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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르 드골 항공모함 (Charles de Gaulle) 

바래미나 2015. 4. 10. 19:37

샤를르 드골 항공모함 (Charles de Gaulle) 
프랑스 핵 추진 항공모함

 

                     출처: 한국 네티즌본부, 카페 
취역 직후인 2002년 작전을 마치고 모항인 틀롱항에 입항하는 모습. 현재 프랑스의 유일 항공모함이다. <출처 (cc) netmarine.net>

1930년대 만들어진 프랑스의 마지노선은 1970년 이전까지 핵전쟁을 대비한 대피소로 운용되었을 만큼 건축물 자체로만 본다면 대단히 훌륭한 시설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했던 순간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프랑스의 항복을 묵묵히 지켜보아야 했기에 의미 없는 요새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그만큼 무기나 장비 혹은 군사 시설은 의도대로 정확히 만들고 사용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처럼 애초 계획과 달리 제 역할을 못하거나 제작 도중 예상치 못한 난관을 겪는 경우를 흔히 ‘삽질’이라 표현하는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마지노선은 크나 큰 삽질이었음은 확실하다. 그런데 마지노선 못지않게 프랑스에서 두고두고 반면교사의 사례로 삼을 만큼 무기사에 길이 기록된 군사적 삽질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미국을 제외 한 최초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샤를르 드골(Charles de Gaulle (R91) 이하 드골)이 그 주인공이다.


프랑스의 의지

                  오버홀로 완전 개수 된 직후인 2009년 드골의 항해 모습.  
오버홀로 완전 개수 된 직후인 2009년 드골의 항해 모습.

첨예한 냉전 시기였던 1966년에 미국 주도의 군사 정책에 반발하여 나토(NATO)를 탈퇴하였을 만큼 프랑스는 독자적인 군사 행보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2002년 동맹에 복귀하였지만 현재도 그러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자존심이 강하다 보니 최근에는 국제 공동 개발이 대세가 된 고성능 전투기뿐만 아니라 총탄부터 핵미사일에 이르기까지 대다수의 무기를 독자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프랑스는 1927년 영국의 도움을 받아 기존 전함을 개조한 실험용 항공모함 베어른를 보유하였지만 제2차 대전 당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프랑스는 1927년 영국의 도움을 받아 기존 전함을 개조한 실험용 항공모함 베어른를 보유하였지만 제2차 대전 당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당연히 강력한 해군을 보유하겠다는 의지도 강하여 현재 단독으로 항공모함 전단을 구성하여 원양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을 보유 중인 몇 안 되는 나라다. 그런데 프랑스는 제2차 대전 전까지만 해도 항공모함 운용 경험이 없다시피 하였다. 1927년 영국의 도움을 받아 전함을 개조한 실험 용 항공모함 베어른(Bearn)을 보유하였지만 운용 능력이 부족하여 전쟁 중 아무런 역할도 못하였다.


제2차 대전 종전 직후에는 자력으로 항공모함을 제작하기 버거워 딕스무드(Dixmude), 아로망쉬(Arromanches), 라파예트(Lafayette)처럼 미국, 영국이 사용하던 경항공모함을 양도받아 운용하였다. 전후 복구가 어느 정도 완료된 195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에 흩어진 식민지 관리와 강대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보다 좋은 항공모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되자 본격적으로 자력 개발에 나섰다.


이때 건조한 항공모함이 40여기의 각종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는 만재 배수량 32,780톤 규모의 클레망소 급이다. 1961년 취역한 클레망소[Clemenceau (R98)]와 1963년 실전 배치 된 포슈[Foch (R99)]는 중형(中型)항공모함의 모범이라 평가 될 만큼 1997년까지 성공적으로 운용되었다. 이렇게 항공모함 운용 능력을 축적한 프랑스는 1970년대 말부터 이들을 후속할 차세대 항공모함에 대한 개념 연구를 시작하였다.


1992년 항해 중인 포슈(R99). 프랑스가 자력으로 개발 한 최초의 항공모함으로 현재는 개수되어 브라질 해군에서 사웅파울로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1992년 항해 중인 포슈(R99). 프랑스가 자력으로 개발 한 최초의 항공모함으로 현재는 개수되어 브라질 해군에서 사웅파울로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차기 항공모함에 요구 된 조건


항공모함의 위력은 결국 운용할 수 있는 함재기의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F-4, F-14, F/A-18에서 보듯이 갈수록 성능에 비례하여 함재기의 크기도 커졌다. 따라서 프랑스는 차기 항공모함이 차세대의 대형 함재기도 너끈히 운용할 수 있도록 만재 배수량이 4만 톤이 넘어야 하고 작전 효율을 배가하기 위해 핵 추진의 장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다.


동력을 핵 추진으로 하면 건조비가 늘어나지만 항공모함이나 전략잠수함처럼 장기간 작전을 펼치는 군함은 그 만큼 이점도 많다. 미국도 최초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CVN-65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를 건조하고 난 후 예상을 벗어난 막대한 건조비에 놀라 후속 함들을 재래식 동력으로 바꾸었지만, 결국 운용 결과 그 만큼 이점이 많다는 점을 확인하고 CVN-68 니미츠(Nimitz)부터 핵 추진을 다시 채택하고 있다.

2001년 현재는 퇴역한 미 해군 항공모함 CVN-65 엔터프라이즈와 합동 훈련 중인 드골. 미국의 슈퍼 캐리어에 비해 크기가 작은 중형 항공모함임을 할 수 있다.
2001년 현재는 퇴역한 미 해군 항공모함 CVN-65 엔터프라이즈와 합동 훈련 중인 드골. 미국의 슈퍼 캐리어에 비해 크기가 작은 중형 항공모함임을 할 수 있다.

이처럼 프랑스의 위상을 한 단계 높여 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신형 항공모함은 설계를 마치고 1989년 4월 브레스트 조선소(DCNS Brest)에서 건조를 개시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건조비는 예상의 3배가 넘는 35억 불에 달했고 제작 기간도 11년이 넘게 걸렸다. 만재배수량이 2배가 넘는 니미츠 급 항공모함이 45억불에 6년이면 만들 수 있던 것과 비교한다면 완공까지 어떤 문제가 있었을 것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핵 추진이어서 원래부터 건조비가 비쌌지만 경제 불황으로 말미암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건조를 시작한 것이 잘못의 시작이었다. 마치 건축 중 부도난 건물처럼 건조와 중단을 수시로 반복하였기에 구조적으로 처음부터 완공 기일을 맞출 수 없었다. 여기에 더해 훗날 두고두고 삽질이라 손가락질 받을 만큼 커다란 사건과 사고가 연속으로 벌어지면서 재설계와 개조가 수시로 벌어졌다.
 


연속된 고난


드골은 원가 절감을 이유로 잠수함에 사용하던 기존 K15 원자로 2기를 장착하였다. 문제는 별다른 보강 없이 출력만 높이다 보니 방사능 누출량이 예상치를 웃돌아 승무원의 건강을 우려할 정도임이 밝혀진 것이었다. 선체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러 원자로를 새로 개발하여 교체하기도 난망 한 노릇이어서 결국 차폐막을 강화하는 차선책을 택하였다. 덕분에 배수량이 약 5,000톤이 증가하면서 운항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는 원자력 분야에 뛰어난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한 나라지만 드골 건조 당시에는 이처럼 계획 단계부터 너무 안이하였다. 결국 드골은 이후 안전을 위해 원자로 가동 효율을 일부러 떨어뜨리게 되었고 1년 중 65퍼센트 정도만 실전 투입이 가능하였다. 그만큼 연료 교체 주기도 빨라져 유지비용도 비싸게 먹히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제작 기간 중 계속 이어질 고난의 시작일 뿐이었다.


2008년 오버홀과 연료 재충전을 위해 드라이독에 거치된 직후의 모습. <출처 (cc) netmarine.net>
2008년 오버홀과 연료 재충전을 위해 드라이독에 거치된 직후의 모습. <출처 (cc) netmarine.net>
드골은 1994년 진수되어 각종 실험에 들어갔는데 E-2C 조기경보기를 운용하기에 활주로가 짧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갑판을 4m 연장하는 공사를 다시 실시하였다. E-2C는 운용 조건이 오래 전에 공개된 함재기였고 이미 같은 이착함 방식을 쓰는 비슷한 크기의 클레망소 급이 아직 현역에서 활동 중이어서 사전에 테스트 해 볼 시간도 충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낭패를 초래하였던 것인데 이것으로 고난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드골을 방문한 미 해군의 E-2C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드골에도 같은 기종의 조기경보기가 탑재 중인데, 최초에 설계 잘못으로 인하여 착함이 어려워 갑판 연장 공사를 하였다.
 
드골을 방문한 미 해군의 E-2C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드골에도 같은 기종의 조기경보기가 탑재 중인데, 최초에 설계 잘못으로 인하여 착함이 어려워 갑판 연장 공사를 하였다.

2000년 11월 마지막 시험 운항 도중 좌현 프로펠러 날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어이없지만 설계 잘못으로 인하여 프로펠러가 결함이 많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거기다 프로펠러 제작사인 아틀란틱(Atlantic)사도 1년 전 파산하였고 보관 중인 설계도가 불타 없어지는 황당한 사건도 벌어졌다. 결국 퇴역이 예정 된 포슈의 프로펠러를 떼어와 달았지만 속도 저하에 엄청난 소음 발생을 감수하여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바다로 나가다


이런 고난은 총체적인 부실 이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항공모함이라는 무기가 수시로 만들어지는 그런 종류의 공산품이 아니라지만, 아무리 새로운 기술을 다양하게 접목하였더라도 마치 처음 건조하다 부딪칠 만한 실수를 반복하였다는 사실은 안이하였다는 점 말고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여곡절 끝에 드골은 2001년에 가서야 겨우 실전 배치될 수 있었고 진저리가 난 프랑스는 처음에 예정하던 동급 2번 함의 건조를 취소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실전에 투입된 드골. 2002년 항구적 자유 작전 당시 5개 연합 함대에 속해 항해 중인 모습이다. 항공모함 3척 중 가운데 있는 것이 드골.
우여곡절 끝에 실전에 투입된 드골. 2002년 항구적 자유 작전 당시 5개 연합 함대에 속해 항해 중인 모습이다. 항공모함 3척 중 가운데 있는 것이 드골.

하지만 이러한 설계 및 건조 과정 중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드골은 순수하게 군사적 측면만 놓고 본다면 미 해군 항공모함 다음의 강력한 무력 투사가 가능한 수준이다. 악천후에서도 함재기를 이착함 시킬 수 있도록 자동으로 함의 균형을 잡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었고 실제로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되지 않지만 항공모함 중 최초로 선체가 스텔스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캐터펄트를 장착하여 함재기 운용 능력이 효율적이고 E-2C 조기경보기와 2,000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CMS Mod8을 비롯한 다양한 최신 전투 체계를 탑재하여 러시아의 쿠즈네쵸프(Kuznetsov)보다 작전 투입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2011년 리비아 내전에서는 다국적군이 가다피군에 가한 대지상 공격의 3할을 담당하기도 하였을 만큼 실전에서 좋은 성과를 남겼다.


                       2006년 대서양에서 작전을 벌이는 드골. 마스트를 비롯하여 선체 대부분이 스텔스 형상으로 제작되었다.
2006년 대서양에서 작전을 벌이는 드골. 마스트를 비롯하여 선체 대부분이 스텔스 형상으로 제작되었다.

이처럼 무기로써 드골은 실패작이라 할 수 없지만 건조 중에 발생한 문제는 프랑스의 지난 경험과 기술력을 고려할 때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삽질로 조롱 받을 만큼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연발되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무기가 만들기 힘들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무기가 아니더라도 성공은 실패나 고난을 경험하지 않고 달성하기 어려운 법이다. 어쩌면 이런 실패의 경험도 나중을 생각한다면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