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이 좌절된 러시아의 최신 장갑차
BTR-90 병력수송장갑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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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주코프(Georgy Zhukov)는 제2차 대전 당시에 실질적으로 소련군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종전 후 정치적 알력으로 잠시 좌천을 겪기도 했지만 1955년 국방장관에 임명된 후 핵무기의 등장과 이로 인한 군사 전략의 변화에 발맞춰 소련군의 재편에 착수했다. 특히 전공 분야라 할 수 있는 육군을 대대적으로 개혁했는데, 요지는 핵전쟁 상황에서 부대의 생존력을 염두에 둔 슬림화와 기동화였다.
소련군은 군단급 제대를 해체하고 야전군을 5~6개 사단으로 축소 편제한 대신 일부 특수 목적 부대를 제외한 모든 사단을 기계화, 차량화해서 작전 투사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냉전 시기의 소련군은 흔히 알보병이라고 부르는 고전적 의미의 보병 사단이 없었다. 물론 이런 개편이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전차는 제2차 대전을 겪으며 과하다고 할 정도로 많이 만들었기에 충분했지만 문제는 보병용 차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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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에 할힌골에서 소련군 최초로 집단화된 기갑부대로 일본군을 격파했을 만큼 주코프는 손꼽히는 기동전의 대가였다. 하지만 제2차 대전 내내 유기적인 작전을 펼쳐야 할 전차와 보병의 속도 차이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전차에 보병을 싣고 다니다가 교전 지역에서 하차시켜 함께 작전을 펼치는 이른바 탱크데산트(Tank Descant)같은 전술이 등장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바람직한 방법도 아니었다.
전쟁 전 T-26 경전차 차체를 이용해 영국의 유니버설캐리어(Universal Carrier)와 유사한 TR-1, TR-4, TR-26 같은 차량을 시험 삼아 개발했으나 성능이 미흡해 채택되지 못했다. 전쟁 중에는 미국이 공급한 M2, M3 같은 하프트랙(Half Track)을 일부 사용했고 종전 후에는 트럭 차체를 기반으로 개발된 BTR-40, BTR-152 등이 소련군에 공급되었지만 이 또한 부족한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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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새로운 전략에 걸 맞는 장갑차가 필요하게 되면서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해서 1960년대에 탄생해 이후 개량을 거듭하며 현재 러시아군의 주력으로도 계속 활약 중인 장갑차가 BTR 시리즈(BTR-60이후)와 BMP 시리즈다. BTR(Bronetransportyor)은 병력수송장갑차, BMP(Boyevaya Mashina Pekhoty)는 보병전투차의 약자이므로 명칭만으로 성능이 구분되지만 사실 BTR도 서방측 장갑차 입장에서 보면 보병전투차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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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의 차이가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 주행 방식인데, BTR은 차륜식이고 BMP는 궤도식이다. 통상적으로 궤도식이 지형의 제약을 덜 받아 효율적이라고 평가되지만 차륜식도 나름대로 장점이 많다. 군의 규모가 크고 작전 환경이 다양한 구 소련군이나 현재의 러시아군 같은 경우는 두 종류의 장갑차를 함께 운용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BTR-90은 전후 개편된 소련군의 사상과 실전 경험을 토대로 탄생한 러시아의 최신 병력수송장갑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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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의 실전을 통해 기존 BTR-60, 70, 80 장갑차들에서 화력, 방어력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에 1980년대 말 GAZ(Gorkovsky Avtomobilny Zavod, 고리키 자동차 공장)에서 BTR-90 개발에 나섰지만,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1994년 노후 장갑차의 교체 및 해외수출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가 재개되어 2000년대 초반 개발을 완료했으나, 정작 러시아군이 구매를 거부하며 2011년 양산이 종료되었다.
특징
BTR-90은 기본적으로 1950년대에 개발된 BTR-60의 개량형이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채택한 8×8 차체 구조 등이 BTR-70, 80을 거쳐 그대로 이어지지만 후방에 배치된 엔진으로 인해 보병의 승하차 속도가 느리고 파생 차량의 개발이 어려운 단점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다만 전작들이 소련뿐만 아니라 친소 국가들에 대량 공급되면서 경험한 많은 실전 결과가 피드백 되어 BTR-90 개발에 많이 참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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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R-90의 가장 큰 개선점은 방어력이 향상된 것이다. 차체와 포탑 전면의 장갑은 20~30mm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정도면 14.5mm 중기관총의 공격을 막을 수 있고 추가 장갑을 부착해 방어력을 늘릴 수 있다. 재질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작들이 대전차 로켓 등의 공격에 무기력했기에 방어력이 강화된 최신 복합재 소재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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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D나 지뢰 공격을 대비해 차체 하부를 V형으로 제작했다. 때문에 길이, 폭, 높이, 중량 모두가 확대되었으나 BTR-80보다 두 배나 강력한 510마력의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해 오히려 기동력이 향상되었다. 차체가 커진 만큼 안정성은 늘어났고 궤도차량처럼 좌우 바퀴를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켜 좁은 곳에서 급속 회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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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도 서방측 동급 장갑차와 비교하면 화력이 강한 편이지만, BTR-90은 개량한 BMP-2 포탑을 장착해서 보병전투차 수준으로 공격력이 향상되었다. 주무장인 30mm 2A42 기관포는 주야간 겸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BPKZ-42조준기와 연동된 사격통제장치에 의해 자동으로 작동된다. 그 외 옵션에 따라 BMP-3이 사용하는 100mm 2A70 저압포나 대전차전을 위한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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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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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R-90은 2008년에 러시아군 제식 장비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80~139대 정도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후 2011년 러시아군이 구매를 거부하며 양산이 중단되었다. 5,000대 이상 제작된 BTR-80을 개량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다는 의견, 예상보다 성능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의견 등이 있지만 정확한 이유가 밝혀진 것은 없다. GAZ측에서는 해외수출에 공을 들였지만 아직 계약이 성사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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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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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R-90 로스토크(Rostok) : 열화상카메라와 연동된 AGS-17 유탄발사기와 9M113 대전차미사일을 장착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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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R-90 베레조트(Berezhok) : 열화상카메라와 연동된 AGS-30 유탄발사기와 9M113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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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R-90M : 9M117M1 혹은 9K117 대전차 미사일의 발사도 가능한 100mm 2A70 저압포를 장착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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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187 : BTR-90 차체를 기반의 120mm 자주포. 검토 결과 차체의 안정성이 나빠 제안으로만 끝났다.
- 크림스크(Krymsk) : BTR-90을 바탕으로 2013년 제안된 무인 전투차량.
제원
- 생산업체: GAZ (Gorkovsky Avtomobilny Zavod)
- 도입연도: 2004년
- 중량: 20.9톤
- 전장: 7.64m
- 전폭: 3.20m
- 전고: 2.98m
- 장갑: 미상 (비밀로 분류)
- 무장:
└ 30mm 2A42 기관포 1문
└ 7.62mm RKT 기관총 1문
└ 9M113 대전차미사일
- 엔진: 터보 차지 디젤, 510마력(380 kW)
- 추력대비중량: 24마력/톤
- 서스펜션: 8×8
- 항속거리: 약 800km
- 최고속도: 100km/h, 9km/h(수상)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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