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는 사이트가 아니라 문화다


민주당의 상대가 바뀌었다. 
새누리가 아니라 <일베>(WWW.ILBE.COM)가 되었다. 

민주당의 목표가 바뀌었다. 
“정권을 잡아 대한민국을 운영한다”가 아니라, 
“<일베> 없는 우주를 만든다”가 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일베>란 무엇인가?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 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한낱 게시판에 지나지 않는다. 
이용자가 좀 많기는 하다. 
피크(Peak)때 동시접속자가 3만 명 쯤 되는 “붐비는 게시판”이다. 
이런 청소년-청년 주도 게시판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 며칠 동안 다음과 같은 요지의 중폭격을 감행했다.


= <일베>에는 호남에 대한 극단적 지역감정이 넘쳐난다.
= <일베>에는 여성을 모욕하는 상스런 성적 표현이 넘쳐난다.
= <일베>에는 5.18 민주항쟁을 [폭동]이라 부르는 게시글이 넘쳐난다.
= <일베>에는 심지어 5.18 민주항쟁에서 숨진 [열사]를 [홍어쓰레기], 
   그 [열사]의 시신을 담은 관을 [택배상자]로 묘사한 글이 올라왔다.
= 그러므로 우리 민주당은, <일베> 사이트 폐쇄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


민주당은 스스로를 [<일베>의 라이벌] 혹은 [<일베>의 천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드디어 5월 23일 민주당 의원 김동철은 <일베> 사용자들을 겨냥하여 
“민주화 운동을 모욕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라고 기염을 토했다. 

마침내 5월 22일 오후 6시, 
민주당의 이 같은 사나운 기세에 놀란 광고대행사가 
다음과 같이 밝히면서 <일베>에 대한 광고를 차단했다.


“<일간베스트>에서 역사인식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유해정보가 많이 올라오고 있어, 
광고주와 인터넷 유저를 보호하기 위해 광고노출을 차단합니다”


헤겔이 말했다. 

“역사는 두 번 일어난다. 
처음엔 비극, 
나중엔 쌩쇼(farce),” 


유신체제 아래에서 1974년에 조선과 동아에 광고가 차단된 적이 있었다. 
비극적인 일이었다. 
이제 그로부터 39년이 지나, 
의석 수 100석이 넘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으름장에,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들이 사용자의 주축인 게시판에 광고가 차단됐다. 

광고 차단으로만 보면 민주당의 [압승]이지만, 
그 문맥으로 보면 [생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