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당시 태평양 전선에 있는 주요 거점에 대해 수많은 상륙작전을 실시한 미 해군과 해병대는 작전에 성공하기 위해 많은 희생을 동반해야만 했다. 태평양 전선에서 과달카날, 뉴기니, 괌, 사이판, 오키나와, 이오지마(硫黃島)에서 치열한 전투를 경험한 미 해군과 해병대는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상륙작전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상륙작전을 할 때 공격하는 측은 적군의 반격을 충분히 예상하고 감행한다. 그러나 태평양 전선의 경우 적군의 화력보다 더 어려운 조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태평양에 산재한 많은 섬들은 수심이 얕고 넓은 백사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냥 보기에는 아름다운 섬으로 보이지만 상륙작전을 펼치는 해병대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작전이 시작되고 상륙정이 접안하면 넓은 백사장을 통과하는 동안 적군의 집중사격에 쉽게 노출된다. 그리고 전차와 야포와 같은 중장비를 직접 내릴 수 있는 전차상륙함(LST, Landing Ship, Tank)은 수심이 얕아 직접 접안하기 힘든 경우도 많았다. 더구나 섬의 주변이 산호초가 둘러싸인 경우에는 작은 상륙정도 쉽게 기동하기 힘들었다. 적군도 산호초 위치와 예상 통로를 알고 있기에 상륙작전이 시작되면 산호초 사이로 돌격하는 상륙정에 대하여 화력을 집중하였다.
이러한 치열한 상륙작전을 경험한 미 해병대는 2차 대전이 끝나고 난 다음 미래의 상륙작전에 대하여 다각적으로 연구하였다. 그 결과 효과적인 방법으로 헬기(Helicopter)를 이용하는 방안이 떠올랐다. 해변에서 무리하게 상륙돌격을 하는 대신에 헬기를 사용한다면 피해를 줄이고 효과적으로 작전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2차 대전 당시 미 해군은 100여 척이 넘는 많은 항공모함을 보유하였지만 실제로 상륙작전에 직접 투입한 경우는 없으며, 작전을 지원하는 정도에 그쳤다. 당시 항공모함은 고정익 항공기만 탑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헬기는 2차 대전이 끝나가던 무렵에서야 실용화되기 시작하였다.
미 해병대는 1947년 12월에 실험적인 성격의 헬기 부대인 HMX-1 비행대대를 처음 편성하였다. 현재 이 부대는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를 운영하는 부대로 유명하다. 시코르스키(Sikorsky) HO3S-1 헬기를 배치한 HMX-1 비행대대는 1948년 5월에 패커드 2호 작전(Operation Packard II)이라는 이름으로 호위항공모함 팔라우함(CVE-122 Palau)에서 헬기를 동원하는 상륙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하였다. 그러나 훈련 결과 HO3S-1 헬기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많은 병력을 한꺼번에 수송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1950년 5월 8일에는 HTL-2 대형 헬기를 사용하는 상륙훈련을 실시하였다.
1951년 1월에 미 해병대는 시코르스키 HRS-1 헬기를 장비한 HMR-161 비행대대를 편성하여 호위항공모함 시칠리함(CVE-118 Sicily)에 실어 같은 해 8월부터 6·25전쟁에 투입하였다. HRS-1 헬기는 조종사 2명과 1개 분대의 병력이 탑승할 수 있는 제법 큰 기종으로 화물수송도 가능하였다. 6·25전쟁에 헬기를 투입하여 효과를 확인한 미 해병대는 헬기 비행부대를 확장하여 1958년 3월에 피벡스(PHIBEX) 1-58이라는 이름으로 2척의 항공모함을 동원하여 1개 해병연대를 헬기로 수송하는 대규모 상륙훈련을 실시하였다. 피벡스 1-58 상륙훈련으로 자신감을 얻은 미 해군은 1958년부터 1961년까지 3척의 에식스(Essex) 급 항공모함(CV-21 Boxer 복서, CV-37 Princeton 프린스턴, CV-45 Valley Forge 밸리 포지)을 헬기상륙함(LPH, Landing Platform, Helicopter)으로 개조하였다. 배수량 27,000톤에 달하는 정규 항공모함을 개조한 헬기상륙함은 1,300명의 병력이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항공모함을 임시로 개조한 헬기상륙함은 완전무장한 1개 해병연대가 탑승하기에는 거주공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본격적인 헬기상륙함으로 새로 개발된 군함이 바로 이오지마(Iwo Jima)급 헬기상륙함이다. 이오지마급 헬기상륙함은 1,700명의 완전무장한 해병연대와 30대의 헬기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다. 상륙작전을 위해 개발된 이오지마급 헬기상륙함은 에식스급 항공모함의 절반 규모이지만 함내 구조에 짜임새가 있어 더 많은 병력과 물자를 탑재할 수 있다. 이오지마급은 넓은 헬기 비행갑판을 가지고 있어 본래의 임무인 상륙작전 이외에도 기뢰제거, 재해구호 임무도 수행 가능하다.
모두 7척이 건조된 이오지마급은 1961년부터 1970년까지 차례로 취역하였다. 그러나 헬기상륙함은 헬기를 사용하는 상륙작전에 특화하였기 때문에 도크형 상륙함(LSD)과 달리 상륙정을 탑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차량과 중장비를 탑재하는데 제약이 있다. 이에 따라 이오지마급 헬기상륙함은 헬기상륙함(LPH)과 도크형 상륙함(LSD, LPD)을 하나로 합친 와스프(Wasp)급 강습상륙함(LHD)이 실전에 배치되면서 1993년부터 순차적으로 퇴역하였다.
특징
선체
길이 183.6미터, 폭 32.9미터 규모의 큰 비행갑판을 가진 이오지마급 헬기상륙함은 외형적으로는 항공모함과 거의 같다. 다만 헬기만 탑재하기 때문에 정규 항공모함과 같은 발함 장치(catapult), 구속 장치(arresting gear)는 없다. 함교 구조물이 비행갑판 우현에 위치하고 있는 점도 항공모함과 같다. 이오지마급은 화물을 효율적으로 적재한다는 목적에서 항공모함이 아닌 상륙수송함(LKA, Landing, Cargo, Amphibious)의 선체를 사용하고 있다. 최대 속도는 약 23노트(knot)이며, 미 해군 상륙함대의 순항속도인 20노트를 유지할 수 있다.
이오지마급은 동시에 7대의 CH-46 헬기가 비행갑판에서 이착을 할 수 있다. 해병대원을 수송할 때는 CH-46 헬기를 사용하지만, 중장비를 수송할 때는 동시에 4대의 CH-53 대형헬기를 사용한다. 비행갑판 아래의 격납고에는 CH-46 헬기 20대 또는 CH-53 헬기 11대를 격납할 수 있다. 비행갑판과 격납고의 연결은 선체 중간, 함교 구조물(island) 뒤쪽에 각각 설치된 엘리베이터(elevator)를 이용한다. 엘리베이터는 필요에 따라서 위쪽으로 접을 수 있다.
함내는 헬기 격납고와 별도로 해병대원의 거주구역, 차량 및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원래 헬기상륙함(LPH)은 순수하게 헬기만 사용하여 병력과 차량, 화물을 수송하도록 설계되어 도크형상륙함(LSD)과 같은 웰 데크(well deck)는 없다. 이에 따라 헬기가 비행하기 어려운 날씨에 작전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오지마급 최종 함인 인천(LPH-12 Inchon)함은 함미의 양현에 상륙정(LCVP)을 탑재하도록 개량되었다.
기관
기본적으로 상륙수송함(LKA) 선체를 사용한 관계로 주기관도 마리너(Mariner)형 화물선에서 사용하는 보일러와 증기터빈을 탑재하고 있다. 주기관은 2기의 보일러에서 생산하는 고압증기로 1기의 증기터빈(steam turbine)을 구동하는 1축 추진 방식이다. 최대 속도는 23노트이며 20노트로 순항할 때 10,000해리(nautical mile)를 항해할 수 있다.
무장
이오지마급은 대형 군함이지만 상륙함의 성격상 자체방어용 무장만 탑재한다. 기본 무장은 고전적인 대공 무장이라고 할 수 있는 Mk.33 50구경 3인치(76.2mm) 연장 함포를 탑재한다. 4문의 함포는 헬기 비행갑판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함교 구조물 앞쪽에 2문, 함미 양현에 각 1문씩 설치되어 있다.
이후 1970년대 초에 대공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2문의 3인치 함포를 철거하고 대신 Mk.25 시 스패로우(Sea Sparrow)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8연장 발사기를 설치하였다. 이후 대함미사일 위협이 증가하자 3인치 함포와 시 스패로우 발사기를 모두 철거하고 Mk.15 팰랭크스(Phalanx) 근접방어(CIWS) 기관포를 설치하는 개조를 실시하였다.
동급함 (이오지마급 7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퇴역
건조
비고
LPH-2
이오지마
(Iwo Jima)
1959.4.2
1960.9.17
1961.8.26
1993.7.14
퓨젯 사운드 해군조선소
(Puget Sound Naval Shipyard)
해체
LPH-3
오키나와
(Okinawa)
1960.4.1
1961.8.14
1962.4.14
1992.12.17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
(Philadelphia Naval Shipyard)
표적함 처분
LPH-7
과달카날
(Guadalcanal)
1961.9.1
1963.3.16
1963.7.20
1994.8.31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
(Philadelphia Naval Shipyard)
표적함 처분
LPH-9
괌
(Guam)
1962.11.15
1964.8.22
1965.1.16
1998.8.25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
(Philadelphia Naval Shipyard)
표적함 처분
LPH-10
트리폴리
(Tripoli)
1964.6.15
1965.7.31
1966.8.6
1995.9.15
인걸스 조선소
(Ingalls Shipbuilding)
해체
LPH-11
뉴 올리언즈
(New Orleans)
1966.5.1
1968.2.3
1968.11.16
1997.10.31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
(Philadelphia Naval Shipyard)
표적함 처분
LPH-12
인천
(Inchon)
1968.4.8
1969.5.24
1970.6.20
2002.6.20
인걸스 조선소
(Ingalls Shipbuilding)
표적함 처분
운용 현황
미 해군 역사상 헬기상륙함(LPH)으로 처음 건조된 유일한 군함인 이오지마급은 도크형 상륙함(LSD)과 함께 상륙함대를 구성한다는 개념으로 개발되었다. 즉 상륙작전을 전개할 때 해병대원은 헬기로 수송하고, 중장비와 보급물자는 상륙정으로 수송한다는 개념에 충실하게 개발된 상륙함이다. 이후 작전개념이 발전하여 중장비를 포함하여 완전무장한 1개 해병대대를 1척의 상륙함으로 한 번에 수송한다는 강습상륙함(LHA, LHD)이 등장하면서 헬기에 특화된 헬기상륙함은 역할이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와스프급 강습상륙함(LHD)이 순차적으로 취역하면서 이오지마급 헬기상륙함은 차례로 퇴역하였다.
넓은 비행갑판을 가진 이오지마급 헬기상륙함은 항공모함에 준하는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 해군은 1970년대 초반에 소형 항공모함이라고 할 수 있는 제해함(Sea Control Ship) 개념을 구상하였다. 이러한 개념을 평가하고자 1974년에 미 해군은 이오지마급 헬기상륙함의 4번 함인 괌(LPH-9 Guam)함에 AV-8A 해리어(Harrier) 전투기, SH-3 시 킹(Sea King) 대잠헬기를 탑재하여 대서양에서 제해임무 평가를 실시하였다.
1961년부터 1970년까지 7척이 취역한 이오지마급은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순차적으로 퇴역하였다. 다만 8대의 MH-53 소해헬기를 탑재하는 기뢰전 모함(MCS-12)으로 개조된 인천함은 2002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하였다.
한편 이오지마급 헬기상륙함의 선도함인 이오지마(LPH-2 Iwo Jima)함은 1970년 4월에 사고가 발생한 아폴로 13호 우주선을 회수하는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