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위협하는 중국의 공중 ISR 전력
한 국가의 전략적 능력은 전략적 기동과 타격능력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에 앞서 먼저 보장되어야 할 것은 바로 전략적인 정보·감시·정찰(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 ISR)능력이다. 특히 미 해군에 비해 전력이 열세인 중국의 입장에선 더더욱 한정된 전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ISR 능력은 핵심이 된다.
• 중국의 ISR 능력
중국이 ISR 능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역시 1990년대 초였다.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미군의 오차없는 작전을 보고 중국군은 그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후 1995~1996년의 대만해협 위기나 1999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의 폭격사건 등을 겪으면서 이제 중국에게 ISR 능력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이때부터 중국은 ‘995 공정(工程)’이란 이름으로 극비사업을 시작하여, 자신의 열등한 기술로도 우월한 미군을 제압할 수 있는 ‘살수간(殺手鐧, 암살자의 무기라는 뜻)’ 즉 비대칭무기체계의 개발에 주력했다.
이러한 살수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군은 반드시 ISR 능력을 확보해야만 했다. 중국의 국방백서에 따르면 중국군은 2010년까지 정보화의 기반을 마련하며, 2020년까지는 주요한 발전을 이뤄내고, 2050년까지 정보화를 완성하겠다는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중국군은 이 시기부터 지휘 자동화체계를 구성하여 지휘통제와 정보·정찰, 조기경보·감시, 통신, 전자전대응 등 다양한 작전능력을 컴퓨터와 통합하는데 노력을 다했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는 성과를 거두었다. 일부 정보전문가들은 중국의 ISR 능력을 1990년대 초 서구의 ISR 능력 수준에는 미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소오차는 10m, 시간오차는 50나노초, 속도는 0.2m/sec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전투함선들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전술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고, 전투기도 신형에 한해서는 공중조기경보기를 통하여 정보공유가 가능하다.
[사진 1]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중국과 러시아의 JADIZ 침범
현재 중국은 근시간/실시간 C4ISR 능력을 쿠디안(區電) 군용 C4ISR 체계로 통합하고 있다. 위성통신과 광섬유 유선통신에 기반을 두는 전구내 통신시스템으로, 특히 위성통신은 ShenTong 전략제대용 통신위성과 FengHuo 전술제대용 통신위성을 중심으로 망이 구성된다. 이들 시스템은 미국의 JTIDSJoint Tactical Information Distribution System와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 중국의 공중ISR 자산들
항시적인 ISR 능력을 위해서는 역시 우주공간의 위성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그러나 위성은 가격도 비싸고 궤도를 수정하여 탐지하기도 버거워 유연성이 떨어진다. 반면에 항공기는 훨씬 더 저렴하며 원하는 장소에 언제든 손쉽게 파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신호정보와 통신정보에 집중적으로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전시에는 방공과 대잠전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다양한 항공기들을 ISR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양한 항공기들을 직접 생산하고 있으므로 꽤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편이다. 특히 회전익기보다는 고정익 쪽에서 다양한 ISR 항공기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산화 노력의 바탕에는 알려지지 않은 역사가 있다. 즉 공중조기경보기 획득사업이다.
중국은 1990년대에 ISR의 중요성을 인식함과 동시에 해외에서 조기경보기를 도입코자 했다. 이 때 중국의 목적과 예산에 맞는 기종을 제안한 것이 이스라엘과 러시아 합작으로 A-50I 팰콘Phalcon 조기경보기가 선정되어 납품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 미국의 압박으로 이스라엘제 레이더의 판매가 무산되자, 중국은 일단 러시아로부터 A-50 조기경보기 동체(일류신 Ⅱ-76 수송기를 조기경보기에 맞게 개조한 것)를 도입한 이후에, 자국산 장거리 감시용 레이더를 장착한 독자모델인 KJ-2000을 만들었다. 당시의 통합경험은 이후 다양한 신호정보 및 전자전 항공기들을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
[사진 2] A-50I도입이 좌절되자 중국은 KJ-2000을 자체 개발하여 ISR 항공기 제작능력을 길렀다.
한편 중국은 러시아 안토노프사의 An-12 수송기를 Y-8이라는 이름으로 면허생산하고 있었다. 이 Y-8 수송기가 바로 8가지의 가오싱Gaoxin 계열 ISR 항공기를 만드는 토대가 되었다. Y-8은 요컨대 중국의 C-130과 같은 기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계열 기체들은 Y-8CB(GX-1) 전자정보수집기, Y-8JB(GX-2) 신호정보수집기, Y-8G(GX-3) 신호정보 및 통신중계기, Y-8XZ/ECM 전자전·전자전대응 항공기, Y-8T C3I 항공기, Y-8X 해상작전기, Y-8Q(GX-6) 대잠초계기, Y-8W(KJ-200) 조기경보기 등으로 만들어져 다양한 임무에 투입되었다. Y-8 대신에 민수제트기인 Tu-154의 플랫폼도 유사한 임무에 사용되었다.
• 일본 감시에 투입된 기체들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종종 투입하는 기체는 Y-8X이다. Y-8X는 항속거리 5,000km의 장거리 해상초계기로, 기수 아래 캐나다제 AN/APS-504(V)3 대수상 감시 레이더를 장착하고 LTN-72 관성항법장치까지 장착하여 장거리 해상정찰이 가능하다. 또한 기체 후방 화물칸에는 대형 카메라 2개를 장착하였다. Y-8X는 무장은 운용하지 않지만 소노부이를 장착하여 잠수함탐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 3] Y-8X 장거리 해상초계기
Y-8X는 모두 4대가 생산되어 그 중 1대가 Y-8J로 개수되었으며, 3대가 여전히 산둥성에 위치한 제1독립항공연대에서 운용중으로 알려진다. 한편 기체번호 9271번과 9291번은 FLIR 카메라와 신형 SAR레이더를 장착하여 전자정찰능력을 확보하였다. Y-8X는 동중국해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되어 일본 항공자위대와 신경전을 벌였고, 과거 우리 방공식별구역 내로 진입을 시도하여 우리 공군기가 대응기동을 한 바 있다.
[사진 4] Tu-154 전자정보수집기
동중국해에 또 종종 출몰하는 기종은 바로 Tu-154M/D 전자정보기이다. Tu-154M은 BM/KZ800 ELINT 시스템을 장착한 기종이며, Tu-154D형은 합성개구레이더를 장착하여 고해상도 지형 영상을 제공한다. 최소한 4대의 Tu-154가 전자정보수집기로 개조되었다. M형은 1995년부터 D형은 1996년부터 인민해방군 공군에서 채용되었다.
애초에 여객기를 개조하고 도색도 민항사의 것과 유사하게 한 것은, 바로 전자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기밀항공기이므로 정체를 감추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현재 4대가 모두 베이징의 102 항공연대에 소속되어 있다. Tu-154는 2013년 이후로 동중국해 일대에서 일본을 대상으로 전자정보 수집임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 KADIZ를 침범한 ISR 기체들
Y-8 계열 가운데 또다른 해상초계기인 Y-8J는 여러 차례 KADIZ(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 대한민국 방공식별구역)와 JADIZ(Japan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 일본방공식별구역)를 동시에 침범했다. Y-8J는 기수에 커다란 레이더를 장착한 것이 특징으로 스카이마스터 감시레이더가 장착되어 있다. 스카이마스터는 최대 400km까지의 거리에서 무려 100개까지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다. 중국은 영국 라칼 시스템으로부터 스카이마스터 레이더를 6~8세트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 5] Y-8J 장거리 해상초계기
애초에 Y-8J는 레이더 성능으로 인하여 공중조기경보기로 식별되기도 하였으나, 이후 KJ-2000 등 본격적인 공중조기경보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임시전력으로 활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Y-8J의 임무는 적 수상함대의 위치를 파악함으로써 장거리 대함미사일에 필요한 표적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Y-8J는 모두 4대가 생산되었으며, 그 중 2대는 도설핀에 SATCOM 안테나를 내장하고 기체 후방아랫면에 사진정찰장비를 장착하고 있다. 지난 1월 9일에 폭격기와 함께 KADIZ를 침범한 기종 가운데 Y-8J도 포함되어 있었다.
KADIZ를 침범한 또다른 기체는 Y-9JB였다. Y-9JB는 전자전 기체로 Y-8이 아니라 신형 Y-9 기체에 기반하여 제작된 항공기이다. 따라서 WJ-6C 터보프롭 엔진 4개를 장착하고 6엽 프로펠러에 의해 안정된 비행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Y-9은 중국판 C-130J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사진 6] Y-9JB 전자정보수집기
Y-9JB는 중국이 보유한 전자정보수집기 가운데 가장 첨단이자 뛰어난 성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체의 좌우에 직사각형 모양의 ELINT 안테나가 모두 4개 장착되어 있으며, 각종 부가안테나 들이 윙팁이나 기체 하면에 복잡하게 배열되어 있다. 한편 기체 아래에는 광전자 터렛이 장착되어 FLIR와 TV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한 마디로 Y-9JB는 미 해군의 EP-3에 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Y-9JB는 현재까지 모두 4대가 제작되었고, KADIZ와 JADIZ를 모두 침범하고 있다.
• 방공식별구역 침범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중국은 모두 3천여 대 이상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 최대의 항공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4세대 전투기를 약 620대 가량 보유하고 있어 펀치력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한쪽으로 꾸준하게 ISR 전력을 양성하고 전략정찰활동을 벌임으로써 전략공군으로서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중국의 능력이 넓어지며 강력해지고 있다고 감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중국은 KADIZ에 통보도 없이 진입한 것을 정상적인 훈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2001년 4월 1일, 중국은 공해상을 비행하던 미 해군 EP-3E 신호정보수집기에 전투기를 충돌시켜 하이난도에 불시착 시킨 바 있다. 중국의 논리대로라면 당시 중국은 미 해군 기체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한 셈이다. 자신들이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된다는 억지논리가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입장도 마찬가지다. 한 두 대의 항공기가 지나가는 것도 참기 어려운데, 지난 1월 9일에는 무려 6대의 전략핵폭격기까지 더하여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그러나 평상시에 지나다니는 항공기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략첩보자산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겠다.
[사진 7] 우리 F-16D 전투기의 중국 Y-8M 퇴거를 위한 근접 비행장면
결국 한 나라의 영토나 영해, 영공이라는 것은 그 나라의 무력이 미칠 수 있는 범위까지이다. 그 범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절대적이다. 앞으로도 우리 공군의 과감한 작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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