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이 끝나고 창설된 서독 해군은 창설 직후부터 냉전 시기의 소련과 바르샤바 조약군의 위협에 대항하는 NATO군의 일부로 편성되었다. 독일 북부의 발트 해역을 주요 작전구역으로 삼고 있는 서독 해군은 대양해군을 보유한 영국이나 프랑스 해군과 전력측면에서 많은 차이점이 있다. 항모기동함대와 전략원잠을 보유한 영국, 프랑스 해군은 기동함대에 편성할 구축함, 호위함이 많이 필요하다. 반면에 항공모함이나 전략원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서독 해군은 잠수정이나 어뢰정, 초계함과 같은 중소형 전투함으로 소련 해군에 맞서 방어 작전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사정으로 구축함과 같은 대형 전투함에 대한 투자에도 인색하였고 수량도 얼마 되지 않았다.
1980년대 서독 해군은 101형 함부르크(Hamburg)급 구축함 4척, 103형 뤼트옌스(Lütjens)급 미사일 구축함 3척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구축함은 서독에서 건조한 전투함이 아니라 미 해군에서 양도한 노후 전투함으로 교체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1980년대 당시에 유럽 해군의 호위함은 1950~60년대에 개발된 무기체계를 탑재한 노후 전투함이 많았고 소련 해군의 대함미사일 공격에 취약하였다. 특히 1967년 10월 21일에 이스라엘 해군의 에일라트(Eliat) 구축함이 SS-N-2 스틱스(Styx) 대함 미사일에 격침되는 사건이 일어나자 NATO 해군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였다. 더구나 1975년에 소련 해군이 실시한 오케안(Okean) 75 해상기동훈련에서 다수의 대함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하여 기동함대의 방어망을 돌파하는 작전을 공개하면서 NATO 해군을 압박하였다. 이에 항모기동함대를 보유한 미국 해군은 기존의 아날로그(analogue) 방식의 함대공 미사일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 결과 등장한 방어체계가 바로 이지스(Aegis) 무기체계이다. 그러나 초창기 이지스 무기체계는 중량이 너무 무거워서 순양함 정도의 대형 전투함에만 탑재가 가능하였다.
미 해군과 달리 유럽 해군은 수송선단을 호위하거나 작전해역을 방어할 수 있는 호위함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러한 작전 개념은 작전해역이 복잡한 유럽 해군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대서양과 같은 넓은 해역에서 작전하는 미 해군과 구별된다. 기존에 대잠작전을 중시하였던 유럽 해군의 호위함은 대함 미사일의 출현에 따라 대공 전투가 가능한 다목적 호위함으로 발전이 필요하였다.
1980년대 NATO 8개국 해군은 노후한 호위함을 교체하기 위한 국제공동 개발을 시작하였다. 사실 NATO 해군은 1960년대부터 공동으로 호위함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였지만 큰 결실은 없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서독, 캐나다, 네덜란드, 스페인 해군은 1981년부터 예비 타당성조사를 시작하였다. 8개국 해군은 NFR-90(NATO Frigate Replacement for 1990s)라는 명칭으로 대잠, 대공, 대수상 전투가 가능한 차세대 다목적 호위함을 검토하였다. 계획대로라면 개발을 마치고 1994년에 선도함이 취역한 다음 모두 52척이 건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참가한 각국 해군의 의견이 서로 맞지 않았고, 특히 전투함의 핵심인 무기체계의 합의에 실패하면서 계획이 중단되었다.
서독 해군은 NFR-90 계획이 지연되면서 노후한 함부르크급 구축함의 교체가 시급하였다. 이에 따라 1987년에 NFR-90 계획과 별도로 4척의 123형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급 호위함의 건조를 시작하였다. 이후 NFR-90 계획이 중단되면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탈퇴하였다. 한편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 3개국은 1994년 1월에 TFC(Trilateral Frigate Cooperation)이라는 명칭으로 별도의 공동개발 계획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비용문제로 인하여 스페인이 탈퇴하였고 미 해군의 이지스 체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독일과 네덜란드는 차세대 호위함 개발을 끝까지 계속하였다. 사실 NFR-90 공동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은 선체와 기관의 공용화 문제였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TFC 계획을 시작하면서 선체와 기관의 공용화를 포기하고 NAAWS(NATO Anti-Air Warfare System) 방공전투체계의 탑재에 중점을 두었다. 네덜란드 탈레스(Thales)에서 개발한 APAR(Active Phased Array Radar)를 탑재한 124형 호위함은 복수 목표물 추적이 가능하지만 탐지거리가 비교적 짧아서 “미니 이지스 전투함”이라고 불린다.
특징
선체
124형 작센급 호위함은 이전에 취역한 123형 브란덴부르크급 호위함을 기본으로 방공전투에 필요한 APAR 레이더를 탑재하여 개량한 전투함이다. 따라서 선체도 독일에서 개발한 MEKO 호위함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V자형 연돌과 모듈(module) 방식을 이어받았다. 선체는 레이더 탐지를 줄이기 위한 스텔스(stealth) 개념이 적용되었고 특히 APAR 다기능 레이더를 포함한 메인마스트(main mast)의 설계에도 반영되었다. 메인마스트를 포함한 상부 구조물은 대부분 경합금이 아닌 고장력 강판으로 건조되었다. 피격에 대비하여 선체의 내부는 7개의 방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123형 호위함에 적용된 핀 스태빌라이저(fin stabilizer)는 방향타에 기능을 통합하면서 폐지되었다.
한편 124형 호위함은 장래의 기술발전에 대비하여 270톤까지 추가 장비를 탑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함대 사령부를 수용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선내에는 4개의 식당, 도서관, 체육관, 병실이 완비되어 있다.
기관
디젤 엔진(Diesel engine)의 강국인 독일답게 124형 호위함은 가스터빈(gas turbine)과 디젤 엔진을 함께 구동하는 CODAG(COmbined Diesel And Gas turbine)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독일 해군은 미국제 LM2500 가스터빈을 122형 호위함과 123형 호위함에 적용하면서 디젤 엔진과 교대로 가동하는 CODOG(COmbined Diesel Or Gas turbine) 방식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124형 호위함은 연료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가스터빈의 수량을 2기에서 1기로 줄였다. 그리고 고속 항해할 때 부족한 출력은 디젤 엔진으로 보충하는 CODAG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124형 호위함의 기관출력은 최대 51,600 마력으로 123형 호위함과 비슷한 수준이다. 124형 호위함은 123형 호위함보다 배수량이 증가되었지만 선체가 연장되어 고속항해가 가능하다. 주기관과 별도로 전력 공급을 위해 4대의 1,000kW 디젤 엔진 발전기가 2개의 기관실에 분리 설치되어 있다.
전투체계
124형 호위함의 가장 큰 특징은 NFR-90 계획의 핵심인 NAAWS 대공 전투체계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NAAWS는 목표물의 탐색, 추적 및 사격통제를 자동으로 할 수 있으며, 가장 중심이 되는 탐색 레이더가 바로 네덜란드 탈레스에서 개발한 APAR이다.
124형 호위함은 각각 3,424개의 송수신기를 평면에 배치한 능동식 위상 배열 레이더(Active Phased Array Radar)를 메인마스트의 4면에 배치하여 360도 전방향 탐지한다. APAR는 대공, 대수상 목표물을 150km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고 동시에 대공 목표물 200개, 수상 목표물 150개를 추적할 수 있다. APAR는 목표물의 탐색, 추적과 함께 함대공 미사일의 유도까지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각 APAR는 8발의 함대공 미사일을 유도할 수 있으며 모두 32발까지 통제 가능하다. 미 해군의 이지스 체계보다 성능이 제한되어 스페인 해군은 TFC 계획에서 탈퇴하여 이지스 전투체계를 도입하여 F-100 이지스 호위함을 건조하였다.
탐지거리가 제한되는 APAR를 보완하기 위해 124형 호위함은 SMART-L 장거리 대공탐색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소나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DSQS-24B 소나(sonar)를 함수 돔(dome)에 탑재하고 있다. 당초 견인식 소나의 탑재가 검토되었으나 비용 문제로 취소되었다.
미사일
124형 호위함은 주임무인 대공 전투를 위한 함대공 미사일을 탑재한다는 점에서 123형 호위함과 구별된다. 함대공 미사일은 함교 구조물 앞쪽에 32셀(cell)을 가진 Mk.41 Mod.10 수직발사기(VLS)에 격납한다. 함대공 미사일은 함대방공용 SM-2 블록 IIIA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 ESSM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등 2가지 기종을 탑재한다. 수직발사기의 1개 셀에는 SM-2 1발 또는 ESSM 4발을 탑재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SM-2 24발, ESSM 32발을 탑재한다.
그리고 근접 방어용으로 RIM-116 RAM 발사기 2기를 함교 구조물 앞뒤에 탑재한다. 함대함 미사일은 NATO 해군의 표준 무장인 하푼(Harpoon) 블록 1D 함대함 미사일을 4연장에 탑재한다.
어뢰
적 잠수함을 공격할 때 Mk.32 Mod.7 3연장 경어뢰 발사관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공동으로 개발한 MU90 경어뢰를 발사한다. 또한 탑재하는 대잠헬기에서도 경어뢰를 발사할 수 있다.
함포
124형 호위함은 선체의 규모와 비교할 때 비교적 약한 1문의 62구경 3인치(76.2mm) 단장 함포를 탑재하고 있다. 이 함포는 슈퍼 래피드(super rapid) 함포로 불리는 자동 함포로 급탄, 장전, 발사, 탄피 배출이 모두 자동으로 작동된다. 함포의 사격통제는 APAR, MSP-500 전자광학장비를 사용한다. 한편 접근하는 괴선박에 대응하도록 2문의 MLG-27 27mm 단장 기관포를 별도로 탑재한다.
대잠헬기
124형 호위함의 함미에는 대잠헬기용 비행갑판이 설치되어 있다. 기종은 2대의 링크스(Lynx) Mk.88A 또는 NH-90 NFH(NATO Frigate Helicopter) 대잠헬기를 탑재한다. 원래 NH-90 NFH 대잠헬기는 NFR-90 차세대 호위함에 탑재하도록 개발된 대잠헬기다.
동급함 (독일 해군 214형 3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F219
작센
(Sachsen)
1999.2.1
1999.12.1
2004.11.4
B+V 조선소
현역
F220
함부르크
(Hamburg)
2000.9.1
2002.8.16
2004.12.13
HDW 조선소
현역
F221
헤센
(Hessen)
2002.9.14
2003.6.27
2005.12.15
Thyssen 조선소
현역
운용현황
독일 B+V(Blohm+Voss) 조선소와 네덜란드 다멘 쉘데(Damen Schelde) 조선소는 각각 124형 작센(Sachsen)급 3척, 데 제벤 프로빈셴(De Zeven Provincien)급 4척을 완성하였다. 1996년에 건조 계약이 체결된 124형 호위함은 1999년부터 건조가 시작되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3척이 취역하였으며 4번함은 건조가 취소되었다. 3척의 124형 호위함은 독일 해군의 제2호위전대에 배치되어 있다.
한편 네덜란드 해군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데 제벤 프로빈셴(De Zeven Provincien)급 4척을 도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