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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건재한 F-16의 라이벌/ MiG-29 전투기의 특징 및 운용 현황

바래미나 2018. 1. 13. 16:42

          

       

   

21세기에도 건재한 F-16의 라이벌
MiG-29 전투기의 특징 및 운용 현황

MiG-29SMT <출처: Russian Aircraft Corporation>

특징

MiG-29는 소련에서 만들었다면 대략 이런 모습일 거라는 기존의 상식을 파괴한, 한마디로 소련제답지 않은 전투기다. 마치 사전에 협의라도 한 것처럼 기체부터 미국의 제4세대 전투기들과 유사하다. 쌍발 수직미익은 소련의 MiG-25가 먼저 선보인 구조지만, 그 외 MiG-29의 날렵한 기체 형상은 개발 당시부터 미국의 F-14나 F-15를 참고한 것이라고 의심이 들게 만들 정도다.

미국의 B-29 폭격기를 복제한 소련의 Tu-4나 러시아의 Su-27 전투기를 그대로 베낀 중국의 J-11B처럼 그대로 복제한 사례도 있지만, 최신 전투기는 그때까지 확보된 기술과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므로 비슷한 모양으로 탄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개발 중에 상대방의 성과를 참고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베낀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단지 외형만 흉내 내어 좋은 성능을 발휘하기도 어렵고 또한 시기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개발을 완료하기도 불가능하다.

2003년 시범비행을 펼치는 미 공군 F-15C(위)와 독일 공군 MiG-29(아래). 외형이 상당히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출처: Public Domain>

MiG-29는 날개와 동체가 하나인 것처럼 매끄럽게 연결된 블렌디드 윙 바디(blended wing body) 구조여서 양항비[lift-to-drag ratio: 항공기의 날개가 어떤 받음각의 상태에서 발생하고 있는 양력(揚力)과 항력(抗力)의 비]가 높다. 덕분에 연료효율이 좋고 항속거리도 늘어나 연료탑재량을 줄이는 대신 기체의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외부연료탱크를 3개 부착할 수 있는 MiG-35에 와서 조금 늘어나기는 했지만 서방의 동급 전투기에 비해 항속거리와 작전반경은 여전히 작다.

마치 주익에 델타익(delta wing)을 포개놓은 듯한 날렵한 스트레이크(strake: 고속 제트기의 날개 뿌리에서 전방으로 길게 내어 붙인 앞전 연장부)와 동체 하부에 설치한 공기흡입구(air intake)로 인해 고받음각에서도 비행 안정성이 높다. 강력한 2기의 클리모프(Klimov) RD-33 터보팬 엔진과 탄소섬유의 일종인 허니컴(honeycomb)으로 제작된 수직미익처럼 신소재를 대폭 적용하여 추중비(thrust-to-weight ratio: 추력 대 중량의 비)가 좋다. 덕분에 뛰어난 기동력을 자랑하여 근접전에서만큼은 F-16보다 앞서고 공대공 전투에 특화된 F-15C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MiG-29의 심장인 RD-33 터보팬 엔진. 최신형은 가동 시간이 많이 늘어났지만 서방제 엔진에 비해서는 여전히 수명이 짧다. <출처: (cc) Bartek Kozłowiec at wikimedia.org>

MiG-29는 최대 마하 2.3의 고속으로 비행이 가능하다. 소련의 국토가 워낙 넓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전투기들은 공대공 전투보다 폭격기 요격에 특화되었다. 핵무기로 인해 지난 독소전쟁처럼 소련 본토 한가운데 전선을 형성한 채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사라졌으므로 국경 일대를 제외한다면 전투 기간에 교전을 벌일 일도 없다. 따라서 출격해서 목표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하므로 속도를 여전히 중요시했다.

소련의 거친 환경 때문에 이륙 시 이물질의 유입을 방지할 수 있도록 차단판으로 공기흡입구 전면을 막고 스트레이크 상부에 설치된 보조공기흡입구를 통해 공기를 엔진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활주로가 파괴된 거친 진흙밭에서도 이륙이 가능하다. 소련 특유의 모듈식 부품 교체 방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전에서의 정비가 상당히 편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렵한 스트레이크와 그 위에 설치된 보조공기흡입구(사진에서 빨간색 타원 표시 부분) <출처: Public Domain>

성능은 한마디로 이전 소련 전투기와 전혀 다르다고 할 만큼 향상되었다. 기존 전투기들은 지상 기지의 관제에 전적으로 의존해 요격이나 공격처럼 단일한 전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반면, MiG-29는 서방 전투기처럼 강력한 장비를 탑재하여 독자적으로도 다목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레이더와 항전장비의 성능이 향상된 덕분이다. 사실 MiG-29가 소련 최초의 제4세대 전투기로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레이더로 1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하여 상황에 맞게 공격할 수 있는 컴퓨터와 연동된 사통장치 덕분에 BVR(Beyond Visual Rang: 가시권 밖) 교전 능력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이전 소련제 전투기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서방 전투기보다 레이더의 탐지 및 추적 거리가 짧고 동시에 교전을 벌일 수 있는 능력도 부족했다. 이처럼 초기형은 기술적 격차가 컸지만, 최신형인 MiG-35에 장착된 레이더와 항전장비는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운용 현황

현재까지 MiG-29는 1,600대 이상이 생산되어 러시아를 비롯하여 옛 소련에 속했던 여러 나라들과 많은 친소, 친러 국가들을 포함한 약 30여 개국에서 주력기로 사용 중이거나 활약했다. 한때 초기에 생산된 3대를 제외하고 수요가 없어 도태될 위기에 처했던 MiG-35는 2015년 이집트의 구매 계약이 이루어지고 러시아 공군도 도입에 나서면서 2020년까지 일단 70여 대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MiG-29는 현대전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북한군의 전투기다. 북한은 1989년 소련에서 MiG-29 22대를 직수입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2, 3대를 조립 생산해 현재 약 40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기상으로 볼 때 A형으로 추정되는 초기 도입형은 그다지 위험한 존재는 아니다. 그 수량과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전시에 평양 일대를 벗어나 작전을 펼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군의 MiG-29는 유일하게 현대전을 펼칠 수 있는 전투기다. 북한군은 MiG-29를 약 40여 기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북한 선전 자료>

장기간 많이 생산되고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다 보니 실전 사례도 많다. 1987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가 도입한 MiG-29들이 최초로 실전에 투입되었으나 자세한 전과가 알려지지 않을 만큼 활약이 미미했다. 1991년에 발발한 걸프전이 사실상 MiG-29의 데뷔 무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다국적군이 제공권을 완벽하게 장악하여 이라크가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었고 그 와중에 총 5대가 격추되었다.

1998년 발발한 코소보 전쟁 당시 벌어진 여러 차례의 공중전에서 다국적군 소속의 F-15, F-16에게 총 6대의 유고슬라비아군 MiG-29가 격추당했다. 이처럼 일련의 실전에서 실망스런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소련(러시아)이 해외에 공급한 기종이 다운그레이드형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내수용과 수출용이 성능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지상에 추락해 격파된 이라크군 MiG-29 <출처: Public Domain>

이외에도 1998년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전쟁, 2008년 다르푸르 사태와 남오세티아 전쟁,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최근의 시리아 내전에서도 활약했다. 이 중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전쟁 당시의 공중전에서 에티오피아의 Su-27에게 에리트리아 MiG-29 몇 대가 격추당해 두 기종 간의 성능 격차가 간접적으로 입증되었다.


변형 및 파생형

● MiG-29(P9.12): 1983년부터 실전배치된 초기 양산형

초기 양산형. MiG-29A 혹은 펄크럼(Fulcrum)-A라고 불린다. <출처: Public Domain>

● MiG-29UB(P9.51): 레이더 등이 제거된 2인승 훈련기

MiG-29UB <출처: (cc) Coert van Breda at Dutch wikipedia.org>

● MiG-29S(P9.13): 연료탑재량을 늘린 개량형

● MiG-29SE: MiG-29S 수출형 모델

● MiG-29SM(P9.13M): SAR 모드를 추가한 레이더를 탑재하여 공대지 공격이 가능한 개량형

● MiG-29SM(SyAF): 시리아군 공급용 MiG-29SM 다운그레이드형

● MiG-29G / MiG-29GT: 구 동독군의 MiG-29/29UB를 나토(NATO) 사양에 맞게 개조한 모델

● MiG-29AS / MiG-29UBS: 슬로바키아군 MiG-29/29UB를 나토 사양에 맞게 개조한 모델

슬로바키아군 MiG-29AS <출처: (cc) KGyST at wikipedia.org>

● MiG-29SMT(P9.17): MiG-21S 개량형. 연료 추가 탑재가 가능하고 레이더, 조종석 등을 개량한 모델.

이륙 중인 러시아군 MiG-29SMT <출처: Russian Aircraft Corporation>

● MiG-29BM: 벨로루시군용 MiG-29SMT

● MiG-29UBT(P 9.51T): 알제리, 예멘군용 MiG-29SMT 2인승 훈련기

● MiG-29UPG: 인도군용 MiG-29SMT

인도 공군의 MIG-29UPG <출처: (cc) Aktug Ates at wikimedia.org>

● MiG-29SMP / MiG-29UBP: 페루군용 MiG-29SMT와 2인승 훈련기

● MiG-29MU1: 공중 목표물 탐색 거리를 향상한 우크라이나 개량형

● MiG-29M / MiG-33(P9.15): RD-33 ser.3M 엔진으로 환장하고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교체한 전면 개량형. MiG-33으로 불리나 소련 붕괴 직후 양산이 취소되었다.

1993년 파리 에어쇼에 등장한 MiG-29M. MiG-33으로도 불리나 양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출처: Public Domain>
● MiG-29UBM(P 9.61): MiG-29M 2인승 훈련기

● MiG-29M2 / MiG-29MRCA: 운항 거리가 약간 축소된 2인승 MiG-29M

● MiG-29OVT: 추력 편향 노즐을 장착한 개량형 MiG-29M. 6기가 시험 삼아 제작되어 러시아 공군 곡예비행팀이 사용 중이다.

MiG-29OVT의 추력 편향 노즐 <출처: (cc) Christian Kakerow at wikimedia.org>

● MiG-29K(P 9.31): 해군 항공모함 탑재형 MiG-29M

2007년 모스크바 에어쇼에서 착함용 어레스팅 후크(arresting hook)를 펴고 시범비행 중인 MiG-29K <출처: (cc) Rulexip at wikimedia.org>

● MiG-29KUB(P 9.47): 인도 해군 훈련용 2인승 MiG-29K

● MiG-35: MiG-29M2를 바탕으로 동체를 전면 재설계하여 항속거리와 무장탑재량을 늘리고 전자장비를 업그레이드한 최신 개량형

비행 중인 MiG-35 <출처: Russian Aircraft Corporation>

제원

- 기종: MiG-29S
- 형식: 쌍발 터보팬 다목적 전투기
- 전폭: 11.36m
- 전장: 17.32m
- 전고: 4.73m
- 주익면적: 38㎡
- 최대이륙중량: 18,000kg
- 엔진: RD-33 터보팬(18,342파운드) × 2
- 최고속도: 마하 2.25
- 실용상승한도: 59,100피트
- 전투행동반경: 700km
- 무장: 
  └ 30mm Gsh-301 기관포 1문
  └ R-27, R-60, R-73 공대공미사일
  └ S-5, S-8, S-24 로켓
  └ 하드포인트 7개소에 최대 4,000kg 탑재 가능
- 항전장비: Phazotron Rubin 레이더, IRST 등
- 승무원: 1명
- 초도비행: 
  └ 1977년 10월 6일(MiG-29 프로토타입)
  └ 2007년 (MiG-35) 
- 대당 가격: 미화 약 4,000만~6,500만 달러
- 양산 대수: 
  └ MiG-29 1,600대 이상
  └ MiG-35 3대 이상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