로 산업분야를 특화 시키려고 한다는 설 등이 있으나 정확하게 확인된 사실은 없다. 분명한 사실은 미 공군의 획득 체계상 공정한 검증과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기체의 성능과 가격 대비 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뿐이다.
앞서 말했듯 T-X 사업은 2018년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에 우선 협상자를 발표한다고 미 공군 측에서 발표했지만, 추정에는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미 공군 협회 연례 회의 때 발표하거나 혹은 9월 24일 주에 발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입찰 기종 모두가 만만치 않게 성능 면에서 뛰어난 기체들인 만큼 어느 팀이 승리를 거머쥐게 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사업의 승리는 미 공군이 앞서 언급한 평가 요소에서 어떤 것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갈릴 공산이 크다.
보잉 TX 이륙 영상 <출처: 보잉 유튜브 채널>
파생형
보잉 T-X 훈련기: 2016년 9월 13일 자로 일반에 공개됐으며, 현재까지 두 대의 양산기인 BTX-1과 BTX-2가 완성되어 있다. BTX-1은 2016년 12월 20일, BTX-2는 2017년 4월 25일 자로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 From: Web, 출처/Daum Cafe: 한국 네티즌본부.kr 재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