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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오래 머물고 싶다…걷기 좋은 숲길 10

바래미나 2011. 6. 21. 11:20

 

그곳에 가면 오래 머물고 싶다…걷기 좋은 숲길

갑자기 한여름을 연상케 하는 무더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나가자니 땀이 쏟아지고 집안에 갇혀 있자니 온 몸이 찌뿌듯해지는 것 같다. 이럴 때 시원한 숲길을 거닐며 기분전환을 하는 것은 어떨까. 단, 주의할 게 있다. 그곳에 가면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 마음은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전국의 산은 푸른 것을 넘어서 짙푸른 색으로 변하고 있다. 두꺼워진 나뭇잎이 햇빛을 가려 그 밑에 들어가면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그런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숲길로 들어서면 맑고 시원한 공기가 가슴 속까지 뻥 뚫어주는 것 같다. 그런 곳 가운데 많이 알려진 곳도 있지만 소문나지 않은 숲길도 꽤 많다. 아마 이름난 곳만 찾아가려는 사람들의 속성 때문이리라.

서울에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가평의 축령백림은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가평군내에 있는 유명산 자연휴양림에 비해 훨씬 덜 알려졌지만 그곳이 주는 매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권이다.

국립수목원이나 미리내성지, 융건릉, 서울대공원 삼림욕장 등의 숲길은 어느 정도 알려지기는 했지만 사실 찾는 이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조용하고 시원하기에 가벼운 드라이브를 겸해 다녀오기에 적당하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아름드리 금강송이 즐비한 울진의 금강소나무숲길은 서울에서 멀기는 하지만 시간을 내서라도 다녀올만한 곳이다. 비경도 비경이려니와 기백이 느껴지는 엄청난 소나무 군락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휴양림도 괜찮은 숲길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산림청휴양림관리소가 추천한 네 곳을 함께 소개한다.

가보면 돌아오기 싫은 숲 축령백림

산행을 싫어하는 사람, 숲을 즐기지 않는 이라도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곳, 축령백림은 그렇게 시원하면서도 멋진 숲이다.

축령산은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 상면 사이에 있는데 그곳 휴양림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미 자연휴양림으로 운영 중인 축령산의 남쪽만 보고 돌아온다. 그래서 그 너머 북사면에 축령백림이란 비경이 숨어있는지조차 모른다.

축령백림은 축령산과 서리산의 북사면에 자리 잡은 잣나무숲을 말한다. 이곳은 잣나무가 많기로 유명한 가평군에서도 가장 큰 잣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숲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30~50년생 잣나무들이 빼곡히 숲을 메운 풍경이 그림 같다. 경기도가 관리하는 채종림이라고 하니 숲의 위상이 다시 느껴진다.

그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도시에서 쌓인 상념은 이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약간 습한 곳에선 잣 냄새 송진 냄새가 코를 찔러오고 이름 모를 꽃들이 간간이 향긋한 꽃냄새를 전해준다.

잣나무 그늘에선 머위며 곰취 등 갖가지 나물들을 볼 수 있고 임도에 밀려 잠시 잣나무가 자리를 비켜준 곳에선 이팝나무, 조팝나무, 층층나무 등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키 겨루기를 하는 듯하다. 계곡엔 또 샘에서 막 솟아오른 듯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시원함을 더해준다.

축령백림이 들어선 축령산은 879m, 서리산은 825m나 되니 경기도의 산 치고는 낮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그 산을 올라갈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축령백림의 임도는 지그재그로 이어져 12km나 된다. 그래서 평지를 걷다가 작은 언덕을 오르는 것 같은 길을 계속 걷게 된다. 그것도 잣나무 숲속에 난….

게다가 이곳은 아주 이따금 지나치는 사람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찾는 이도 많지 않다. 그만큼 조용하기에 어떤 이는 이곳을 '성찰의 숲'이니 '사색의 숲'이니 하는 말로 소개하기도 한다. 실제 백련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아침 일찍 이곳을 찾는 이들도 있다.

현재 축령백림 쪽에도 휴양시설이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 진행 중이라 조용한 사색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축령백림은 수동면에서 등산을 해 넘어갈 수도 있지만 편하게 가려고 한다면 상면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37번 도로에서 아침고요수목원 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계속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면 축령백림에 이르게 된다.

시내버스 타고 가는 명품 숲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이 포함된 광릉숲은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국내 대표적인 숲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수목이 우거졌는데 서울에서 가깝기에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다녀올 수도 있다.

울창한 숲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기 때문에 여름에도 더위 걱정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지척에는 광릉이나 봉선사 등이 있어 함께 묶어 가족단위 나들이 코스로 삼아도 좋다.

광릉 내 입구에서 수목원 쪽으로 갈라져 들어서면 길 양옆에 늘어선 전나무와 소나무 등이 터널을 이룬다. 3.5km에 이르는 이 구간을 지날 때는 창문을 열고 저속 주행을 하는 게 좋을 듯. 원래 저속 구간이기도 하지만 신선한 숲의 느낌이 차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도로 바로 옆으로 수목원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봉선사천이 흐르고 있어 더 시원한 느낌을 준다.

수목원로에서 다리를 건너 수목원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나무터널이 객을 반긴다. 오른쪽에는 연을 비롯한 수생식물이 자라는 수생식물원이 있지만 그 주위에도 나무들이 호위하듯 서 있어서 그늘은 계속 이어진다.

수목원 내에는 바로 앞의 관상수원을 비롯해 습지원, 난대식물원, 화목원, 관목원 등이 퍼져 있는데 모두 숲길을 통해 다닐 수 있기 때문에 더위 걱정은 접어둬도 될 듯. 주요 산책로 대부분을 벽돌로 깔아놓았기 때문에 비가 오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숲을 즐길 수 있다. 약간의 이슬비 정도라면 오히려 더욱 신선한 공기를 만날 수 있다고나 할까.

이곳엔 나무 종류도 많지만 다양한 식물이나 곤충 야생동물 등의 표본까지 갖추고 있어 자연 공부를 하러 가기에도 좋다. 광릉내에서 21번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올 수도 있다.

다만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문을 열고 관람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장은 5시까지)만 가능하다.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명상하며 안식 얻는 곳 미리내 성지

미리내는 은하수를 뜻하는 순우리말인데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로 병오박해 때 순교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를 모신 천주교 성지이기도 하다. 어느 절이나 꼭 신도가 아니더라도 들어갈 수 있고 또 공양까지 할 수 있는 것처럼 이곳도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편하게 둘러보며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다.

성지는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에 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떨어지지 않았지만 용인시와 접해 있는 곳이기에 안성시 자체로 보면 아주 외진 곳이다. 그래서 개발의 손길을 타지 않았는데 특히 천주교 성지가 자리 잡은 곳은 그중에서도 골짜기의 안쪽이라 울창한 숲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성지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순례자의 집이 보인다. 그 옆으로 게세마니동산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게세마니동산은 이스라엘에서 예수가 제자들을 데리고 올라가 기도하던 곳인데 이곳에서도 천주교 신자들이 기도하는 곳을 뜻한다. 동산 입구의 순교자와 성직자 묘역을 지나면 게세마니동산이 시작되는데 삼나무가 도열한 뒤로 소나무와 낙엽송 등이 빽빽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아주 시원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사색을 하면서 거닐기에도 적당하다.

주차장에서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 성당을 지나 김대건 신부의 묘소인 경당으로 이어지는 길도 조용히 걷기에 적당하다. 입구에서부터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길이 이어진다. 사실은 이곳부터 기도하는 길이 시작되므로 남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걷는 게 좋다.

성당 앞에는 널따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성당 뒤로는 산을 끼고 역시 기도를 하며 오르는 소로가 이어진다. 경당은 이 길의 맨 끝에 자리 잡고 있다. 경당 주변엔 삼나무와 소나무 느티나무들이 늘어서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경당 오른 쪽으로는 옛날 김대건 신부가 오갔다는 애덕고개로 연결되는 소로가 이어진다. 애덕고개는 한남정맥 등산로가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미리내성지는 용인에서 가는 게 편하고 빠르다. 용인에서 송전 방면으로 난 45번 도로를 타고 가다 장서리에서 내려와 고삼 쪽으로 달리다보면 노곡리에 미리내성지 이정표가 보인다.

수원 인근서 가볍게 가는 산책로 융·건릉

조선의 왕릉은 어느 곳이나 소나무가 울창한 게 특색이다. 그 중에서도 융건릉은 나무도 나무려니와 경내가 평탄하고 넓어 산책하기에도 적당하다.

융릉은 훗날 장조로 추존된 사도세자(장헌세자)와 헌경의황후로 추존된 그의 비 혜경궁 홍씨를 합장한 능이다. 건릉은 정조와 효의왕후를 합장한 능이다. 이웃한 두 능을 합쳐 융건릉이라 부르는데 같은 경내에 있어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융건릉 산책로는 능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코스를 비롯해 융릉을 돌고 건릉을 따로 도는 코스, 융능과 건릉을 오가는 코스 등 다양하다. 능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코스엔 약간의 오르막이 있지만 그 외는 전체적으로 평탄하다.

둘레길을 도는 데는 1시간 정도 걸리지만 이곳저곳을 모두 돌아보면서 가려면 넉넉히 두 시간은 잡아야 한다. 숲 속에 자릴 펴고 앉아 쉬는 것까지 감안해 반나절을 잡는다면 충분히 휴식까지 즐길 수 있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 쪽이 융릉 가는 길. 길을 따라 들어서면 넓은 잔디밭 뒤로 홍살문과 능이 보인다. 홍살문에서 오른쪽으로 더 가면 능의 기록을 담은 비각이 있고 그 뒤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융릉 뒤편에서 건릉 뒤편으로 가는 둘레길은 능이라기보다 뒷산의 능선을 걷는 느낌을 준다.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지만 힘들다고 하기 보다는 단조롭지 않다는 느낌을 줄 정도. 언덕들이 그리 높지는 않으나 주변이 워낙 평탄한 지형이기에 전망도 좋은 편이다. 전원이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달리 능 밖의 풍경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그래도 건릉 뒤편에서 능의 앞쪽을 내려다보면 왜 이곳에 능을 잡았는지 풍수가 대략 보일 것도 같다.

안쪽 길은 잘 자란 나무 숲속으로 이어지는 평탄한 길의 연속인데 중간에 물을 마실 수 있는 곳도 있어 더 시원하다.

융건릉 만으로 아쉽다면 이웃한 용주사를 들리는 것도 좋다. 신라 때 창건됐다가 고려 때 불탄 갈양사 터에 정조가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절이 용주사다. 이 절은 조선 후기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전각 뿐 아니라 국보 120호 용주사 범종 등 볼 거리도 많다.

융건릉과 용주사는 과천-봉담간 도로를 이용해 쉽게 갈 수 있다.

동물원도 보고 삼림욕도 하고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청계산 북서쪽에 자리 잡은 서울대공원의 둘레길 같은 코스다. 총 8km(간선 6.9km, 지선 1.1km)에 달하는데 숲이 울창한데다 오르막 내리막이 적당히 섞여 있어 시원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맛이 난다.

이곳 삼림욕장은 서울대공원을 통해 들어가기 때문에 대공원 관람을 겸해서 가는 게 좋다. 코스는 4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어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2시간에서부터 4시간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안배할 수 있다. 특히 삼림욕을 하다가 대공원을 관람하거나 대공원을 관람하다가 삼림욕을 즐길 수 있어 아이들도 좋아한다는 게 이 코스의 장점이다.

삼림욕장은 동물원 입구에서 볼 때 오른쪽에 있는 호주관 뒤로 난 출입구나 왼쪽에 있는 현대미술관과 소나무숲 사이의 산림전시관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전 코스를 다 도는 데는 3~4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맹수사 샛길이나 저수지 샛길, 남미관 샛길 등을 이용해 동물원 안으로 돌아올 수 있으므로 체력이나 기분을 감안해 코스 길이를 조절하면 된다.

호주관 뒤로 난 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선녀못이 있는 숲'이 나타난다. 대공원이 조성되기 전 마을 사람들이 낮에는 빨래를 하고 밤에는 남의 눈을 피해 목욕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청계산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이라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산책로는 거의 평지처럼 이어지는데 곳곳에 쉼터가 있어 아이들도 쉽게 따라 갈 수 있다. 앙증맞은 계단이 예쁘게 설치된 구간을 지나 동물원의 안쪽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가면 얼음골 숲이 나온다. 얼음이 얼 정도는 아니나 아주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곳이다. 그 옆 생각하는 숲엔 약수도 있다.

이어 맨발로 걷는 구간(약 450m)이 나오는데 돌 없이 반질반질한 흙길이 이어져 맨발로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 구간 끝엔 졸졸 계곡물이 흘러 발을 씻을 수도 있다. 곧 이어 독서하는 숲도 있는데 나무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을 수도 잇다.

이곳 산책로는 천연림 속에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코스를 돌면서 다양한 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 대공원 측은 소나무나 팥배나무, 생강나무, 신갈나무 등 470여종의 식물과 다람쥐, 산토끼, 족제비, 너구리 등 들짐승, 꿩이나 소쩍새, 청딱따구리 등 35종의 새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구간 간 거리는 호주관 뒤 ~ 남미관 샛길 2.2km(60분 소요), 남미관 샛길 ~ 저수지 샛길 1.7km(50분 소요), 저수지 샛길 ~ 맹수사 샛길 1.4km(30분 소요), 맹수사 샛길 ~ 산림전시관 1.6km(35분 소요).

서울동물원을 통해 들어가므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당연히 입장권을 사야 하는데 경로 우대증을 소지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국비로 조성한 '1호 산길'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울진 소광리 일대는 신선이 내려오는 소나무라고도 불리는 500년 이상 된 엄청난 크기의 금강송이 자라는 곳이다. 소광리는 동해안 근처 계곡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불영계곡의 상류에 있기에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외지인의 발길이 거의 닫지 않았다. 그만큼 때 묻지 않은 비경을 만나볼 수 있다.

울진에서 36번 도로를 타고 불영계곡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나타나는 빼어난 경관에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36번 도로에서 소광리로 접어들면 이제까지는 볼 수 없던 소나무들을 만나게 된다. 하늘을 향해 쭉쭉 솟아오른 소나무들의 자태가 너무나 싱싱하고 곱게 다가온다. 오죽했으면 미인송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소광리 금강송은 국내 소나무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소나무의 껍질부터 붉은 색을 띠고 있는데 거죽을 벗겨내도 붉은 색을 띠기에 황장목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워낙 귀한 나무라 조선시대에도 궁궐을 지을 때만 벨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했는데 일제 때나 한국전쟁 때도 피해를 입지 않아 지금도 200년 이상 된 노송 만 8만여 그루나 있다고 한다. 후계림으로 가꿨다는 주차장 주변의 나무들만 해도 작지 않은데 이들도 금강송군락지에 있는 소나무에 비하면 아주 왜소해 보일 정도다. 그래서인지 그 엄청난 소나무들이 들어선 계곡에선 신선한 냄새가 풍기고 힘찬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다.

이곳 금강소나무숲길은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1호 산길'이기도 하다. 소나무숲길은 총 70km에 4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현재 두천리에서 산양서식지~성황당을 지나 소광리 금강소나무군락지로 이어지는 1구간 13.5km만 개방하고 있다. 1구간의 평균 경사는 5.5도, 최대 30도까지 있으며 대략 7~8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워낙 오지에 있어 탐방자의 안전과 산양 생태환경 보호 등을 위해 철저히 예약탐방제로 운영한다. 1구간은 하루 80명만 들어갈 수 있는데 12월15일까지 운영할 예정. 금강소나무군락지는 하루 100명이 탐방할 수 있는데 10월31일까지 운영한다.

2구간은 9월5일 개통해 10월 31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사)울진숲길 측은 밝혔다.

예약은 홈페이지(www.uljintrail.or.kr)에서 할 수 있다.

■ 산림청휴양림관리소 추천 걷기 좋은 숲길 네 곳

'건강숲길' 1호 백운산자연휴양림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해발 1087m 백운산 자락에 있다. 자연휴양림이 자리 잡은 용수골은 용의 전설이 서린 대용소와 소용소 외에도 크고 작은 폭포가 있고 계곡물이 넓게 흐르고 수량도 많아 사계절 가족단위 휴양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자연휴양림 내 11km의 숲길은 2007년 대한걷기연맹이 처음으로 지정한 '건강숲길'. 초반 6㎞까지 완만한 오름세가 이어지다가 나머지는 내리막 경사를 유지해 남녀노소 누구나 여유 있게 숲을 즐길 수 있다.

백운산휴양림엔 '산림문화휴양관' 3동 13실(5인실)과 '숲속수련장' 1동 2실(20인실 2실, 회의실, 식당)의 숙박시설과 '물놀이장' 2곳, 숲 체험을 위한 데크로드, 다양한 코스의 등산로가 있다. 국립공원치악산이 약 50분 거리, 오크밸리 리조트가 30분 거리에 있다. (033)766-1063 울창한 잣나무 숲 청태산자연휴양림 해발 750m 지점인 청태산 7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다. 계곡에 흐르는 물은 너무 차가워 발목만 담그고 있어도 시원할 정도.

특히 잣나무와 전나무 등 아름드리 침엽수림 속에 조성되어 삼림욕에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숲속체험 데크로드는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테마형 산책로로 장애인을 포함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산림 내에 6개 코스의 등산로와 산책로가 있는데 대부분 경사가 완만하고 오르기 쉽다. 이곳 숲길 5km는 대한걷기연맹에서 공인한 건강숲길이다.

매표소 주변엔 가로 5m, 세로 8m 정도의 어린이풀장도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 가볍게 물놀이도 즐길 있다. 숲이 너무 좋아 드라마 바람꽃이나 TV문학관, 일지매, 영화 '친절한 금자씨, 기담' 등의 촬영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033)343-9707 국내 最古, 最高 대관령자연휴양림 1920년대 인공적으로 조성한 금강송 숲에 자리 잡은 휴양림이다. 이곳 소나무 숲은 산림청이 뽑은 전국 3대 미림 가운데 하나다. 등산로 주변엔 어른 두 명이 채 안지 못할 정도의 아름드리 금강송이 즐비하고 형형색색의 다양한 야생화도 만날 수 있다.

여러 등산 코스가 있는데 옛날 먹을거리를 도적질하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 '도둑재'를 돌아오는 코스가 4km로 가장 길다. 코스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등산을 하기보다는 소나무 숲에서 머무는 개념으로 가기에 알맞다.

강릉과 가깝기 때문에 동해를 즐기다가 쉬러 들어가도 좋다. (033)641-9990 넘치는 시원한 물 지리산자연휴양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광대골에 자리 잡고 있다. 광대골은 지리산 주능선의 형제봉(1433m), 벽소령(1392m), 덕평봉(1531m) 등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모이는 곳으로, 계곡의 수량이 많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한여름에도 더위를 잊게 할 만큼 차갑고 깨끗한 곳이기도 하다.

이 물은 그대로 생활용수로 쓰고 잇는데 깨끗할 뿐 아니라 사서 마시는 물보다 훨씬 맛이 좋다는 게 휴양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산행은 7km 떨어진 백무동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코스(왕복 약 8시간 소요)와 지리산 둘레길 코스를 걷는 방법이 있다. 휴양림 내를 산책하는 것도 괜찮은데 다른 휴양림에 비해 산책로 경사가 급한 편이다.

숙박시설은 총 30실. 숲속의 집 8동, 연립동 8실, 산림문화휴양관 14실이 있다. (055)963-8133 [글 =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83호(11.06.28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